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의 전통처럼
홍천에서 육군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홍천군청 근처에서 근무했고, 장교 숙소는 부대 밖에 위치해 있었다.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홍천읍에 있는 홍천도서관에서 과학과 철학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전역한 다음 다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순수한 마음이었다. 전역을 하고 대학원으로 돌아갔다.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과외를 했다. 하지만 나는 좌절했다. 집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고, 나 스스로의 학문적 재능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게 취업 준비란 전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았다. 행정학, 행정법, 헌법, 경제학,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