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화내지 않는 것

강형구 2021. 4. 17. 17:58

   사람은 살아가면서 인생의 과정에 따라 적절하게 삶에서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태도를 취한다. 중학생 시절 나는 내가 운동 특히 구기종목에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더욱 더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그래야만 상대적으로 나의 장점을 좀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 교과과정을 충실히 따르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대학교에서 수업에만 집중해서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지만, 고등학교까지와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이러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학교에서 이러한 새로운 종류의 앎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나는 그저 은근한 고집을 부려 내가 공부하고 싶은 책들만을 우직하게 읽었을 뿐이다.

 

   나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에는 비교적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육군학사장교 시험에서 합격했고, 한국장학재단 입사 시험에서 합격했으며, 국립대구과학관 입사 시험에서 합격한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내가 처한 사회생활 속에서 적절하게 생존하는 방법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 내 나이 마흔이고 직장생활도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나는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덕목들이 필요한지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것은 화내지 않는 것을 더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내 뜻대로 잘 되는 것이 얼마 없다. 사람들은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부딪히기 일쑤이고 나의 생각대로 다른 사람을 이끄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세상과 삶에 대한 나의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그르다고 믿는 것은 편협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전략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나의 생각을 현실 속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부터 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지 차분하게 궁리하는 게 필요하다.

 

   화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느긋하게 생각하고 여러 다른 대안적 방법들을 고려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실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준비해서 도전한다면 나의 뜻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이번에 논문을 투고해서 게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좀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수정하고 보완하면 게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오직 하나의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음을 떠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A라는 학술지에 게재가 되지 않을 경우 A가 아닌 B, C, D 등과 같은 다른 학술지에 투고해볼 수 있다. 게재 여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퍽 부족한 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아 게재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화내지 않고 느긋하게 장기적 관점을 갖고 내가 이루려고 하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내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학위논문을 완성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다. 4월 말까지 논문의 전체적인 구조를 명료화시키고 논문의 핵심 내용들을 좀 더 이해 가능한 형태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을 화내지 말고 느긋하게 해 나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