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배용수 지음, [공공기관론](대영문화사, 2015)을 읽고

강형구 2016. 8. 7. 20:11

 

 

   나는 서른 살인 2011년 여름부터 취직준비를 했다. 취직준비를 할 때 7급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 시험을 동시에 준비했다. 당시에 나로서는 민간 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관련한 실질적인 이유들이 있었다. 서른 살이면 민간 기업에 취직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였다. 게다가 나는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민간 기업이 나이도 많은데다 인문대학 철학과 출신인 나를 뽑아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로서는 나이에 크게 제한이 없고 출신학과도 따지지 않는, 오직 시험으로만 평가하는 조직에 들어가는 것이 그나마 승산이 있었다. 나는 그러한 집단이 정부와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었다. 자본주의의 상징 격인 민간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모든 시민들의 보편적인 행복을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나는 정부와 공공기관 모두 다소 형태는 다를지라도 시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취업준비 당시 시기적으로 공무원 채용시험보다 공공기관 채용시험이 더 빨리 진행되었고, 결국 나는 교육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 입사하게 되었다. 만약 공무원 시험을 더 빨리 치렀으면 나는 공공기관 직원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장학재단에서 실제로 일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조직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어렴풋이 다음과 같이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의 관계를 정리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이지만, 정부 조직을 급격하게 확대시킬 수 없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정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을 만든다.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며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며 정부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교육부 내에 설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장학재단이라는 별도의 기관을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교육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장학재단은 교육부의 통제를 받고, 모든 공공기관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장학재단 역시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내가 올해 직무능력 개발 서적으로 공주대학교 배용수 교수가 쓴 [공공기관론]을 선택한 것은,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일하고 있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보고 싶어서였다. 기대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공공기관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근대화를 위해 정부주도로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공기업들을 설립해서 운영했다. 어느 정도 근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후 정부재정부담 해소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공기업들이 민영화되었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공기업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민들이 정부에게 원하는 공공서비스가 다양해짐에 따라서 정부 주도로 설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든 생각은,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에 비해서 더 뛰어난 유연성 및 전문성을 갖고 해당 기관이 담당하는 서비스를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공기관 직원들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공기관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을 정부가 따르게 할 수 있도록 고도의 전문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장학재단에서는 장학 및 인재육성 전문가가 배출되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우수한 장학 정책, 인재육성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