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이언 스튜어트 지음, [수학사 강의](반니, 2016)를 읽고

강형구 2016. 10. 24. 18:52

 

   올해 나는 부서에서 진행하는 연수를 위해서 3권의 책을 선택했는데, 그 중 2권은 공공기관에 관한 책들이었다. 공공기관의 운영, 혁신에 대한 책을 읽음으로써 공공기관 직원인 내가 직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지식이나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나머지 한 권은 바로 이 책 [수학사 강의]. 나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현대인인 우리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을 사용하거나 수학의 산물을 접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업무 도구인 컴퓨터를 들 수 있다. 파스칼(Pascal), 배비지(Babbage), 괴델(Goedel), 튜링(Turing)과 같은 수학자들의 작업이 없었다면 컴퓨터는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수학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문명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20개의 주제들로 나누어서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수학자이면서도 일반인들을 위한 과학도서들을 여러 권 저술한 바 있는 능숙한 대중과학 저술가다. 나이가 지긋한 노 수학자가 능숙하고 유연하게 수학에서 중요한 개념들의 역사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수학 전공자가 아니며 계산에 익숙하지 않은 나 역시 이 책을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이 20가지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제의 순서가 대략 역사적인 순서와 일치하므로, 책을 읽어가면서 수학적 개념들이 시대를 따라서 어떻게 분화·발전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 속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몇 가지 사항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수학적 문제 풀이에 증명 혹은 논증의 개념을 도입한 그리스인들의 착상이 놀라웠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절차를 알려주기만 하면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증명을 제시하면 문제를 납득 혹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증명은 다른 문제들 또한 증명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증명이 도입되면서 수학은 기술이 아닌 학문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생각을 효율적인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일으켰는지에 대해 다시금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인도-아라비아 숫자 표기법, n차 방정식의 일반적인 기술, 곡선이나 도형을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기업의 발견 등 개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개발되면 그 이후에는 해당 분야가 급격하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학의 발전은 다른 자연과학·사회과학의 발전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음이 주목할 만 했다. 미분적분학이 없었다면 뉴턴의 고전역학이 성립할 수 없었을 것이고, 20세기 초에 확률과 통계이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등과 같은 사회과학 역시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학이 현대인의 필수 교양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관계없이 수학적 개념들은 모든 과학적 학문들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