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경쟁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삶

강형구 2021. 4. 4. 22:32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삶으로써 좀 더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기본적인 능력이 그렇게 출중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약간 잘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철학(哲學, philosophy)을 전공했다. 나의 전공은 물리학도 수학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철학 전공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오늘날 철학이라는 학문의 위상이 다른 학문들의 위상에 비해서 비교적 많이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철학의 근본적인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철학은 여러 가지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 질문들에 대한 사색적인 고찰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철학은 일상생활을 위한 밥벌이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않을지도 모르나, 탐구하는 정신의 지적 만족을 위해서는 아주 훌륭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대구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철학 학회에 조금씩 가입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철학회에는 예전부터 가입되어 있었으며, 최근에는 대동철학회와 대한철학회에 가입했다. 새한철학회에도 가입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골프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골프를 치고, 라이딩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라이딩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처럼,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철학 학회에 가입하여 학회원으로서 활동하고자 한다. 정기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가끔씩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발표할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 철학 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나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의 친가 친척들 중에는 정치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이 계시기도 하지만 나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비록 나의 전공은 철학이지만 나는 수학과 물리학도 좋아한다. 순수한 애호가의 입장에서 계속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나는 KMOOC의 수학과 물리학 강의를 꾸준하게 수강하고 있으며, 차동우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차 교수님의 물리학 강의를 지속적으로 시청하고 있다. 물론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교양 수준으로 수학과 물리학을 계속 익히고 있을 뿐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이와 같은 나의 애정이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삶은 다 다르다. 사람들 중에는 A라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B라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인가를 특별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일들을 두루 잘하는 사람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사람들을 특정하고 편협한 기준을 잣대로 삼아 순서를 매기는 것이 퍽이나 어리석은 일임을 깨달았다. 잘나고 못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삶들이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들을 다 잘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이 있듯 나에게도 내 고유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그 자신의 삶을 살 듯 나 또한 그저 나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내가 뛰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만큼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삶들을 인정하고 나는 그저 나의 삶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고 순간순간 성실하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부지런히 해 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 이외에 과연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