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장기적인 계획

강형구 2017. 7. 4. 06:21

 

   나는 198272일에 태어났다. 어제가 201772일이었으니, 어제로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난 지 만 35년이 된 셈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중학교 시절에는 CD 플레이어를,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MP3 플레이어를 이용해서 음악을 들었다. 나는 과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소설 읽기도 좋아했다. 나는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이고, 부지런하며, 물질적인 욕구나 정치적인 욕구가 별로 없다. 나의 아내는 전반적으로 나와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갖고 있다. 아내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내는 나와는 달리 영화라는 예술 장르에 대해서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동부교회 김서택 목사님의 설교 방송을 인터넷을 통해 시청했다. 목사님의 설교는 참 듣기 좋았고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 세계의 창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마음속에 늘 간직하며, 성실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 말고 삶에 대한 다른 답이 있을까? 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철학을 전공했다. 이를 통해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학문의 전통 아래에 소속된다. 우리 사회에는 철학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철학의 관념성과 비현실성으로 인해서 철학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통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사람들은 철학이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해 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철학 전공자들이 실무적인 일들에는 어두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철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철학의 전통 아래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다. 한때는 내가 철학을 잘 하는지가 나에게 문제가 되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철학을 계속 하는지가 문제다. 철학을 계속 한다는 것은 철학에 관한 글을 읽고,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철학적인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다시 철학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철학을 다시 진행한다는 것은, 박사과정 수료생의 입장에서 박사학위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그것은 인식론과 언어철학 분야의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 준비는 나 혼자 고독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와 함께 공부를 진행해 줄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학원 후배로부터 제의를 받아, 미국의 한 물리학자가 쓴 책을 내년 2월까지 번역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저축 상황을 보면, 적어도 내년까지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있는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내 생각에 나는 조금씩 안정되면서도 내가 의도했던 삶을 구축해나가고 있고,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의도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살핌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단지 나는 바라고 구했을 뿐이며, 내가 바라고 구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내 앞에 다가왔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내게 주어진 행운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나의 작업이 우리나라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발전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라이헨바흐의 [원자와 우주]를 수정하여 출판사에 원고를 발송하고,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고, 리차드 뮬러의 [시간의 물리학]을 내년 2월까지 번역하는 일. 그것이 현재 내가 당면한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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