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천천히 조금씩 걸어가기

강형구 2021. 5. 23. 16:23

   나의 논문 “라이헨바흐의 ‘상대화된 선험성 개념’ : 그 출현과 전개”가 작년인 2020년에 학술지 [과학철학]에 게재되었다. 올해 나의 논문 “상대성 이론의 출현과 이에 따른 철학적 문제들”이 학술지 [철학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게다가 나는 올해 상반기에 박사학위 전공 주제시험에서 통과했다. 이제 박사학위를 받을 조건들을 다 갖춘 셈이다.

 

   나는 과학사 시험은 2011년에, 이론철학 시험은 2019년에, 과학철학 시험은 2020년에, 전공 주제시험은 2021년에 통과했다. 영어시험은 2011년 박사과정 입학과 동시에 통과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내년인 2022년 8월까지 졸업하면 ‘수료 후 6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셈이 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 8월까지 졸업을 못할 경우 졸업 기한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2년 연장했을 때 졸업하지 못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고, 대학 입학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대학은 휴학 없이 4년 만에 졸업했고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40개월 했고, 석사는 4학기 만에 졸업했으며, 박사과정 수료에 6학기가 소요되었다. 이 과정들을 거치며 내 나름대로 우여곡절을 겪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최우등 학생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으로서 나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 바라지 않는다. 나 스스로 나의 학문적인 실력이나 위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 결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열정과 노력만으로 지금까지 겨우 겨우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 연구의 성과가 국내 학술지(KCI 등재지)에 게재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틈날 때 책을 읽고 논문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에서 가장 큰 만족을 얻으며, 내가 직장에서는 국민들을 위한 공공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IT 기반이 발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온라인으로 접속하면 대부분의 중요한 학술논문들을 찾아서 읽고 공부할 수 있다. 굳이 별도의 연구 시설이 없어도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계속 세계 학자들의 훌륭한 논문들을 접하며 연구를 진행시킬 수 있다.

 

   공부하는 것 이외에 나에게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 이와 같은 사실 역시 나에게 상당한 만족을 준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골프에 관심이 없으며, 좋은 옷을 사거나 좋은 물건을 사는 데 관심이 없다. 월급을 받아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남는 돈은 내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쓴다. 내가 누리는 유일한 사치란 시간이 남을 때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것뿐이다. 카페에 앉아서 멍하게 있거나 책을 읽거나 논문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낀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준다면 좋겠지만, 굳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다. 나는 그저 나의 관심대로 나의 연구를 하고, 그 연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뿐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연구이다. 연구를 통해 커다란 돈을 벌기를 바라지도 않고, 나의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가 되리라는 헛된 희망도 품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열심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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