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주: 양자이론의 해석과 측정의 문제
데이비드 앨버트 지음, 차동우 옮김(2004), 『양자역학과 경험』(서울: 한길사), 4장 “측정 문제”(111-118쪽).
앨버트는 이 책 4장에서 휴즈와 마찬가지로 양자역학에 대한 힐버트 공간 정식화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이렇게 정식화된 양자역학에서 등장하는 ‘동역학’과 ‘측정’의 내용이 서로 양립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진다. 힐버트 공간 정식화에서 물리적 계의 모든 가능한 상태는 가장 일반적으로는 사영 힐버트 공간 상의 양의 자기수반 자국류 연산자(밀도 연산자)로 표상되고, 슈뢰딩거 방정식은 이 연산자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결정적’으로 서술한다. 하지만 측정이 일어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측정과 관련된 보른의 해석 규칙은, 상태
인 계가 관측가능값
를 가질 확률이(
는 고유값
에 대응되는 고유벡터이다)
이라고 말한다. 또는 밀도 연산자로 이를 표현하면,
이다. 문제는 이 해석규칙에서의 결과값이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결정적으로 관장되는 동역학과는 달리 비결정론적이며, 동역학적 상태와 그 계가 관측가능값을 가질 확률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양자역학이 말해주는 바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는데 있다.
휴즈의 표현을 빌리면 측정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측정
가 집합
에 있는 결과를 산출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양자역학이 말해줄 수 있는가?” (Hughes 1989; 259) 그리고 이러한 측정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에 대해 어떤 ‘해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측정의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측정의 문제에 밀접하게 관련되는 물음들을 단계적으로 검토해보자. 우선, 정말로 양자역학은 동역학적 상태로부터 측정 결과가 산출되는 과정에 대해서 말해주는 바가 없는 것일까? 결정론적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관장되는 계의 상태와 측정값이 산출될 확률 사이에서는 정말로 ‘본질적인’ 단절이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보어․ 하이젠베르크의 ‘코펜하겐 해석’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제시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모든 의미 있는 물리량은 ‘측정 가능한 물리량’이며, ‘측정 가능한 물리량’ 및 이 물리량과 관련된 ‘실험 혹은 측정 장치’, ‘실험 혹은 측정 과정’은 모두 ‘고전 물리학의 언어’로 기술된다. ‘코펜하겐 해석’은 보른의 확률 해석 규칙을 통해 양자역학이 ‘측정 가능한 물리량’에 대해 경험적으로 성공적인 예측을 하고 성공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 경우 고전 물리학의 언어로 기술될 수 있는 대상들은 ‘입자’ 혹은 ‘파동’으로 단일하게 기술될 수 있는 것에 반해, 양자역학적 대상들은 측정 장치에 따라서 ‘입자’의 성질을 가질 수도 있고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도 있는 것으로 기술된다. 하나의 대상이 측정의 상황에 따라서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상호보완적으로 발현하는 것을 보어는 ‘상보성’이라고 불렀다.
‘코펜하겐 해석’은 고전 물리학의 언어를 물리적 세계를 기술하는 기초적인 기준으로 설정한다. 그렇다면 양자역학 이론 ‘그 자체’는 세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 주는 것이 없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코펜하겐 해석’은 ‘우리는 그 물음에 대해 답변할 수 없고, 우리는 오직 양자역학이 고전 물리학으로 기술되는 우리의 경험적 세계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고전 물리학으로 기술되는 실험 장치들에 의해 측정된 실험 결과들로부터 고전 물리학적 제약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양자역학이 수립되었던 까닭에, ‘코펜하겐 해석’은 고전 물리학 및 고전 물리학적 경험과 실험을 물리 이론에 대한 일종의 ‘선험적 조건’으로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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