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대구 생활에 적응하며

강형구 2015. 11. 14. 21:42

 

   아침 6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아내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도 있고, 토스트를 먹을 때도 있다. 730분쯤 집을 나서 차를 몰고 대구1호선 진천역 공영주차장까지 간다. 운전시간은 25분쯤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칠성시장역까지 가는데 약 25분쯤 걸리는데, 그동안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 역에서 내려 회사까지는 걸어서 15, 사무실에 있는 내 자리에 앉으면 840분쯤 된다.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다시 직장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9시 전까지 회사 수첩에 오늘 할 일들을 적는다.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오전이 가고 오후가 간다.

 

   대구로 이전한 이후 대다수의 직원들은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가 아니면 불필요한 야근을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더 이상 평일 시간외근무수당 지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6~7시 사이에 퇴근을 하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요즘 출퇴근 할 때는 대개 [시간과 공간]이라는 책을 필요한 부분만 출력해서 읽는데, 주중에 같은 장을 여러 번 읽는다. 주말에 해당 장을 요약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영주차장에 돌아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 차에서는 이루마씨의 피아노곡을 듣는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쯤 되고,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한 다음에는 아파트 단지 지하의 운동시설에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함께 이야기를 하거나,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나는 이번에 공개강의 사이트인 K-MOOC에서 고려대학교 이종필 교수님의 [일반인을 위한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를 수강신청을 했기 때문에, 주 초에는 대개 이종필 교수님의 강의를 시청한다. 또한 얼마 전 구입한 수학사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기도 한다. 게임이 하고 싶을 때는 [시드마이어의 문명4]라는 게임을 한다. 12시쯤 되어 피곤해지면 잠자리에 든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롭다. 이렇게 조금씩 대구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주말 부부 생활이 끝나면서 생활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

 

   라이헨바흐의 [원자와 우주] 번역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나는 배우고자 하는 독자이자 애호가의 마음으로 이 책을 번역하고 있다. 라이헨바흐는 이 책을 베를린의 일반 시민들을 위해 썼다고 한다. 나의 번역 또한 우리나라의 일반 시민들이 자연과학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이 책의 한국어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나의 바람은 내가 80살이 되기 전까지 라이헨바흐의 주요 저작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는 것을 보는 것이다. 번역은 내가 해도 좋고, 다른 사람이 해도 좋다. 번역이 되면 과학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라이헨바흐는 뛰어난 과학철학자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된 그의 저작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나는 나의 장래를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 나는 수수하고 평범하지만 착실하게 일하는 직장인이 될 것이다. 일을 성실히 하지만 승진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 단기간 동안에 빠른 승진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크게 실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평소에 틈틈이 책을 정리하고 번역할 것이며, 아주 규칙적으로 생활할 것이다.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을 것이다. 아마 먼 훗날에는 학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위를 얻게 되면 직장 근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애호가의 마음으로 계속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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