일상 이야기

과학 애호가의 휴일

강형구 2015. 12. 13. 09:25

 

   나는 과학 애호가다. 내가 왜 과학 애호가가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좋으니까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과학에 대한 동영상들을 찾아보며 과학에 대한 글을 쓴다. 과학 애호가인 것이 좀 독특한 취향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야구나 등산을 좋아하는 것,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의 과학 문화 역시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의 음악과 영화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 애호가가 되어 좋은 것은 과학을 굳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수학과 물리학 문제를 풀면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0점 만점에 어떤 사람은 100점을 받고, 어떤 사람은 60점을 받는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100점을 받은 사람은 60점을 받은 사람보다 더 뛰어난 학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과학 애호가의 세계에서는 점수로 사람들을 비교하지 않는다.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일단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지면 과학에 접근하는 발걸음이 부쩍 편해진다. 책 내용이 어려워도 다 이해할 필요가 없으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스스럼없이 과학책들이 꽂혀 있는 곳에 가서 책들을 구경할 수 있다. 누군가 넌 대체 왜 그런 책들을 뒤적거리는 거냐?”라고 물어본다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그냥 과학에 좀 관심이 있을 뿐이야. 물론 그렇다고 내가 과학을 잘한다는 건 아니야.” 이는 내가 어떤 연예인의 팬이라고 해서 그 연예인처럼 얼굴이 잘생기거나 연기를 잘 할 필요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과학 애호가로서 내가 어떻게 휴일에 과학을 즐기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검색 사이트인 구글(google)에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학자의 이름이나 논문 제목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읽을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출력해서, 주중에는 들고 다니면서 읽고 주말에는 책상에 앉아서 읽는다. 만약 아직까지 대학 도서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전자 학술논문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는다. 시간이 나면 집 근처의 도서관이나 서점에 놀러가서 책들을 둘러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을 한두 권 빌리거나 구입한다. 글이나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용이 크게 드는 것은 아니라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면 다양한 동영상 자료들을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해서 수학자, 물리학자, 과학사학자, 과학철학자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동영상 자료들이 업로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MIT, 예일 대학교, 스탠포드 대학교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상당수의 강의 자료들을 개방해 놓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관련 동영상들을 찾아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KOCW 사이트나 KMOOC 사이트에서 대학 수준의 좋은 강의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양질의 과학 콘텐츠들을 누릴 수 있다.

 

   나는 최근에 KOCW에 탑재되어 있는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차동우 교수님의 물리학 강의를 시청하고 있으며, KMOOC에 탑재되어 있는 고려대학교 이종필 교수님의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을 맞아, 미네소타 대학의 미셸 얀센(Michel Janssen)이 쓴 일반상대성의 역사에 대한 논문도 읽고 있다. 물론 내가 이 모든 컨텐츠들을 100%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이해하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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