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노동과 공부

강형구 2015. 12. 5. 10:45

 

 

   직장에 다니면서부터 전에 비해 제법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 쓰는 돈은 취직하기 전에 비해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사는 데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책들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대부분 마련해두었다. 꼭 살 필요가 없고 빌려서 봐도 좋은 책들은 동네 도서관이나 직장 도서실에서 대여한다. 인터넷에서 PDF 파일을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공책과 펜은 그다지 비싸지 않고, 문서작업용 노트북도 저렴한 가격으로 마련해 둔 상태다.

 

   옷도 그렇다. 대학시절 이후로 나의 체형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집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굳이 새 옷을 사 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직장에서 워크숍 같은 것을 하면 점퍼나 체육복을 기념품으로 주기 때문에, 입고 다니기 편한 옷을 따로 살 필요도 없다. 또한 나는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잘 보여야 하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나의 수수한 스타일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한다. 나는 음식도 아무거나 대충 잘 먹고, 운동은 아파트 지하에 있는 운동시설에서 무료로 즐긴다. 그러니까 딱히 돈을 쓸 곳이 없는 셈이다.

 

   필요한 게 있다면 프린터기와 잉크와 종이다. 저가의 보급형 프린터기가 집에 있고, 재생 토너로 잉크를 충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PDF 파일로 된 책 중 읽고 싶은 부분을 10~15장 출력해서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으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면서 글을 읽는다. 직장에 들어서면 노동 상태로 몸과 마음의 상태 변환을 한다. 몸으로 하는 일이든, 머리를 써서 문서 작업을 하는 일이든, 나는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편이다. 나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노동을 통해 먹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한다. 농사꾼, 기계공, 운전기사처럼 나 역시 생활을 위해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치는 정치가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은 충실하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며, 법과 절차가 마련해준 범위 안에서 자신 고유의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나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충실하게 투표에 임했다. 선거 결과가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표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치에서 패배한 것이고, 정치에서 패배한 정당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여건을 보장 받은 상태에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정당을 지지한다.

 

   나는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와 친하고 나에게 잘해줘서 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사람들에게 혜택과 특권을 주며 사람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기준으로 정당을 평가하며, 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좀 이상한 생각일 수 있겠으나,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너무 과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각자의 일이나 각자의 관심 분야에 더 집중하고, 정치에 있어서는 단순한 기준을 근거로 가치 판단을 하면서 투표에 임하거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가족과 공부다.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대부분의 경우 정치가들이 담당하며,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투표와 지지를 통해 정치가들을 선택한다. 만약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가들이 제대로 정치를 못하고 있으면 그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정치가들에 대해서 소모적으로 비판하고 비아냥거린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럴 바에야 좋은 책을 읽고 좀 더 교양 있는 사람이 되어 현명한 투표를 하는 게 훨씬 이롭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삶에 대하여  (0) 2015.12.22
과학 애호가의 휴일  (0) 2015.12.13
과학 애호가  (0) 2015.11.29
황소걸음으로  (0) 2015.11.21
대구 생활에 적응하며  (0) 201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