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조인래 교수님과의 만남

강형구 2023. 4. 20. 10:17

   내가 처음 조인래 교수님을 만난 것은 2002년 가을학기(과학철학)였다. 나는 2001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장회익 교수님의 수업(물리학의 개념과 역사)은 2001년 1학기에, 구자현 교수님의 수업(과학사 개론)은 2001년 2학기에 수강한 바 있었다. 2002년 가을학기 과학철학 수업을 마친 어느 날, 아직 철학과로 전공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교수님께 과학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때도 교수님께서는 나의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곰곰이 생각하신 다음, 계속 그 관심을 이어가도록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조인래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삼아 학부 졸업 논문(2005년 2월 졸업)을 썼다. 그리고 대학원에 지원하기 전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의사를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석사과정에 지원할 때 나는 면접에서 교수님들께 논리경험주의의 역사를 연구하고자 한다고 대답했다. 석사과정 면접에서 조인래 교수님께서는 나의 의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주셨다. 아마 교수님의 지지가 없었다면, 학부 학점이 좋지 않았던 나로서는 석사과정에 입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육군에서 정보통신장교로 복무한 후 대학원에 복귀했을 때(2009년), 마침 교수님께서 소속된 인문대학 철학과에서 BK21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나는 등록금 걱정 없이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석사학위 논문(2011년 2월 졸업)에 대해서도 별말 없이 동의해주셨다. 사실 나의 학사, 석사, 박사학위 논문은 모두 교수님의 중점적인 연구 방향 혹은 주제와는 사뭇 다른 주제(논리경험주의의 역사와 철학, 특히 한스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교수님께서 부정적인 언급을 하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셨다. 석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도, 나의 논문이 갖는 성격을 고려하여 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2명의 심사위원 선생님을 선정해주셨다.

 

   내가 박사과정 중 휴학했을 때(2011년 9월)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셨고, 직장에 다니면서 박사과정을 이수할 때(2013년 2학기부터)도 최대한 나를 배려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조인래 교수님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만을 할 뿐이다. 만약 교수에게 제자들이 일종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나는 조인래 교수님에게 똑똑하고 뛰어난 자식은 아니었다. 그렇게 부족하고 허술한 자식이었지만 교수님은 결코 나를 내치거나 외면하신 적이 없었다. 늘 나를 이해해주셨고 나의 뜻을 존중해주셨다. 그런 교수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나는 뒤늦게나마 졸업(2023년 2월)을 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해주신 천현득 교수님은 조인래 교수님의 수제자이기 때문이다.

 

   정년 퇴임 이후에도 조인래 교수님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초빙 석좌교수로서 강의하고 계신다. 그런 교수님을 지난 화요일(4월 18일)에 DGIST에서 찾아뵈었다. 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조촐하게 식사하고, 학내 편의점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 교수님 연구실에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해주셨고, 계속 노력해서 될 수 있는 한 좋은 영어 논문을 써서 연구를 인정받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교수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며 나는 교수님께서 실망하시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과학철학자가 있다면 그것은 조인래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연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도 부산에서 자라셨다는 것, 탁월하지 않은 나와 같은 말썽꾸러기 제자를 너그러이 품어주신 것을 생각하면, 내가 교수님에 대해 느끼는 존경심은 학문적인 성격보다는 인간적인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 교수님을 알고 지낸 지난 20년은 내게 참 행복한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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