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즐기면서 일하기

강형구 2020. 2. 10. 22:00

 

   최근 바쁘게 지냈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 주중에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와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했다. 게다가 2월 말에 과학철학 종합예비시험이 계획되어 있어, 하고 있던 스몰린의 책 번역을 잠시 미뤄두고 틈나는 대로 시험공부를 했다. 과연 나는 마지막 남은 논문자격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시험 준비 초반에는 시험에 꼭 통과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었다. 지금은 그냥 편하게 마음을 먹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하려 한다.

  

   나는 올해도 회사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한다. 우선, 경북대학교 수학교육과 기우항 교수님의 기증 자료들을 활용하여 10월에 기하학 특별전 [도형의 아름다움]을 개최한다. [수학사랑]이라는 수학 전시 및 교구 전문 업체와 협업하여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별전을 핑계로 내가 좋아하는 수학책들을 잔뜩 읽을 수 있어서 즐겁다. [한국수학사], [지성의 비극], [인간학으로서의 수학]과 같은 옛날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해 두었고, 모리스 클라인의 [수학사상사]도 읽고 정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기우항 교수님과 미분 기하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섬유 산업 및 전기전자 산업의 역사에 대해 정책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와 협업하기로 했다. 정책연구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이어지고 있고, 나는 과학관에서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한국근현대과학사 연구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올해의 정책연구에서는 인물 연구 및 과학기술자료 실물 확보에 더욱 더 중점을 둘 예정이다. 내 생각에 과학관은 실물 자료들을 소장하고 이것들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기관들과 차별화 된다. , 과학관에는 타 연구기관들과 달리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 전시관, 교육 시설이 있다.

  

   또한 올해의 흥미로운 작업은 자격루 상세설계 연구다. 영남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님들과 협업하여 자격루의 작동 시간 및 작동 절차별 공학적 원리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규명할 예정이다. 수치 계산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자동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요 기능 부위에 대한 유체 및 동역학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후 부위별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나는 이 상세설계 연구를 핑계로 지금까지 자격루에 대해서 진행되어 온 연구 성과들을 공부하고 과학관 전시품으로서 자격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물시계], [장영실과 자격루] 등과 같은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해 두었다. 재미 있을 것 같다.

  

   과학관 수장고에 수장대, 정보 열람용 책상 및 컴퓨터 등을 구입하여 설치하는 일을 할 예정이고, 과학관 소장 자료들 중 일부를 선별하여 상설전시 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과학관 공간의 일부를 마련하여 영구기록물 열람 시설을 설치하는 일도 할 계획이다. 그러니까 나는 과학관에서 학예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 미숙한 풋내기 학예사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학예사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있다. 사실 나는 남들이 나를 [학예사님]이라고 불러 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해야 할 일도 많다. 올해 6월쯤에 딸 하나와 아들 하나가 태어나면 더 바빠지겠지. 마지막 논문자격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으면 좋겠다. 올해 상반기까지 스몰린의 책 [다시 태어난 시간]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출판사와 약속한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 번역도 올해가 가기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처럼 우직하게 해 나가면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