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상대성이론의 공리체계적 분석: 그 의의와 한계

강형구 2016. 9. 27. 06:57

 

상대성이론의 공리체계적 분석: 그 의의와 한계

라이헨바흐의상대성이론의 공리화를 중심으로

 

1. 여는 말: ‘과학적 지식의 분석의 방법론

 

  

   논리경험주의를 이끌었던 주요 철학자들 중 한 명인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1920년에 저서상대성이론과 선험적 인식(Theory of Relativity and A Priori Knowledge)을 출판한다. 아인슈타인에게 바쳐진 이 책의 주요 요지는, 임마누엘 칸트가 18세기 후반에 제시한 순수이성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인식론이 20세기에 이르러 등장한 물리학 이론인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되는 인식론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칸트는 수학이나 물리학적 진술들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객관적인 확실성을 갖고 있는 판단들, 이른바 선험적 종합판단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인식 구조에 내재되어 있는 형식들이라고 보았으며, 이러한 형식들의 본성은 내성과 반성을 통한 이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밝혀지리라 생각했다. 칸트에 의하면 이러한 선험적 원리들은 우리의 경험적 지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이자 전제로 기능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험적 사실들도 이러한 원리들을 반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칸트가 자신의 책 순수이성비판에서 뉴턴적인 의미에서의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일종의 선험적인 원리들로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었다. 왜 인간에게는 공통된 지속의 형식인 절대적 시간이라는 오성 형식이 존재하는가? 왜 인간에게는 공통된 공간 지각 형식인 3차원 유클리드 공간이라는 오성 형식이 존재하는가? 칸트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내성과 반성에 근거한 분석을 토대로 답변하려고 시도했지만, 문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러한 뉴턴적인 시간과 공간 개념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등속도로 운동하는 서로 다른 두 관측계에 속하는 관찰자의 시간은 서로 다르며, 물리적 세계에 적용되는 적합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이렇듯 중요한 지점들에서 칸트의 철학적 인식론과 상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성이론은 칸트의 인식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칸트의 인식론과는 다른 종류의 새로운 인식론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 새로운 경험과학이 칸트적인 의미에서의 선험적 원리들의 참됨 여부를 반박할 수 있었을까? 칸트에 따르면 선험적 원리들은 우리의 모든 감각 지각들을 질서짓는데 있어서의 전제가 되는 원리들인 까닭에, 경험적 판단들 자체로는 반박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대의 철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은 특히 선험적 원리들과 관련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며, 라이헨바흐 또한 자신의 상대성이론과 선험적 인식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라이헨바흐의 해답은 이중적이다. 라이헨바흐는 칸트적인 의미에서의 선험성을 두 가지로 나누고(언제나 필연적으로 참인 것, 대상 개념을 구성하는 것), 비록 우리가 첫 번째 의미에서의 선험성은 포기해야만 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의미에서의 선험성은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칸트적 의미에서의 개별적인 선험적 원리들은 그 자체로는 경험적 반박에 직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험적 원리들의 총체는 경험적으로 반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수 상대성이론의 경우,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원리들은 그 전체성에 있어서 실험적인 관찰 결과들과 양립 불가능하다. 균일하게 움직이는 좌표계들의 상대성 원리, 불가역적인 인과성의 원리, 접촉에 의한 작용의 원리, 근사적 이상의 원리, 표준적 귀납의 원리, 절대적 시간의 원리. 특히 이 원리들 중 근사적 이상의 원리와 절대적 시간의 원리는 실험 관찰결과들에 의해 그릇되었음이 밝혀졌다. 일반 상대성이론의 경우,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원리들은 그 전체성에 있어서 경험과 양립 불가능함이 밝혀졌다. 특수 상대성의 원리, 표준적 귀납의 원리, 일반적 공변의 원리, 법칙들의 연속성의 원리, 물리적 크기들의 연속성의 원리, 공간의 균일성의 원리, 공간의 유클리드적인 성격의 원리. 특히 일반 상대성이론은 이 원리들 중 마지막 원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경험적 관찰결과들을 잘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칸트적인 의미에서의 선험적 원리들은 물리학 이론에서 완전히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일까? 라이헨바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즉 대상 개념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선험적 원리들은 여전히 과학이론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라이헨바흐는 이러한 선험적 원리들을 동등화(coordination)의 원리들이라고 부르고, 이 원리들의 총체가 감각 경험들과 양립불가능함이 밝혀진 경우, 그 원리들 중 문제가 있는 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등화 원리를 개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가능하며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개발의 절차가 근본적인 측면에서 귀납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이를 연속적 근사의 방법이라고 명명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과학이론에 대한 과학철학자의 인식론적 탐구는, 칸트와 같이 이성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과학이론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제 과학철학자는 이성의 분석이라는 방법론이 아닌 과학적 지식의 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상대성이론의 등장으로 인해 철학적 인식론에 제시된 핵심적인 통찰이다.

  

   『상대성이론과 선험적 인식을 통해 과학적 지식의 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철학적 인식론에 필요함을 천명한 이후, 라이헨바흐는 이 방법론을 상대성이론이라는 물리이론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1920년부터 1924년까지 이루어진 이러한 작업의 성과가 그의 상대성이론의 공리화이다. 이 책에서 라이헨바흐는 구성적 공리화의 방법을 사용해서 상대성이론을 공리화한다.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의 경험적 기초를 구성하는 공리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공리들과 결합해서 경험적 귀결들을 산출하는 선험적이고 규약적인 정의들이 무엇인지를 분석함으로써, 상대성이론이라는 과학이론의 경험적 토대가 무엇이며 이 이론의 어떤 부분이 정의적이고 규약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과학이론에 대한 이와 같은 과학철학의 해명적 작업은 상대성이론, 더 포괄적으로 말해 시간과 공간의 본성에 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철학적 통찰들을 제시해주었고, 이러한 통찰들은 그의 잘 알려진 저서인 시간과 공간의 철학에 등장하는 여러 중요한 개념들의 밑바탕이 된다.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자신의 이와 같은 분석이 새로운 과학적 철학의 효시로서 철학자들과 물리학자들에게 널리 인정받기를 바랐지만, 이러한 그의 바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철학자들은 라이헨바흐의 공리화가 너무 물리학적이라는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이 책이 너무 철학적이라는 이유로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이헨바흐는 공리화를 통해 얻어낸 철학적 성과들을 더 비전문적이고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서술한 그의 책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통해 공리화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했고, 이러한 그의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라이헨바흐 본인이 인정하고 있듯, 진정으로 독창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시간과 공간의 철학이 아닌공리화이며, 전자의 많은 내용들은 후자의 세부적인 논증들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철학에 등장하는 중요한 과학철학적 주제들, 특히 이른바 과학이론에 대한 규약주의및 과학이론에 있어서의 동등화 정의(coordinative definition)’의 개념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저서의 토대가 되는 공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논문에서 라이헨바흐가 공리화에서 수행한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체계적 분석을 세부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상대성이론에 대한 라이헨바흐의 공리체계적 분석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해보려 한다.

 

2. ‘구성적 공리화(constructive axiomatization)’의 특징과 목적

 

  

   라이헨바흐는 공리화서문에서 자신이 왜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화 작업을 수행했는지를 밝힌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등장한지 9년이 지난 1924년에도 상대성이론에 관한 상당한 양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이 이론의 인식론적 기초를 평가하는데 있어 놀랄만한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까닭에,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의 내적인 개념 구조에 관한 상세한 인식론적 분석을 함으로써 이 이론의 어떤 부분이 경험의 귀결이고 어떤 부분이 개념적 부가물인지를 분명히 보이고자 한다. 이 때 라이헨바흐가 사용하는 방법은 공리화의 방법이며, 그에 따르면 공리화의 방법이야말로 이론의 논리적 구조를 완벽하고 명백하게 드러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리화된 이론에서의 공리는 이론의 경험적 내용을 나타내며, 정의는 이론에 사용되는 임의적인 개념형식을 나타낸다.

  

   ‘서문에 뒤이은 도입부분에서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공리체계적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리화된 물리이론에서 등장하는 공리들 및 정의들의 논리적 지위에 관해서 논한다. 과학이론에 대한 공리화는 과학이론의 내용을 소수의 진술들 속에 요약하는 까닭에, 과학이론 전체에 대한 평가를 공리들에 대한 평가로 집중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이러한 공리화의 방법은 19세기 중반 이후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결과 수학에서의 공리들은 참도 거짓도 아닌 일종의 정의들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물리학에서의 공리들은 수학적 공리들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수학과는 달리 물리적 진술들은 실재를 기술하며, 따라서 물리적 이론의 참됨 여부는 그 이론이 제시한 예측이 실제로 일어나는지의 여부를 통해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이론에 대한 공리적 표현 또한 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일관성, 상호독립성, 유일성, 완전성이라는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물리이론의 공리들은 지각에 의해서 시험되어 그것이 세계에 대해 참임이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만약 물리이론의 공리들이 추상적인 성격을 가질 경우, 그 공리들의 참됨 여부는 간접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라이헨바흐의 방법이 바로 구성적 공리화(constructive axiomatization)’의 방법이다. “관찰 가능한 사실들로부터 출발해서 추상적인 개념화로 이르는것이 가능하며, 이와 같은 공리화의 방법은 형식적 우아함을 잃어버림에도 불구하고 우리로 하여금 이론에 대한 논리적으로 명료한 이해를 얻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적 공리화의 방법에도 문제는 있다. “모든 사실적 진술들은, 그것이 가장 단순한 것일 경우에조차도, 직접적인 지각적 경험 이상을 포함한다; 이것은 이미 하나의 해석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 하나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측정도구들의 지시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과학이론 그 자체를 사용해야하는 까닭에, “가장 기초적인 사실적 진술들도 어느 정도의 이론을 포함한다.” 또한 사실적 진술들은 인과성귀납이라는 인식론적 원리들또한 전제하기 때문에, 분석 대상이 되는 과학이론의 공리들은 특정한 한계 내에서 그것에 대한 해석이 (해당 이론의) 이론적 개념들에 의존하지 않는 더 기초적인 소수의 사실들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을 전제하지 않은, “-상대론적인 광학과 역학의 실험들을 통해서 도출될 수 있는 사실들만을 공리들로 선택한다.

  

   뒤이어 라이헨바흐는 정의들의 논리적 지위에 관해 논한다. 임의적이고 규약적이며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라는 점에서 수학에서의 정의와 물리학에서의 정의는 동일하지만, 수학적 정의와 물리학적 정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수학적 정의가 개념적 정의라면 물리적 정의는 수학적 정의를 실재의 일부분과 동등화(coordinate)시키는” ‘동등화 정의혹은 실재적 정의이다. 이러한 동등화 정의에 대해서도 공리에 대해서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동등화되는 물리적 사물은 직접적인 지각적 경험이 아니라 해석에 의해서 경험으로부터 구성되어야 하는 것인 까닭에, 동등화 정의는 상대론적 정의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그 정확성의 정도가 큰 중요성을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을 갖게 된다. 동등화 정의의 임의성과 규약성을 제한하는 조건들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동등화 정의는 인과성의 조건 또한 만족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의 동등화 정의가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가름하는 보다 근본적인 기준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일성의 조건이다. 그러나 동등화를 유일하게 하기 위한 조건들은 선험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 이 조건들은 공리들의 바탕이 되는 사실들로부터 도출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동시성정의의 경우, 공리 , 5와 공리 F, 1 그리고 공리 F, 2의 타당성 및 인과성의 요구가 부과된 다음에야 비로소 그 유일성이 확보된다. 정의들의 일관성 여부 또한 선험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의 10-16의 일관성은 공리 를 전제한다. 따라서, “이론의 논리적 구조는 정의들과 공리들 모두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을 통해 밝혀진 동시성의 인식론적 상대성에 대해 자세하게 논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과 공통되는 기초적 사실들을 전제하면서도, 고전역학에서의 특정한 개념들(대표적인 예로, 동시성의 절대성)이 일종의 동등화 정의들이며 이 정의들이 유일성과 일관성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함을 보임으로써, 더 이상 이 정의들이 적용될 수 없음을 밝혔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사건들의 동시성을 판단할 경우 일종의 인식론적 순환이 발생하며, 이러한 순환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동시성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렇듯 동시성이 사전에 정의에 의해서 결정되어야만 모든 측정값들이 산출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동시성의 상대성이 발생하는데, 왜냐하면 동시성을 정의하는 상이한 방식들이 가능하며 이 방식들 사이에 모순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동시성의 인식론적 상대성이다.

  

   하지만 동시성에 대한 인식론적 상대성에도 일련의 제약들이 따른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원리, “균일하게 움직이는 계에서 사용되는 동시성에 대한 특정한 정의가, 그와 같은 모든 계에서 자연의 법칙들이 같은 형식을 갖추도록 모든 거리함수적 관계들이 동형성을 갖게끔제약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만약 계가 미소영역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의 표준적인 거리함수와 일치할 경우, 해당 계에서 어떤 거리함수가 사용되든지 상관없이 자연의 법칙들이 같은 형식을 갖도록 제약한다(일반 공변성 원리). 이러한 제약들로 말미암아 동시성의 정의는 완전히 임의적이고 규약적일 수 없게 된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단순성에 대한 고려 또한 동등화 정의를 수립하는데 기여함을 설명하는데, 여기서 그는 기술적 단순성귀납적 단순성을 구분한다.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동시성의 정의는 단순하긴 하지만, 이 때의 단순성은 이론의 참됨 여부와는 관련이 없고그런 까닭에 기술적 단순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정의들을 갖고 있는 이론 T, 이에 비해 복잡한 정의들을 갖고 있는 이론 T'가 동일한 공리들을 갖고 있을 경우, 이 두 이론은 서로 동등한 정도로 참이다. 반면 귀납적 단순성은 확률의 원리이다; 이 단순성은 미래의 측정값들 또한 가장 단순한 곡선 위에 놓일 것이라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중요한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진술은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특수 상대성이론의 단순성은 기술적 단순성이며 오직 중력에 대한 상대론적 이론에서만 귀납적 단순성이 역할을 한다.

  

   공리들과 정의들의 논리적 지위에 대해 논한 후, 라이헨바흐는 자신이 수행한 공리화의 결과에 대한 잠정적인 언급들을 한다. 구성적 공리화의 중요한 결과들 중 하나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시공간적 거리함수가 오직 빛 신호만으로 정의되며, 빛 신호는 동시성 뿐만 아니라 공간적 거리의 균일성과 동일성의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만약 우리가 결과로 산출되는 거리함수가 어떤 공간에서도 특이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제약조건을 가하면, 공간에서의 균일한 운동 상태의 정의가 가능해진다. 만약 이러한 제약조건을 가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운동 상태들의 집합이 두 부류로 나누어지지만, 이 경우에도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와 같은 물리적 사물들을 도입한다면 두 부류 중 어떤 부류가 강체성과 균일한 운동을 만족시키는지를 특성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부류 모두에서 빛 기하학이 가능한 모든 관계들을 유일하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빛 기하학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특성들을 기술하는 공리들이 바로 빛 공리들이고, 이 공리들이 수립되고 난 이후에 물질 기하학이 발전된다. 이러한 물질 기하학을 위한 공리들이 다름아닌 물질 공리들이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상대성이론에서 제시된 아인슈타인의 개념은 빛 기하학과 물질 기하학이 동일함을 의미한다고 형식화될 수 있다.”

 

    라이헨바흐는 규약주의가 거리함수적 관계 뿐만 아니라 위상적 관계에도 적용되도록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그에 따르면 물리이론에서의 위상적 관계들 또한 일종의 정의들이며, 이 정의들과 더불어 관련된 경험적 사실들이 추가되어야지만 물리이론의 완전한 위상학적 구조가 결정된다. 대표적인 위상학적 공리들의 예로 모든 공간점들이 인과적 연쇄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 “어떤 인과적 연쇄도 닫혀있지 않다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거리함수적 공리들은 이러한 인과적 연쇄를 특정한 단순성을 통해서 특성화함으로써 선택된다. 이와 관련해서 도출된 중요한 귀결은, “시간이 인과적 연쇄들의 질서 유형이라는 점이다.

  

   ‘도입의 마지막 부분에서 라이헨바흐는 일치(coincidence)’의 개념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사건들의 질서는 객관적 일치에 기초하며 이는 주관적 일치와는 다르다. 객관적 일치는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일치들로부터 추론되는 것이며, 일치를 기초적 사실들로 사용하는 상대성이론에서의 일치는 객관적인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라이헨바흐가 말하는 객관적 일치들은, “그에 대한 상당한 해석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불변하는 것으로 남는 까닭에, 기초적 사실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적 일치의 개념은 지각과 분리되는 외부 세계의 구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라이헨바흐는 ‘1차 정도의 일치‘2차 정도의 일치를 구분한다. ‘1차 정도의 일치는 일상의 개념들과 단순한 이론적 원리들로도 충분히 수립될 수 있지만, ‘2차 정도의 일치는 아원자적 차원과 관련되며 직접적으로 관찰 불가능하다. 상대성이론은 ‘1차 정도의 일치를 기초적 사실들로 삼아 구성된 이론인 까닭에, 이 사실들이 아원자적 차원에까지 성공적으로 적용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시적 영역에서의 합치와 일상적 영역에서의 합치를 연결짓는 특정한 규칙들을 통해 두 영역 사이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다.

 

3.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체계적 분석

 

  

   『공리화1장의 제목은 공리들과 계량함수(metric)의 구성이다. 라이헨바흐는 빈 공간 속에 물질적인 점들이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고, 그런 점들 위에는 빛 신호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관찰자들이 있다고 가정한다. 이 때 관찰자는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질서를 구성해야 하며, 이러한 질서 구성에 있어 강체 막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관찰자는 모든 물질점들의 시간을 동기화해야 하며, 두 물질점들이 상대적으로 멈춰있는 때가 언제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공간적 거리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 모든 물리적 개념들의 기초가 되는 시공간 연속체의 수학적 형태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라이헨바흐는 실질점(real point)’이라는 보조적 가정을 도입한다. 실질점은 물질적 개체들이 정지해 있다고 생각될 수 있는 점이다. 실질점들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으며, 이들에게는 표지(mark)가 부여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오직 신호들만이 계량함수적 혹은 위상적 기능을 위해서 사용된다. 실질점들에서는 신호가 생성되거나 반사될 수 있으며, 만약 실질점 P에서 실질점 P'로 물리적 과정이 전달된다고 하면, P에서 출발한 신호에 부여된 표지는 P'까지 전달된다. 공리 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굳이 이 신호가 빛 신호가 아니어도 되며, 신호의 경로 및 전파 과정에 대한 특별한 가정도 필요없다. 신호가 존재하고, 신호의 생산결합송출수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라이헨바흐의 공리화 과정에서 전제하고 있는 기초적인 사실들이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일치(coincidence)’의 개념을 도입하는데, 이 개념 또한 직관적으로 분명한 기초적 개념이다. 실질점 P와 신호 S가 일치하는 것을 (SP)라고 표기하고, 일치하지 않는 것을 S(P)라고 표기한다. 만약 신호 (S'P)가 시간적으로 신호 (SP)보다 느리다면 이를 (S'P)>(SP)라고 표기하고, ‘느리다의 역관계는 빠르다이다. 사건 (SP)P로부터의 신호의 출발이며, 사건 (SP')P'에로의 신호의 도착이며, 사건 (

)P에로 신호가 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시간 질서에 대한 직접적 지각 없이 두 사건들 사이의 질적 차이만으로도 한 점에서의 시간 질서를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두 사건들 사이의 인과적 연결에 기초해 있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공리들과 정의들, 정리들을 제시한다.

 

 

정의 01. 보다 늦은 : P에서 일어나는 두 사건

에 대해서, 만약 신호의 연쇄의 출발이

과 일치하고 그것의 도착이

와 일치하게끔 신호의 연쇄를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사건

는 사건

보다 늦다고 부를 수 있다. 이 경우 사건

은 사건

보다 이르다고 불린다.

 

공리 , 1. 시계열의 질서 공리 : 그것의 출발과 복귀가 P에서 일치하는 신호 연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리 01. 시계열 정의의 일관성 :

일 때, 그것의 출발이

와 일치하고 그것의 도착이

과 일치하는 그러한 신호적 연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리 , 2. 시계열의 연결 공리 : P에서의 임의의 두 사건

에 대해서, 출발이

(또는

)과 일치하고 복귀가

(또는

)과 일치하는 신호가 항상 존재한다.

 

공리 , 3. 시계열의 곱(power) 공리 : P에서의 사건들은 선형 연속체를 이룬다.

정리 02. 한 점에서의 사건들의 연속적 질서 : 한 점에서 시간적으로 질서지워진 사건들과 실수 사이에 일대일 대응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

 

    이제는 한 점 P에서의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생기는데, 자연시계는 물질적인 사물이므로 정확하게 점 P에 놓인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라이헨바흐는, 한 점에 대해 실질적으로 무한히 작은 근방에 자연시계가 있다고 상정하고, P에 있는 관찰자가 그 자연시계를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여전히 실질점들 사이의 상대적 운동상태는 가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제 두 개의 실질점들 사이의 시간 비교를 위한 다음과 같은 공리들이 도입된다. 이 공리들은 모든 실질점들이 항상 연결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시간 비교의 공리들을 제시하는데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최초 신호의 존재를 증명한다.

 

공리 , 1. 모든 실질점들의 연결가능성 : 하나의 실질점 P에서의 임의의 시각 t가 주어졌을 경우, 주어진 실질점 P'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 t에서 신호가 보내질 수 있다.

 

공리 , 2. 모든 실질점들의 연결가능성 : 하나의 실질점 P'에서의 임의의 시각 t'가 주어졌을 경우, 주어진 실질점 P로부터 실질점 P'에 시각 t'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신호가 보내질 수 있다.

 

정리 03. 최초 신호의 존재 : P'에서는, 주어진 시각 tP로부터 출발하는 신호 PP'의 도착에 대한 시각 하한 t'가 존재한다. t'를 시각 t에서 P로부터 출발하는 최초의 신호 PP'의 도착 시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공리들과 정리만으로는 두 개의 실질점들에서의 시간 질서 대응에 있어서 연속성이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라이헨바흐는 시간 질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두 공리들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기초로 세 개의 정리들을 증명한다.

 

공리 , 3. 시간 이동의 연속성 : PP' 사이에 신호 tt'이 존재한다면,

각각에 대해,

이 존재해서 신호

가 존재한다.

 

공리 , 4. 시간 이동의 연속성 : 시간 tP에서 P'로 가는 신호가 존재한다면,

각각에 대해, P에서 시각 t에 출발한 그 어떤 다른 신호들보다도 P'에 빨리 도착하는, P에서 시각

에 출발하는 신호가 존재한다.

 

정리 04. 시간 간격의 연속적 이동 : 만약 점 P에서 두 개의 최초의 신호들이 차례대로 출발한다면, 그 신호들은 P'에 차례대로 도착할 것이고, P에서의 시간 간격은 P'에서의 시간 간격에 연속적인 방식으로 사상(map)될 것이다.

 

정리 05. 최초 신호들에 대해서,

.

 

정리 06. 인과적 연쇄에 대한 음의 시계열의 제거 : 임의의 신호 PP'에 대해, P로부터의 출발에 비해 P'에의 도착이 나중으로 혹은 적어도 빠르지 않게 시계를 맞출 수 있다.

 

이제 라이헨바흐는 동시성에 대한 정의를 도입한다. 이 정의는 이후 등장하게 될 아인슈타인의 동시성 정의의 기초가 된다.

 

정의 02. 간격 내에서의 동시성 : O에서 시각

에 최초의 신호를 보내고 이것이 P에서 반사되어 시각

에 돌아오게끔 하자. 그러면 최초의 신호가 P에 도달하는 순간은 다음과 같은 시각값을 갖는다.

이 때

는 모든 점 P에 대해 동일한 값을 가져야 하는 임의적인 요소이다.

 

공리 , 5. 최초 신호에 있어서,

>0 : PP'P가 시각 tP를 떠나는 신호일 경우, 시각 t에 떠나는 모든 신호들 PP'PP

보다 늦게 도착하는,

이 존재한다.

 

정리 07. 최초 신호들에 대해서,

: 최초 신호들에 대해서,

이다. 최초의 신호들로 구성된, 시간적으로 닫힌 세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리 08. 한 사건에 대한 유한한 시간 간격의 동등화(coordination) : P에서의 어떠한 시간점 t에 대해서도 P'에서의 유한한 시간 간격이 존재해서, 이 간격 아래에서는 어떠한 시간점 t'에 대해서 신호 tt'이나 신호 t't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리 , 6. [

=

=

][

=

] : 시각 tP를 떠나는 최초 신호들에 대해서

=

=

일 경우, 시각 t에 떠나는 다른 최초 신호적 연쇄들에 대해서도

=

이 성립한다.

 

 

정리 08a. [

=

=

]는 불가능하다 : 만약 PP'P''P가 신호적 연쇄라면, 다른 그 어떤 동시적 출발 신호 PP'P''P보다도 더 빨리 P에 도달하는 동시적 출발 신호 PP'PPP''P가 둘 다 존재한다.

 

정리 09. 모든 인과적 연쇄들에 대한 연속적인 양(positive)의 시간 : 모든 물리적 과정(신호, 인과적 연쇄)에 연속적인 양의 시간 간격이 할당되는 방식으로 동시성이 정의될 수 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공리 과 공리 는 시간 질서에 대한 위상적 공리들을 구성한다. 위에서 제시된 공리, 정의, 정리들을 보면 동시성 또한 위상적 개념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리 에서부터 공리 , 4와 공리 , 6은 뉴턴의 절대 시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 단지 공리 , 5만이 상대성이론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공간적 근방의 개념과 근방에 있는 시계들을 비교하기 위한 정의를 도입하고, 근방 관계가 대칭적임을 증명한다.

 

정의 03. 공간적 근방 : 시간

가 임의로 주어진 크기

보다 더 작을 경우, P'은 정확도

만큼 점 P와 공간적으로 근방에 있다고 한다.

 

정리 10. 거리적 근방의 대칭성 : 만약 P'이 점 P의 근방이라면, P는 같은 정도의 정확도로 점 P'의 근방이다.

 

  

   이제 라이헨바흐는 근방에 있는 시계들 사이의 비교를 정의하고, 근방 사건들 사이의 동기화는 대칭적이지만 전이적이지 않음을 보인다. 따라서 먼 거리에 있는 사건들의 동기화는 근방에 있는 시계들의 연속적 비교로는 얻어질 수 없다.

 

정의 04. 근방 비교 : 근방에 있는 시계들에 대해서

이라 한다. (이 때

P로부터 출발하는 최초의 신호의 출발 시각이고,

은 이 신호가 P'에 도착하는 시각이다)

 

    지금까지는 신호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 빛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신호들도 공리화에 충분히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공리 에서 비로소 상대성이론에 특수한 신호의 특징이 제시된다. 라이헨바흐는 공리 페르마의 공리라고 부른다.

 

공리 . 페르마의 공리 : 최초 신호들은 직접적인 빛 신호들이다.

 

    공리 , 공리 , 1로부터 공리 , 5가 도출가능하므로, 따라서 완전한 공리체계에서 공리 , 5는 삭제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라이헨바흐가 공리 , 5를 도입한 것은, 공리 과 공리 는 그것들만으로도 완전한 공리체계를 이룸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후 라이헨바흐는 정리 11을 통해 직접적 신호 PP'의 도착시각이 P의 운동상태와 독립적임을 보인다.

 

정리 11. 빛의 원천과 빛의 전파 사이의 독립성 : 직접적 신호 PP'의 도착 시각은 P의 운동 상태와 독립적이다.

 

    정리 411은 빛의 운동에 관한 위상적 법칙이며 빛 전달의 연속성을 주장한다. 공리 은 공리 , 5와 더불어 빛 전파의 한계적 특성을 공식화한다. 이제는 실질점들 중에서 몇몇을 선정해 공간적 좌표체계를 만들 필요가 생긴다. 이를 위해 라이헨바흐는 공리 와 공리 를 도입하게 되는데, 이를 계량함수적 빛 공리들이라 부른다. 이 공리들은 일련의 정의들과 결합해서 도입된다.

 

정의 05. 모든 곳에서의 현존 : 모든 시간에 걸쳐 임의의 정확도

만큼의 근방에 있는 실질점(해당 체계 위에서 결정된)을 지시하지 않는 실질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실질점들의 체계는 모든 곳에서 현존한다고 불린다.

 

 

정의 06. A와 연관된 체계 : A에서 동일한 시간 간격의 측도로서 임의의 계량을 하나 선택하자. 이 때 (선택된 계량에 따라 측정된) 최초의 신호 시간

가 시간에 따라서 변하지 않는, (임의로 움직이는) 모든 실질점 P들을 찾자. 이러한 점들의 체계를 “A와 연관된 체계라고 부른다.

 

공리 , 1. 고정성(stationarity) : A에서의 계량(metric), A와 연관된(related) 점 체계가 그 각각의 점들에 있어서 그것들이 연관된 체계로 귀결될 수 있도록,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한 점 체계는 어디에서나 현존한다(present).

 

정의 07. 고정된 공간적 좌표 체계, 고정된 시간 : 공리 , 1에 따르는 점 체계를 고정된 공간적 체계라 부르고, 그것과 동시적인 시계는 고정된 시간을 갖는다.

 

정의 08. 아인슈타인의 동시성 : 시각

에서 A로부터 최초의 신호를 보내자; 이 신호는 B에서 반사되어 시각

A로 되돌아온다. 그러면 이 신호가 B에 도달하는 시각은 다음의 값을 갖게 된다.

 

정리 12.

=

=일정

 

정리 13.

=일정 : 다각형 경로

에 대한 단순 회귀이동(round-trip) 시간은 일정하다.

 

정리 14. 주기 시간의 일정 : 임의의 두 점 사이의 이동 시간(travel time)은 일정하다.

 

    정의 08에서 라이헨바흐는 정의 02에서의

의 값을

로 둔 것을 아인슈타인의 동시성 정의라고 부르며, 이렇게 값을 정하면 동기화가 (공리 , 1과 관련하여) 대칭적이고 (공리 , 2와 관련하여) 전이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동시성의 단순성은 귀납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동시성의 정의는 공리-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동기화를 전이적으로 만드는 공리를 도입하고, 이로부터 정리 15가 도출된다.

 

공리 , 2. 순환이동 공리 : 고정된 체계들 중에서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고정된체계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그 고정된 체계의 점 A에서 두 빛 신호가 닫힌 삼각형 꼴의 경로 ABCA를 따라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내진다면, 그 신호들은 동시에 돌아온다.

 

정리 15. (both) 방향에서의 주기 시간의 동일함(equal) : 고정된 체계의 임의의 두 점들 사이의 간격은 언제나 양 방향 모두에 있어서 동일하다.

 

   이제는 모든 점에서의 시간이 정의되어 있는 공간적 좌표계를 수립하고 난 뒤, 이 체계의 공간적 기하학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만 하는 사실이 있다. 라이헨바흐에 의하면 계량함수적 관계들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정의될 수 있을 뿐이며, 이러한 정의는 물리적 사물들을 기하학적 개념들에 동등화시키는 또 하나의 동등화 정의이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오직 빛만이 공간 측정을 위해 사용되는 물리적 개체이며, 빛의 전파는 공간적 기하학의 유일한 정의를 위해 충분하다는 것은 라이헨바흐의 공리화가 갖는 중요한 귀결이다. 이어서 그는 빛 전달에 대한 정의들을 도입하고 관련된 정리들을 도출한다.

 

정의 09. 직선 : 빛 광선들은 직선들이다.

 

정리 16. 직접적 신호의 경로 : 만약 A에서부터 C를 경유해서 B까지 직접적 신호가 이동할 경우, 직접적 신호는 항상 A에서부터 C를 경유해서 B로 이동한다.

 

 

정리 17. 직접적 신호의 되돌음 경로 : 만약 한 직접적 신호가 A에서부터 C를 경유해서 B로 이동한다면, 하나의 직접적 신호는 또한 B를 출발해서 C를 경유해서 A로 이동한다.

 

정의 10. 간격의 동일성 : 두 신호가 A로부터 동시에 출발해서 각각 ABA, ACA의 경로를 경유해서 A에 동시에 돌아올 경우, 간격 AB=AC이다.

 

 

정의 11. 고정된 간격의 길이 : 간격 AB의 길이는

로 측정된다. 이 때 c는 임의의 상수이다.

 

정리 18. 빛 속도의 일정 : 주어진 좌표 체계에서의 빛의 속도는 일정하며, 그 값은 c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리 18이다. ,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은 공리 부터 공리 와 정의 8, 9, 10, 11 그리고 정리 15로부터 도출되는 정리인 것이다. 공리 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라이헨바흐는 물리적 공간에 유클리드적 성격을 도입한다. 그 후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정의인 관성계의 정의를 도입한다.

 

공리 . 유클리드 주의 : 정의된 공간적 기하학이 3차원적으로 유클리드적인 것이 되게끔, A에 상대적으로 고정된 체계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의 12. 간격 체계, 상대적으로 정지함, 균일성 : 공리 에서 를 따르는 고정된 공간적 좌표 체계를 관성계라고 부른다; 그러한 체계의 점들은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지해있다고 하고, 이 체계에 대응하는 고정된 시간은 균일하다고 한다.

 

  

   라이헨바흐는 1장의 13절 전체를 할애하면서 정의 12의 유일성을 증명하는데, 왜냐하면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정의라고 할 수 있는 관성계에 대한 정의 12가 유일함을 보일 수 있어야만 그가 구성한 빛 기하학의 공리체계가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충분한 공리체계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이기 위해 라이헨바흐가 취하는 전략은, 공리 에서 공리 를 만족시키는 계 K와 계 K'을 연결시키는 변환에서의 시간 함수

가 선형임을 보임으로써 강체성의 유일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라이헨바흐는 지금껏 도입했던 공리들과 정의들, 정의들을 토대로

의 선형성을 증명하려고 시도한다.

  

   라이헨바흐는 동료 학자인 플라트(K. Fladt)가 증명한 중요한 내용 또한 소개한다. 플라트에 따르면 선형함수 뿐만 아니라 비선형함수 또한 시간 함수의 조건을 만족시키며, 그는 지수함수

가 가능한 유일한 비선형해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플래트는 더 나아가 빛 기하학적 공리체계가 부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해는 오직 선형함수임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함수가

의 형태를 띤다면, 빛 기하학은 비유클리드적인 것이 되고 계 K'는 유일한 강체성을 띠지 못하게 된다. 라이헨바흐는 공리 에서 공리 , 정의 1~12, 정리 1~18을 토대로 스스로가 단일 계의 빛 기하학이 완전함을 증명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라이헨바흐의 증명 과정 중 일부분에 오류가 있었다는 데 있다. 이 오류는 폰 노이만에 의해서 지적되었으며, 라이헨바흐 본인도 자신의 증명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오류를 정정할 경우 라이헨바흐가 수립한 공리체계는, 하나의 고정점이 주어졌을 때 이 고정점에 대해 빛 공리들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계가 아닌 복수의 계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라이헨바흐 본인은 이러한 오류가 공리화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지는 않는 것으로 보았지만, 이는 폰 노이만과 헤르만 바일 등과 같은 학자들의 비판 대상이 된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균일하게 움직이는 체계들에 관한 일련의 정의들과 정리를 제시한다.

 

정의 13. 한 점의 균일한 운동 : 만약 한 점이, K에서 측정된 동일한 시간 간격 동안 K에서 측정된 동일한 거리를 이동할 경우, 한 점은 체계 K에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운동한다.

 

 

정의 14. 한 체계의 균일한 운동 : 만약 K'의 모든 점들이 K에 상대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갖는 동일한 속도로 균일하게 움직일 경우, 체계 K'는 체계 K에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운동한다.

 

정리 19. 균일하게 움직이는 체계에서의 빛 공리들의 타당성 : 하나의 관성계에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움직이는 K'에서는 공리-가 타당하다; 따라서 K' 또한 관성계다.

 

    이제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로렌츠 변환을 유도할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로렌츠 변환이란, 계량함수적 결정이 빛 기하학적 용어들로 정의된 두 계 KK'을 연결시키는 변환이다.” 로렌츠 변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K에서 측정한, K'에 정지해 있는 선분의 길이를 미리 정의해두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정의 15가 추가되어야 역학이 가능해지며 이는 참도 거짓도 아닌 정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정의에 이어, 특수 상대성원리에 근거한 두 개의 정의들 및 이에 근거한 정리가 등장한다.

 

정의 15. 움직이는 간격의 길이 : K에서 측정된, 움직이는 체계 K'에서 정지하고 있는 선분의 길이

, K에서 측정되었을 때 그것의 양 끝점들과 동시적인 위치들 사이의 거리이다.

 

정의 16. 균일하게 움직이는 체계에서의 간격의 단위(의 상호성) : K에서 측정된, K'에서 정지하고 있는 단위의 길이는, K'에서 측정된, K에서 정지하고 있는 단위의 길이와 같다. ,

=

.

 

정의 17. 균일하게 움직이는 체계에서의 시간의 단위 : 정의 16에 부합하게 투영된 길이 단위와 관련되는 빛의 속도가 K에서와 마찬가지로 K'에서도 같은 수치적 값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K'에서의 시간 단위를 선택할 수 있다.

 

정리 20. 운동 방향과 수직인 경우의 동시성의 일치(identity) : K'의 운동 방향과 수직으로 일어나는 K의 두 사건들은 K'에서 동시적이다.

 

 

정리 21. 가로질러 운동하는 간격과 고정된 간격 사이의 동일함 : K'의 운동 방향과 수직으로 놓여 있는 K의 선분의 길이에 대한 측정값은 K'과 동일하다.

 

    위와 같은 정의들과 정리들을 토대로 하면 로렌츠 변환은 쉽게 도출될 수 있으며, 로렌츠 변환에 대한 다른 방식의 유도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인슈타인이 직접 행한 유도에서는 정의 16과 정리 21이 전제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로렌츠 변환은 고전적인 갈릴레이 변환에 비교할 때 특별히 새로운 공리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문제가 된 것은 기존의 공리들을 체계화하고 조직화한 방식이었다. 정작 물리적으로 새로운 것은 물질적인 구조들이, 갈릴레이 계량함수적 결정에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빛 기하학적인 계량함수적 결정에 조정된다는 아인슈타인의 개념이다.” 이러한 물리적 새로움은 이후 제시되는 물질 공리들에서 형식화된다.

  

   지금까지 라이헨바흐는 빛 기하학의 용어로 정의된 관성계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성질, 즉 이 계가 유일하게 강체적이라는 것과, 관성계에 상대적으로 균일하게 운동하는 계 또한 관성계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계들 사이에 성립하는 일반적인 변환에는 선형변환 이외에도 구형변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구형변환을 배제할 수 있음을 보여야 하는데, 라이헨바흐는 구형변환으로 도출된 K'에 공리 에서 가 적용되지 않는 점(특이점)이 있음을 보임으로써 구형변환이 타당하지 않음을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관성계의 유일한 특성은 특이점이 없이 빛 공리들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공리 에서 와 물질 공리 의 타당성은, 비록 그 타당성이 오직 유한한 영역에서만 시험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관성계를 유일하게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17절에서 라이헨바흐는 로렌츠 변환에 포함된 일곱 계의 조건들을 요약한 후, 18절에 이르러 물질적인 계량함수적 대상들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다. 특히, 이 절에서 라이헨바흐는 보편력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 18. 자연 시계 : 자연 시계란 닫힌 주기 체계이다; 자연 시계의 단위는 한 주기(one period)이다.

 

 

정의 19. 강체 막대 : 강체 막대란 모든 외부적 힘들에 대해 닫혀 있는 고체 막대이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보편력 X는 모든 물질들에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 힘을 차폐할 수 있는 방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가 구형이라는 주장은 이같은 보편력 X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동등하며, 보편력 X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정하면 (귀납적 단순성이 아닌) 기술적 단순성을 얻을 수 있다. , 보편력이 존재한다고 상정하고 지구가 평면이라고 기술하는 것과 보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정하고 지구가 구형이라고 기술하는 것은 서로 동등한 기술이라는 것이다(동치기술 이론). 하지만 보편력이 존재한다고 상정할 경우, 지구에 대한 한정적인 형태의 기하학적 형식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종류의 기술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보편력이 존재한다면 지구는 평면일 수도 있고 달걀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보편력 X계량함수적 힘인 반면, 미분력은 물리적 힘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논의들이 특수 상대성이론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일반 상대성이론에 이르면 물리적 기하학에 관한 논의가 기술적 단순성이 아닌 귀납적 단순성을 다루게 된다는 데 있다. 보편력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 라이헨바흐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의 정의들을 제시한다.

 

정의 20. 닫혀 있음 : 만약 한 체계에 작용하는 외부적인 물리적 힘들이 없을 경우, 그 체계는 닫혀 있다고 불린다.

 

정의 21. 강체 막대와 자연 시계의 단위 : 강체 막대의 길이 또는 자연 시계의 주기란, 모든 물리적 힘들이 제거되었을 때(실질적으로 혹은 계산에 의해) 산출되는 길이와 주기이다; 이 때 계량적 힘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물질 공리들이 도입된다. 이 중 공리 , 1, 2는 물질적인 대상들 사이의 관계들만을 언급하는 공리이며,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에 대한 공리 에 의거해서 시간 측정이 이루어진다. 공리 에서 은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의 기하학이 빛 기하학과 동일함을 주장하며, 공리 에서 가 만족되면 공리 에서 이 만족되는 것 또한 보일 수 있다.

 

공리 , 1. 이동 경로에 대한 막대 길이의 독립성 : 주어진 장소에서 정지해 있고 서로 같은 길이를 갖고 있는 두 강체 막대가 있을 경우, 두 막대가 닫힌 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동했다면,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언제 어디에서나 동일한 길이를 갖는다.

 

 

공리 , 2. 이동 경로에 대한 시계 단위의 독립성 : 같은 장소에서 정지해 있고, 근방에서 비교했을 경우 단위가 동등한 두 자연시계가 있을 경우, 닫힌 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동했다면,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언제 어디에서나 동일한 단위를 갖는다.

 

 

공리 . 물질 강체성과 빛 강체성의 동등성 : 정의 12에 따라 상호 간에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점들의 경우, 그리고 오직 그러한 점들 만이, 강체 막대들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

 

 

공리 . 빛 기하학과 강체 막대 거리의 동등성 : 강체 막대로 측정되었을 때 동일하게 측정된 두 간격 ABAC가 있을 경우, 이들은 정의 10에 따라서 광-기하학적으로 측정되었을 때에도 동일하다.

 

공리 . 빛 기하학과 이동된 시계의 시간 단위의 동등성 : 강체 막대들을 통해 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체계로 운반된(transported) 단위는 정의 16에 따라서 이동된(transferred) 단위와 동일하다.

 

공리 . 시간과 길이 단위의 항상적 연관 : 자연 시계들의 시간 단위는 항상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만약 AB가 강체 막대들에 의해 측정되었을 경우 동일하다면, 자연 시계들을 통해 A에서 측정된 빛 신호

의 시간이 어디에서든 같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이상과 같이 제시된 10개의 공리들이 특수 상대성이론의 철학을 완성한다. 빛의 속도 일정과 로렌츠 변환은, 단순히 빛에 대한 진술들이 아니라 물질적 사물들이 빛 기하학에 따라 조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동시성의 정의가 수립되고 나면 물질적 대상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그 자체로 로렌츠 변환의 조건들에 따라서 조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고전적 변환과 상대론적 변환 모두 빛 기하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들 중 어떤 것이 물질적 사물들의 변환 관계를 표상하는지는 선험적으로 예측될 수 없다. 헤르만 바일은 강체 막대들의 행동이 해당 공간에 퍼져 있는 장에 따라 조절된다고 했지만, 라이헨바흐가 볼 때 조절이라는 표현은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물음을 제시한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이후 개발될 물질 이론이 답해줄 것이며, 라이헨바흐는 조절이라는 표현을 제시하는 대신 이 모든 것들을 물질 공리들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바일과 차별화된다.

 

 

4.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공리화1장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을 공리화한 라이헨바흐는, 1장에서의 공리화 결과들을 토대로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그의 2장에서 제시한다. 공리체계가 한 번 수립되고 나면, 그 체계의 공리들에 대한 실험적 입증이 문제가 된다. 또한 한 번 공리화 작업을 해 놓으면, 어떤 공리가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에 이론에서 이 공리 때문에 영향을 받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리들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공리 부터 , 4까지 그리고 공리 , 6은 상대성이론 이전에도 경험적으로 잘 입증된 사실들이다. 반면 공리 , 5와 공리 은 새로우며, 이 공리들은 빛의 속도의 제한적 성격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 공리들은 상대성이론의 귀결이 아닌 전제이며, 경험적으로 시험될 수 있다. 공리 , 1은 빛의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또한 친숙한 광학적 경험이다. 공리 , 2는 고전적인 광학에서도 성립한다. 빛 기하학이 공리 부터 까지에만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앞 장에서 제시된, 빛 기하학을 통한 계량함수적 결정이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동시성, 길이의 단위, 시간의 단위에서 고전 이론과 차이를 보이지만, 이러한 차이는 오직 정의적인(규약적인)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 물질 공리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공리 , 1, 2, 공리 는 고전적인 가정에 합치한다. 공리 은 마이컬슨-몰리 실험을 토대로 얻은 결론을 일반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물리학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귀납적 방법을 토대로 얻은 결론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 공리 의 경우에는 이 책이 출판된 1924년을 기준으로 직접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지만, 이 공리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상대성원리가 위배됨을 고려해볼 때, 그리고 정리 21이 공리 대신 경험적으로 시험될 수 있음을 감안해볼 때, 공리 는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리 또한 1924년 현재 직접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 공리 또한 상대성원리를 전제하고 있는 까닭에 간접적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자신의 구성적 공리화가 이른바 빛의 속도 일정의 원리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설명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빛 원리는 단일한 진술이 아닌 주장들의 모음이다. , 이 원리에는 경험적 진술들과 규약적(임의적) 정의들이 복합되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빛 원리는 빛 공리 에서 , 정의 1에서 17을 포함하며 경험적으로 잘 수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리들로부터 경험적인 사실들이 도출되기 위해서는 정의들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빛의 원리가 시계와 측정 막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될 경우, 이 때에는 공리 에서 , 정의 1에서 12, 정의 18에서 21이 포함된다. 이 경우에도 경험적으로 입증이 잘 되어 있다. 빛의 원리를 더 일반화시킬 경우에는 공리 에서 , 정의 1에서 21을 포함하게 되며, 이러한 일반적인 원리 또한 경험적 입증의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빛의 원리는 공리들과 정의들이 결합된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2장의 나머지 부분에서 라이헨바흐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개념들과 귀결들을 논박하려는 저자들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검토하고 재반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한 저자들의 주장의 중심에는 절대적 시간의 개념과 절대적 동시성의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절대시간이란 특수한 시간 계량함수 및 특수한 동시성의 선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모든 시계들이 항상적으로 특정하게 선호되는 계의 시계와 동기화되도록 조정될 경우, 이를 절대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시간을 위해서는 무한히 빠른 속도 또는 무한히 빠른 시계 운송이 요구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시간에 관한 주장이 맞는지의 여부는 경험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비록 절대 동시성의 정의가 동시성에 대한 다른 정의들에 비해 논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점은 세계에 대한 참과 관련되지 않는다. 그와 같은 단순성은 기술적 단순성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시간을 정의하는 하나의 방법은 절대 운송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운송시간을 사용해서 절대시간을 정의할 경우 이는 다음과 같다. ‘한 장소에서 두 자연시계들이 동기화되었다면, 이후 이 두 시계는 다른 장소에서도 동시적이다.’ 이 정의에서 우리는, 절대적 동시성을 특성화하는 데 있어 계량함수가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라이헨바흐는 이와 같은 정의의 유일성이 보장되지 않음을 보임으로써 이 정의를 반박하려 한다. 라이헨바흐가 생각할 때, 이 정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제시하는 공리 A가 만족되어야 한다.

 

공리 A. 절대 이동 시간 : 같은 장소에서 동시적인 두 자연 시계는, 서로 다른 경로들을 통해 운송된 이후 동일한 장소에서 비교되었을 경우에도 동시적이다.

 

   과연 특수 상대성이론의 어떤 공리들로부터 공리 A의 거짓이 따라나오는 것일까?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절대 동시성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제시되는 좀 더 완화된 공리인 공리 B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리 B. 절대 이동 시간 : 결과하는 동시성은 균일한 운송 속도의 크기와 방향에 독립적이다.

 

    하지만 공리 B는 물질 공리들과 상치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공리 B는 공리 와 공리 을 제외한 다른 공리들과 양립가능하지만 공리 와 공리 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라이헨바흐는 공리 A와 공리 B를 다른 공리들과 결합해서, 두 개의 균일하게 운동하는 계 KK' 사이를 맺어주는 내적으로 일관된 공식을 도출함으로써 이를 증명하고자 한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서 라이헨바흐는 정의 1617을 다음과 같은 정의 ab로 대체하고 보조적인 공리 C를 추가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공리 BC가 공리 에서 , 과 양립함을 보이면 공리 B 혼자서도 그것들과 양립가능함이 따라나온다.

 

정의 a. 강체 막대들에 의한 길이 단위의 이동 : 길이 단위의 이동은 한 강체 막대의 운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정의 b. 자연 시계들에 의한 시간 단위의 이동 : 시간 단위의 이동은 한 자연 시계의 운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공리 C. 절대 이동 시간 : 정의 8에 따르는 아인슈타인의 동시성과 동일한 운송 동시성을 만족시키는 체계 K가 하나 존재한다.

 

   이후 라이헨바흐는 공리 에서 , 정의 1에서 15, 18에서 21, 정의 ab, 공리 BC로부터 하나의 변환을 도출해내는데, 이 변환은 시간 간격의 상대성을 배제하며 공간적 거리에 대한 상대성의 조건 또한 위배한다. 이 같은 상태에서 공리 를 결합했을 경우 공리 와 상충되는 결과가 얻어짐을 보일 수 있으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 절대 운송시간은 상대론적 공리들 전체로부터 배제되는데, 이 때의 배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공리들온 오직 공리 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절대 운송시간은 각각의 공리들과 양립가능하며 빛의 속도가 일정할 경우에도 절대 운송시간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리 의 결합만이, 즉 빛 원리와 상대성원리의 조합만이 절대 운송시간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공리 , 의 경험적 확인 여부에 따라서 절대 운송시간의 참 혹은 거짓 여부가 판가름난다. 만약 공리 이 옳다면 절대 운송시간은 거짓이다.

  

   공리 이 실험적으로 아직 입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리 B에 대한 실험이 바람직한데, 이를 실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로지름 도플러 효과이다. 만약 이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리 B가 입증되고 공리 중 적어도 하나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보이기 위해 라이헨바흐는 가로지름 도플러 효과를 나타내는 공리 D를 제시한다. 그리고 정의 c와 더불어 공리 D와 동등한 공리 E 또한 제시한다. 가로지름 도플러 효과가 입증될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공리 D 또는 E가 입증되는 반면 공리 가 부정적으로 입증될 경우 로렌츠 변환이 배제된다는 것이 라이헨바흐의 결론이다.

 

공리 D. 가로지름 도플러 효과 : 특정 체계 K에 상대적인 등속도 v로 움직이는 시계는

정도로 지연된다.

 

정의 c. 정의 16에서와 유사하게 정의된, 움직이는 체계들에서의 시간 단위 : K'에서 측정된 K에서의 시간 단위는, K에서 측정된 K'에서의 시간 단위와 같다.

 

공리 E. 자연 시계 단위의 상대성 : K'에서 자연 시계들에 의해 운송되는 시간 단위는, 정의 c에 따라서 이동되는 시간 단위와 동일하다.

 

   지금까지는 절대 운송시간을 통한 절대 시간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절대 시간을 정의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절대 신호시간을 통한 정의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의를 도입할 경우에는 공리 , 와 연결되어 있는 시간의 위상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절대 신호시간을 나타내는 두 공리들은 다음과 같다. 이 공리들은 각각 공리 , 5 및 공리 과 상치된다.

 

공리 F, 1. 절대 신호 시간 : 임의의 두 실질점 P, P'가 주어져 있고, P에서의 시간 계열과 양립가능한 임의적인 계량이 주어져 있을 경우,

가 임의적으로 주어진 작은 크기일 때

를 만족시키는 신호 PP'P가 어떤 시각에서도 존재한다.

 

공리 F, 2. 절대 신호 시간 : P로부터 P'으로 향하는 모든 신호에 대해서, P와 동시에 출발하면서도 P'에 더 빨리 도착하는 신호가 하나 존재한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절대 신호 동시성을 정의한 후, 절대 신호의 동시성이 대칭적이고 전이적임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절대 신호 시간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리라고 할 수 있는 정리 α를 증명한다.

 

정의 d. 절대적인 신호적 동시성 : 만약 최초의 신호가 시각 tP에서 출발해서 시각 t'P'에 도착한다면, t'=t이다.

 

정리 α. 절대 신호 동시성의 유일성 : P에서 시각점 t가 주어질 경우, tt't't 모두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시각점 t'가 점 P'에 존재한다. 이 시각점 t't와 동시적이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절대적 동시성이 갖는 몇몇 이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해야 하는 논리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 신호시간은 상대론적 신호시간과 위상적으로 다르며, 절대적 동시성과 관련된 공리들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동시성의 정의와는 독립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상대론적 또는 절대적 신호시간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오직 공리들의 타당성에만 의존하며, 우리의 경험은 절대적 신호 시간이 틀렸음을 말해준다.

  

   이제 라이헨바흐는 빛보다 빠른 신호를 이용하여 동시성을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인다. 이와 같은 신호들은 비실제적 신호라고 불리는데, 이러한 신호들은 공리 , 1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공리 , 1은 한정된 방향을 가진 신호들에 의해서만 만족되기 때문이다. 비실제적 신호는 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까닭에 한정된 방향을 가질 수 없다. , 비실제적 신호를 통해서는 동시성이 제대로 정의될 수 없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절대적 동시성을 정의하려는 추가적인 두 가지의 시도들을 비판하고, 빛 이외의 다른 신호들을 사용해서 기하학을 구성할 경우 해당 신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물체들에 대해서는 해당 신호를 통해 구성된 기하학이 적용되지 않음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 빛 이외의 다른 신호를 통해 기하학이 구성될 경우에는 이 기하학에 물질 공리 에서 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 라이헨바흐는 자신이 수립한 공리화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를 한다. 라이헨바흐가 제시한 공리들 및 정리들은, 수학자들이 그 일관성을 증명한 4차원 기하학에서 도출되는 정리들의 체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관성의 조건을 만족한다. 그리고 공리들 그 자체도 일관적이다. 공리들의 경험적 타당성 여부는 오직 실험만이 결정할 수 있다. 과연 라이헨바흐의 공리화는 최소성의 조건을 만족시키는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라이헨바흐 본인이 인정하고 있듯, 그는 이른바 기초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실들을 공리들로 삼아 공리화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수학적인 측면에서의 최소성및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우아함을 충족시키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리들은 상호독립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만족함을 살펴보았지만, 공리들 가운데에도 일반적인 공리가 있고 특수한 공리가 있다는 점에서 공리들 모두가 동등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라이헨바흐는 자신의 공리화가 과연 최소성상호독립성조건을 만족시키는지의 여부는 더 탐구해 볼 가치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공리화2장을 마무리짓는다.

 

5.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체계적 분석

 

   라이헨바흐는 공리화3장과 4장에서 일반 상대성이론을 다룬다. 3장의 제목은 공리들과 계량함수의 구성이다. 4차원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시공간 연속체는

가 다음과 같은 표준 형식을 갖는다는 사실을 통해 특성화된다.

  

   하지만 우리가 공간의 무한소 영역에서 공간이 유클리드적이라고 할 경우, 무한소 좌표계가 특성화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가 표준 형식

을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한다. 둘째,

가 사라져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한다. 첫 번째 조건은 쉽게 만족되며, 이 경우 세계에 존재하는 특정한 점 Q 이외의 점들에서는

가 표준 형식을 갖지 않아도 된다. 반면 두 번째 조건은 첫 번째 조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두 번째 조건은 선형변환만으로는 만족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점 Q 근방에 있는 점들의

값들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번째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 존재할 경우,

로부터 앞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계

로의 이행이 가능해진다.

  

   조건 12를 모두 만족시키는 계를 국소적 관성계’, 조건 1을 만족시키는 계를 국소적 유사-직교계’, 조건 2를 만족시큰 계를 국소적 측지계라고 부른다. 국소적 유사-직교계의 예로 중력장 아래에 정지해 있는 직사각형의 공간을, 국소적 관성계의 예로 중력장 아래에서 자유낙하하고 있는 직사각형의 공간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소적 측지계는 셋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자유낙하하는 공간에 공간좌표들이 미결정되어 있고, 동시성이 아인슈타인의 정의와 다르게 정의되어 있을 경우, 이 공간을 국소적 측지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논의하기 위해서 네 가지의 중요한 개념들을 도입한다. 그 첫째가 동시성 보존이다. K로부터 K'으로 변환

를 통해 이동할 때, 세계의 특정한 점 사건 Q에 대해서 좌표

가 조건

을 만족시킬 경우, KK'는 점 사건 Q에서 같은 동시성을 갖는다. 이를 무한소 영역에서의 동시성 보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관계는 대칭적 관계이다.

  

   두 번째로 도입되는 개념이 바로 막대의 정지 보존이다. ‘동시성 보존에서와 마찬가지로 계 K에서 K'으로의 이동이 이루어질 때, 세계의 점 사건 Q에서 조건

을 만족시킬 경우, 이를 우리는 막대의 정지 보존이라고 부른다. 만약 무한소 크기의 강체 막대가 시각

K에 정지해 있을 수 있다면, 이 막대는 같은 시각에 K'에서도 정지해 있을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두 가지 개념들을 토대로 라이헨바흐는 미분적으로 정지해 있음의 정의를 제시한다.

 

정의 22. 미분적인 정지 : 만약 강체 막대가 영원히 정지하고 있는 좌표 체계가, 강체의 정지함을 보존하는 변환에 의해서 P가 영원히 정지하게 되는 다른 체계와 접속될 경우, 하나의 강체 막대는 시각

에 실질점 P에서 미분적으로 정지해 있다.

 

   다음으로 라이헨바흐는 시간 질서의 보존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K로부터 K'으로 변환

를 통해 이동할 때, 세계의 특정한 점 사건 Q에 대해서 조건

가 만족될 경우, 이를 시간 질서의 보존이라고 부른다. 유사하게, K로부터 K'으로 변환

를 통해 이동할 때, 세계의 특정한점 사건 Q에 대해서 조건

이 만족될 경우, 이를 점 Q에서의 균일성 보존이라고 부른다. , 라이헨바흐는 근접한 미소 영역에 대해 어떻게 동시성, 막대의 정지, 시간 질서, 균일성이 보존되는지를 네 가지의 개념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성 보존이 막대의 정지 보존과 결합될 경우 균일성 보존은 대칭적인 관계가 된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일반 상대성이론의 주장들을 다음과 같이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 특정한 속성들을 갖고 있는 시공간의 계량함수는 빛, 강체 막대들, 자연시계들을 통해 구성될 수 있다. 둘째, 모든 자연법칙들은 이러한 계량함수에 상대적으로 공변해야 한다. 셋째, 이 계량함수의 계수들

이 중력이론을 도출해야 한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둘째 주장의 경우 상대성원리, 계량함수가 수립되고 난 다음에는 경험적으로 이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까닭에 더 이상의 분석이 불가능하며, 셋째 주장은 등가 원리를 포함하고 있고 이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도출되고 질점의 운동이 도출되지만, 이 또한 경험적으로 시험가능함으로 더 이상의 분석이 불가능하다.

  

   상대성이론의 물리적 의의는 둘째와 셋째 주장에 있다. 하지만 첫째 주장은 둘째와 셋째 주장에 대한 논리적직관적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라이헨바흐는 첫째 주장에 대해서만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주장에서 등장하는 계량함수의 어떤 부분이 경험적이고 어떤 부분이 논리적 구성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까닭에, 라이헨바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특수 상대성이론의 공리화를 토대로 끌어내려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그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계량함수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함을 분명히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후 그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위한 공리 둘과 정의 둘을 제시한다.

 

공리 , 1. 특수 상대성이론의 미소영역적 타당성 : 시작점으로서의 임의의 실질점 P 근방의 어떠한 작은 영역에 대해서도 공리 부터 가 근사적으로 적용되며, 오직 그러한 영역의 점들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공리 , 2. 가속도에 대한 시계와 측정자의 단위의 독립성 : 실질점 P에서 영원히 정지하고 있는 시계들과 측정 막대들은, P에서 미분적으로(differentially) 정지하고 있는 시계들과 측정 막대들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정의 23. 공간적 좌표 체계 : 한 실질점으로 이루어진 체계가 모든 곳에서 현존하고(정의 5) 모든 점에서 미소영역적으로 고정되어 있을 경우(정의 7), 그러한 체계를 공간적 좌표 체계라고 부른다.

 

 

정의 24. 세계의 계량적 결정 : 임의적으로 선택된 공간적 좌표 체계와 임의적으로 선택된 시간 조절(adjustment)에 대하여 세계에 대한 계량적 결정은, 동일한 측정 강체들과 시계들이 모든 곳에서 사용될 경우 공리 -와 정의 1-21에 의해 국소적으로 규정된 계량적 결정과 모든 점들에 있어서 동일하게끔 이루어져야 한다.

 

    라이헨바흐는 앞서 살펴보았던 모든 곳에서의 현존정의를 토대로 고정적(stationary) 좌표계를 정의하고, 이를 다시 일반화하여 일반 좌표계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시킨다. 공리 은 모두 미분적인 공리들임을 알 수 있는데, 왜냐하면 유한한 영역만을 다룰 경우에는 전체적인 성격을 갖는 공리들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제 라이헨바흐가 보이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일반 상대성이론에 공리 , 1과 공리 , 2가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이다. 둘째, 정의 24가 말하는 세계의 계량적 결정이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지, 만약 성취될 수 있다면 이를 위해서 필요한 측정 장치들의 최소량인지 얼마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공리 , 1은 국소적 관성계의 존재를 이용하지 않은 사실에 의해서 특성화되었으며, 실질점으로 형성된 모든 좌표계에서는 미소적으로 특수 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공리 -을 만족시키는 국소적 계들의 부류는 국소적 관성계의 부류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일반적이며,

의 연속성과 미분가능성이 전제되어 있다.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공리 , 1가 일반 상대성이론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공리 , 2 또한 포함되어 있다. 공리 , 2는 모든 강체 막대

이 영원히 정지하고 있는 막대

와 같이 행동함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장은 전혀 명백하지 않다. 왜냐하면 가속도가 막대를 변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리는 다름 아닌 일반 상대성이론의 가정이며, 이로부터 정적인 중력장 아래에서의 강체와 시계의 행동들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귀결들이 도출된다. 또한 이 공리는 이른바 시계의 역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전제가 된다. , 공리 , 2는 명백하게 상대성이론에 의해 주장된 공리이다.

  

   하지만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는 닫힌 체계에서 정의되었다. 중력장에 노출된 물체들은 물리적 힘에 영향받을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과연 공리 , 2는 어떤 근거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 과연 우리는 중력장 아래에서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를 상정할 수 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작은 자유낙하 물질이 사용될 경우, 그래서 그 물질이 측지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간주된다면, 그 물질을 기준으로 볼 때 물리적 힘이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 물질은 무한소 극한에서의 닫힌 체계가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가정이 추가되어야 한다. , 중력장 아래에서 물리적 힘들에 의한 변화들이 영원하지 않아서 비관성계들을 통한 단위의 운송이 가능하다는 가정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중력장 아래에서는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의 탄성력이 내부적 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다고 상정할 수 있다. , 외부적 탄성력이 내부적 탄성력에 대해서 무시할 만큼 작을 때 공리 , 2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라이헨바흐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추가한다.

 

정의 25. 미소영역적으로(infinitesimally) 닫혀 있음 : 만약 하나의 물질적 체계가 중력장의 세기에 의한 시공간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충분히 작도록 선택될 수 있을 경우, 그리고 내부 물리적 힘들에 대한 외부 물리적 지지력들의 비율이 물질적 체계가 축소됨과 더불어 0에 다가갈 경우, 해당 물질적 체계를 미소영역적으로 닫혀 있다고 부른다.

 

   이 정의는 단지 점진적이고 근사적으로 만족되며, 이 정의가 경험적으로 지지되는지의 여부는 실제 경험을 통해 확인되어야만 한다. 정의 25와 더불어 공리 , 2는 강체 막대 및 자연시계와 양립가능해진다. 그리고 원자는 정의 25를 근사적으로 만족시키므로 적법한 자연시계라고 볼 수 있다.

  

   공리 , 1은 빛 공리들이 어떤 종류의 운동을 하는 좌표계들에 대해서도 적용됨을 주장하고 있는 까닭에 특수 상대성이론의 영역을 벗어난다. 특수 상대성이론의 경우에는 빛의 속성들만으로 관성계가 충분히 정의될 수 있었지만, 일반 상대성이론의 경우는 어떠한가? 공리 -를 만족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계량함수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갖는데, 이 계량함수는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요구하는 표준 계량함수에 비해 그 외연이 넓다. , 빛 공리들의 적용만으로는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요구하는 국소적 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빛 기하학만으로는 오직 비율

가 결정될 수 있을 뿐이다. 국소 관성계는 빛 기하학적으로 결정될 수 없으며, 공리들로부터의 이탈이 최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빛 공리들이 제시하는 조건은 더 넓은 범위의 집합을 결정하는 까닭에, 중력장에서

의 절대값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연시계, 강체와 같은 물질적 사물들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 사이의 차이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물리적 사물들을 통한

의 표준화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도 자연시계와 막대에 대해 모든 곳에서

이 성립할까? 그렇지 않다. 자연시계에 대해서는 이 관계가 성립하지만, 더 이상 측정 막대에 대해서는 이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라이헨바흐는 측정 막대의 특성적 길이라는 정의를 다음과 같이 도입한다.

 

정의 26. 특성적(characteristic) 길이 : 측정 막대의 양 끝에서 두 동시적 사건들이 발생하고, 이 때 강체를 따라 이동하는 빛의 속도가 양방향에서 같도록 동시성이 정의되어 있을 경우, 해당 측정 막대의 특성적 길이를 얻게 된다.

 

   이 정의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만족되는지의 여부는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정의를 토대로 막대의 정지와 동시성의 보존이 국소 직교계에 전이될 수 있으며, 이 정의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적 길이가 국소 직교계에서의 강체 막대의 길이와 같다. 이상과 같이 정의 26까지 도입할 경우 우리는 정의 24가 유일함을 증명할 수 있으며, 이로써 무한소 영역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을 만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특수 상대성이론의 공리화를 확장할 경우 일반 상대성이론의 첫째 주장이 합당함을 보인 것이다.

 

  

6. 일반 상대성이론의 전체적 특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의 계량함수를 구성하고 난 뒤에는, 특수 상대성이론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인 전체적 속성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3장의 논의에서는 미분적인 원리를 통해서만 시간과 공간을 특성화시켰지만, 무한소 영역에서의 공리들이 갖는 전체적 타당성의 귀결로 공리들 중 일부가 유한히 연장된 영역에서도 타당할 것인지를 물어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이헨바흐는 특수한 사례들부터 분석을 시작한다.

가 특정한 단순 조건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어떤 공리들이 유한한 영역에서 타당할 것인가? 이와 같은 단계들을 거쳐가며 라이헨바흐는 특수한 유클리드적 시공간에서 일반적인 시공간으로의 전이가 가능하게끔 만든다.

  

   우선 라이헨바흐는 정적(static) 의 경우를 분석한다. 정적 장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에 독립적이다. 둘째,

. 셋째,

는 양의 유한값이다. 넷째,

. 이 경우 공리 , 가 타당하고 공리 또한 만족된다. 공리 , 1과 공리 , 2 또한 타당하다. 하지만 정적 장에서 공리 는 유지되지 않는다. , 정적 장에서는 빛 기하학이 비유클리드적인 특성을 갖고 이는 중력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공리 -의 타당성만으로도 빛 기하학의 수립이 가능하지만, 공간의 기하학이 유클리드적이지 않은 까닭에 빛 기하학의 용어들로는 정적 장을 유일하게 정의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공리 -로는 정적 장의 유일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스칼라 장에서의 정적인 경우에 있어서도 빛 기하학은 계량함수를 미결정적인 것으로 남겨둔다. , 공리 -의 타당성은 아인슈타인이 제시하는 정적 계의 개념보다 더 넓은 범위의 부류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 넓은 부류에서 추가적으로 특정 정적 계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강체 막대나 자연시계와 같은 물질적 요소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정적 장에서는 시간 단위가 더 이상 자연시계에 의해서 전송되지 않으므로,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계량함수를 구성해야 한다. 첫째, 우선 빛 기하학적으로

를 얻는다. 둘째, 시간을 정의 8에 의해서 조정한다. 셋째, 자연시계를 추가시킨다. 이렇게 계량함수가 구성된 정적 장에서는 막대의 정지, 동시성, 균일성, 시계열(temporal sequence)이 보존된다. 이어서 라이헨바흐는 유한한 사물들의 강체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의 27. 일반 좌표 체계에서의 강체성 : 만약 어떠한 미소영역적으로 근방인 두 점도 강체 막대에 의해 영원히 접속될 수 있다면, 그러한 공간적 좌표 체계를 강체적이라고 부른다.

 

    정의 27의 의미에서 정적 계는 강체적이고, 물질 공리들 중 , 1만 유한한 영역에서 타당하다. 나머지 공리들은 오직 미소영역적으로만 타당하다. 특히 공리 은 오직 미소영역적으로만 타당하며, 빛 시계는 무한소의 차원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빛 시계의 단위가 그것의 방향에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정적 계에서는 시간 단위가 운송되지 않고 오직 신호를 통해서만 전달되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정적 계에서도 시간 단위가 운송가능하도록 시간을 정의할 경우, 정적 계에서는 더 이상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서 속도가 달라질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라이헨바흐는 일반 상대성이론의 주요 경험적 귀결들인 적색편이’, ‘빛의 휘어짐’, ‘수성의 근일점 운동에 대해서 논한다. 우선 적색편이의 경우, 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정들에 의존하고 있다. 첫째, 원자는 시계이다. 둘째, 빛은 방정식

을 만족시킨다. 셋째, 시계는 충분히 근사적으로 정적(또는 고정적)이다. 넷째, 아인슈타인의 방법론에 따르면

는 뉴턴 중력 포텐셜에 점차적인 근사가 되는 방식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이 네 가지 가정들 중 마지막 가정은 특별히 중요하다. 이 가정은 천문학적 세계에 대한

의 값들은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추론되며, 그 값들은 뉴턴 이론으로의 근사적 전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는데, 아인슈타인이 사용한 이와 같은 방법론은 매우 그럴싸하지만 이와 관련된 유일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론은 중력장 방정식들과 등가 원리를 가정들로 포함하고 있다. 빛에 상대적인 시계의 계량함수적 행동은 2차적인 중요성만을 가진다. 시계가 고전역학적 의미에서의 절대시간에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적색편이는 발생하므로, 적색편이는 중력에 상대적인 시계의 계량함수적 행동에 대한 가정에 의존함을 알 수 있다.

  

   빛이 휘는 것은 앞서 제시되었던 가정들 중 가정 2, 3, 4에 근거한다. 그러나 빛의 휨은 비율인

만을 제공해줄 뿐이지

의 절대적인 값들을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수성의 근일점 운동은 아인슈타인 중력 이론의 참됨을 지지하는데, 이 운동 또한

와 시계, 막대, 빛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증명해주는 것이 없으며 오직 가정 34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적색편이와 빛의 휨만이 공리 -에 따라 정의된 실질적 계량함수와 중력의 관계에 대한 증거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오직 적색편이만이 시계에 의한

의 표준화가 실질적 계량함수와 중력 사이의 관계와 양립가능함을 보여준다.

  

   이제 라이헨바흐는 고정적(stationary) 의 경우를 분석한다. 고정적 장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와 독립적이다. 둘째,

. 셋째,

는 양의 유한값이다. 넷째,

. 이 조건들에 의하면 유한한 영역에서 공리 과 공리 , 공리 , 1이 타당하지만 공리 , 2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정적 장에서는 더 이상 순환이동 공리가 타당하지 않으므로, 고정적 장에서의 동기화는 단순히 대칭적일 뿐 더 이상 전이적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고정적 장에서의 동시성은 관성계와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으며,

의 기하학으로부터 강체 막대의 기하학을 직접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라이헨바흐는 고정적 장의 한 사례인 회전하는 원반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반에 있어서도 전이적인 동기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반 전체의 공간적 기하학은 유클리드적인 반면, 원반 위의 강체 막대의 기하학은 원반의 기하학과 같지 않다. 왜냐하면 원반 위의 막대의 경우, 회전의 수직 방향과 수평 방향에서의 길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원반 위에 그려진 반지름 1인 원은 강체 막대에게는 장축 반지름이 1이고 단축 반지름이

인 타원이 된다.

의 기하학은 유클리드적이지만 강체 막대의 기하학은 비유클리드적이고, 원반 위에서는 순환이동 공리인 , 2가 적용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고정적 장에서는 동기화가 더 이상 전이적이지 않은 까닭에 빛 기하학적 구성은 실패함을 알 수 있다. 고정적 장에서 길이의 동일성 정의인 정의 10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며, 고정적 장에서는 페르마의 원리 또한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리 이 적용되지 않는다. , 고정적인 계에서는 계량함수적 결정을 빛 기하학을 통해 직접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실패한다. 빛 기하학은 고정적 계의 계량함수를 미결정된 상태로 남겨둔다는 뜻이다.

  

   그 다음 분석의 단계는 고정적 계보다 더 일반적인 실질계(Real System)’에 대한 분석이다. 실질계가 갖추어야 하는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 둘째,

는 양의 값이고, 확정적이며, 2차의 형태를 띤다. , 다음과 같은 부등식들이 만족되어야 한다.

. 셋째,

는 실수이고 연속이며 미분가능하다. 넷째, 오직 겉보기의 특이점들만이

에 등장할 수 있다. , 적절한 변환에 의해 특이점들이 제거될 수 있다.

  

   이 계에서는 모든 점들에서 하나의 실질점이 정지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는 계의 고정점에 대해서는 특수 상대성이론이 미소영역적으로 적용됨을 의미한다. 실질계에서 공리 , 1과 공리 은 유효하지 않으나 공리 과 공리 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3차원 공간의 위상적 관계들은 시간에 따라서 변하지 않으며, 이는 세계가 자연스럽게 공간과 시간으로 분리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질계에서는 공리 과 공리 , 정의 1-4, 정리 1-10만이 유효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시공간이 실질계에서 최소한의 실제적 의미만을 가지고, ‘모든 인과적 과정들은 같은 시간의 방향에서 일어난다인과성의 조건이 가장 중요한 물리적 세계의 특성임을 알 수 있다. 실질계에서 공리 , , 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실질계에서 계량함수적 특성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우 일반적인 중력장에서도 시간 질서의 위상학적 특성은 특수 상대성이론의 그것과 동일하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의 마지막으로 라이헨바흐는 가장 일반적으로 허용가능한 체계를 다룬다. 이 체계가 만족시켜야 할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는 관성 지수가 1인 비정형 2차 형식의 계수들이며 다음과 같은 부등식들이 만족되어야 한다.

. 둘째, 함수

는 실수이고 연속이며 미분가능하다. 셋째, 오직 겉보기의 특이점들만이

에 등장할 수 있다. 이제 라이헨바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위와 같은 가장 일반적으로 허용가능한 체계가 항상 전체로서의 세계의 실제계에 일대 일 변환을 통해 변환될 수 있는가?

  

   라이헨바흐에 따르면, 이 체계로부터 실제계로 이동하는 연속적인 변환이 존재한다는 것은 증명되어 있지만 이 변환이 일대 일 변환인지의 여부는 분명하지가 않다. 우리는 유한한 영역에서의 일대 일 변환이 가능함을 보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세계 전체에 적용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의문으로 남는다. 라이헨바흐가 이 책을 쓸 당시까지만 해도 아원자 과정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접근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세계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 인과성에 대한 새로운 공리들을 추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유한한 영역 내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체계로부터 실제계로의 변환이 가능하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중력장의 유한한 영역에서도 시간 질서의 위상학적 속성들을 나타내는 공리 과 공리 는 여전히 타당하다. ,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이행하면서 계량함수적 특성들은 포기되지만, 기초적인 시공간의 위상학적 특징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또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여전히 유지되며, 시간과 공간은 위상적으로 분리 가능한 것이다.

 

7.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체계적 분석의 주요 귀결들에 대한 고찰

 

    『상대성이론의 공리화는 기본적으로 전작인상대성이론과 선험적 인식에서 표명되었던 과학적 지식의 분석이라는 방법론적 정신 아래에서 쓰여졌다. 하지만 전작과는 달리 이 책에서비로소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인식론적 분석을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수행한다. 전작인 상대성이론과 선험적 인식이 선험적인 성격을 띤 공리들이 어떻게 경험적인 반박에 직면하게 되는지, 어떤 의미에서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인식이 동등화로서의 인식인지를 대략적으로 그려내는데 불과했다. 반면 이 책 공리화에서 라이헨바흐는 상대성이론이라는 물리학 이론의 경험적 기초가 되는 공리들은 무엇인지, 이 공리들과 더불어 결합되는 임의적이고 규약적인 정의들이 무엇인지, 공리들과 정의들이 결합된 공리체계가 일관성완전성유일성 등의 조건들을 만족시키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라이헨바흐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구성적으로 공리화하는데 이 책의 상당한 비율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적어도 경험적 차원에서는 특수 상대성이론이 일반 상대성이론보다 더 기초적이고 단순하다고 판단했으며, 더 기초적이고 단순한 특수 이론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더 일반적인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을 해나가는 절차를 밟는다.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 총 13개의 빛 공리들과 6개의 물질 공리들 및 21개의 정의들을 사용한다. 빛 공리들 중 공리 과 공리 에 속하는 공리들은 빛 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 신호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간 질서에 대한 위상적공리들이다. 공리 페르마의 공리가 도입된 이후에야 빛 신호 고유의 특징이 공리체계에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공리 와 공리 가 추가적으로 도입되면 굳이 물질 공리들을 도입하지 않아도 특수 상대성이론에서의 계량함수를 구성할 수 있다는 발견한 것은 라이헨바흐가 거둔 중요한 성과였다.

  

   라이헨바흐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까지만 해도 물질의 미시적 구조에 대한 물리학적 이론이 완전히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빛 기하학만으로도 특수 상대성이론의 계량함수가 구성된다는 것은 의미있는 귀결이었다. 라이헨바흐가 생각할 때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이룬 중요한 물리학적 성과는, 강체 막대와 자연시계의 시험가능한 특징들을 반영하는 물질 공리들이 다름아닌 빛 기하학을 따른다는 것을 발견한 데 있었다. 폰 노이만과 헤르만 바일은 라이헨바흐의 공리화를 토대로 관성계의 유일성을 보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변환의 선형성을 증명에서의 오류를 적절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라이헨바흐의 작업을 완전히 무화시키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냐하면 이들의 지적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라이헨바흐의 공리화가 허용하는 변환 집합은 외연은 선형 집합에 비해 부분적으로 확장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라이헨바흐가 폰 노이만과 바일의 지적이 자신의 공리화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소수의 추가적인 정의들의 도입만으로도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구성적 공리화를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 및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어떤 종류의 공리들이 더 일반적이고 기초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시간의 질서에 대한 위상적 공리들이 가장 기초가 되고 공간의 질서는 이와 같은 위상적 공리들을 토대로 수립할 수 있는 까닭에, 특수 상대성이론에서도 시간과 공간이 여전히 분리될 수 있으며 시간이 공간보다 더 기초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굳이 기초적인 물질들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빛 기하학만으로 공간의 질서 및 공간의 계량함수를 수립할 수 있는 까닭에, 빛 공리들과 물질 공리들 또한 구분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구성적 공리화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경험적 기초가 신뢰할만한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라이헨바흐가 제시한 공리화에서의 공리들은 모두 합당한 경험적 지지를 얻는 것으로 밝혀진 까닭에, 특수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되는 경험적 사실들은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경험적 타당성을 이성의 형식이 아닌 경험적 사실들에서 찾은 것이다.

  

   라이헨바흐가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화를 통해서 성취한 또다른 중요한 성과는 절대 시간을 정의하려는 시도들에 대한 반박을 분명히 했다는 데에 있다. 라이헨바흐는 절대 시간이 동시성을 정의하는 하나의 정의로서 정의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절대 시간이 정의될 경우 이것이 어떤 공리들과 모순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절대 시간의 합당성 여부 또한 직관에의 합치가 아닌 경험적 증거를 통해서 정당화되어야 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라이헨바흐는 절대 시간과 절대적 동시성 또한 아인슈타인의 동시성 정의와 같은 하나의 정의에 지나지 않으며, 이 정의의 합당성 여부는 그것이 경험적으로 타당한지의 여부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함을 논증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논증은 물리적 기하학에 관해서도 제시된다. 적어도 특수 상대성이론의 범위에서 물리적 세계에 적용되는 기하학이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주장은 물리적 기하학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주장에 비해서 차별화되지 않는다. 만약 두 주장이 동일한 경험적 기초를 제공해주는 공리들에 근거하고 있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유클리드 기하학은 동일한 실재에 대한 서로 동등한 기술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라이헨바흐가 말하는 보편력 X’를 제거하도록 만들어주는 더 단순한기하학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 때의 단순성이 공리들은 유지한 채 정의들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단순성이라면 이는 이론의 참됨과는 관련이 없는 기술적 단순성(descriptive simplicity)’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기술적 단순성또한 물리학 이론을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라이헨바흐가 아인슈타인의 동시성 정의 및 비유클리드 기하학 또한 절대 시간의 정의 및 유클리드 기하학과 대등한 차원에 있음을 주장하는 데, 그리고 이들 중 어떤 정의와 어떤 기하학이 물리학에 있어 더 합당한지에 대한 평가는 오직 경험적으로만이루어질 수 있음을 주장하는 데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라이헨바흐의 분석은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다. 그는 특수 이론에서의 분석을 일반화시키기 위해서 시간 질서’, ‘막대의 정지’, ‘동시성’, ‘균일성이 어떻게 보존되는지를 정의하고, ‘미분적인 정지의 개념을 도입한다. 그리고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경험적 공리로서는 오직 두 개의 공리들만을 도입한다. 두 공리들 중 첫 번째는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도 특수 상대성이론이 미소영역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주장하며, 두 번째는 시계와 측정자의 단위가 가속도에 독립적임을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라이헨바흐가 특수 이론에서 등장하는 공리들의 경험적 타당성을 -상대론적으로 알려져 있고 실험가능한 경험적 사실들에서 찾은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공리들의 근거를 다름 아닌 일반 상대성이론 자체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라이헨바흐가 특수 상대성이론과는 달리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구성적 공리화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수 이론을 분석할 때 라이헨바흐는 특수 이론의 핵심을 차지하는 로렌츠 변환을 직접 유도했지만, 일반 이론에 대한 분석에서 그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자신의 공리화를 근거해서 유도해내지는 않는다. 그는 단지 일반 상대성이론에서의 시공간 계량함수가 빛, 강체 막대들, 자연시계들을 통해 구성될 수 있는지의 여부만을 묻는다. 그는 이 물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답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답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특수 상대성이론을 뒷받침하는 공리들 중 상당 부분이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의 위상적 질서에 관한 공리들인 공리 과 공리 만 유효한 까닭에 여전히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더 이상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동등하지 않다. 둘 중 어떤 기하학이 더 적합한 기하학인지는 경험적으로 따져야 할 문제이며, 일반 상대성이론의 경험적 성공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옳은 물리적 기하학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8. 맺는 말: 상대성이론의 공리체계적 분석, 그 의의와 한계

 

   글리모어(Glymour)가 적절하게 지적한 바 있는 것처럼, 상대성이론에 대한 라이헨바흐의 분석은 기본적으로 칸트적인 정신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졌다. 라이헨바흐 또한 칸트와 유사하게 상대성이론이라는 물리 이론이 어떤 의미에서, 왜 타당한 이론인지를 인식론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에 대한 철학적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헨바흐는 칸트와 달리 현대 물리학 및 수리논리학적 기호법에 익숙했으며 이들을 자신의 인식론적 분석에 적극 활용했다. 또한 그는 칸트와는 달리 이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과학적 지식의 분석을 통해서 과학이론에 대한 인식론을 수립하려 했다.

  

   적어도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과 관련해서 라이헨바흐가 거둔 철학적 성과는 상당해보인다. 라이헨바흐는 이 이론이 근거하는 경험적인 공리들이 무엇이며, 이 공리들에 덧붙여진 임의적이고 규약적인 정의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자신의 구성적 공리화가 매우 성공적임을 보일 수 있었고, 이러한 성공을 통해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의 여러 인식론적 함축들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동시성이라는 것은 일종의 정의이자 규약이라는 것, 시간적 질서는 공간적 질서에 비해 논리적으로 더 우선하고 기초적인 것이라는 것, 위상적 공리들이 도입된 다음에야 빛의 고유한 특성에 관한 공리가 도입된다는 것, 빛 공리들과 물질 공리들은 구분되며 물질 공리들이 빛 기하학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 등과 같은 사실들은 특수 상대성이론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물리학 논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식론적 명료화의 귀결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철학적 분석의 위력은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라이헨바흐는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유효한 공리들 중 어떤 공리들이 일반 이론에서도 유효한가를 보여주었을 뿐, 일반 상대성이론에서의 중요한 귀결들(특히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어떻게 유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라이헨바흐가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본격적인 구성적 공리화의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그 까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추측을 제안해 볼 수 있다. 라이헨바흐의 문제 의식은 발견의 맥락이 아닌 정당화의 맥락에 머물러 있었고, 그는 정당화의 맥락은 한 과학이론이 어떻게 경험적으로 정당화되는지의 여부를 탐구하는데 국한된다고 생각했다. ‘경험적 정당화에 있어서 상대성이론은 특수 이론으로부터 일반 이론으로 나아가고, 적어도 정당화의 맥락에서 일반 이론은 특수 이론을 점차적으로 일반화시키고 확장시켜나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을, 특수 상대성이론에서의 공리들 중 어떤 공리들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탐구로 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석이 왜 한계가 있는지는 분명해보인다. 이는 특수 상대성이론에 대한 분석과는 상반되게, 일반 상대성이론이 토대가 되고 있는 공리들 및 정리들의 위계질서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하며, 어떤 의미에서 일반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고전적인 중력 이론과 유사하고 다른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통찰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일반 상대성이론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그리고 있지 못한 라이헨바흐의 분석은 특수 이론과 일반 이론 사이의 계보학적 관계, 뉴턴 역학과 상대론적 역학 사이의 계보학적 관계 등과 같은 이론들 사이의 동학(Dynamics)’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라이헨바흐의 결점은 그가 정당화의 맥락에 머물러 있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라이헨바흐는 과학이론의 전체적인 얼개를 기술하는데, 이론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탐구의 초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 고 문 헌

 

루돌프 카르납 지음, 윤용택 옮김 (1993), 과학철학입문(서울: 서광사).

 

막스 야머 지음, 이경직 옮김 (2008), 공간개념: 물리학에 나타난 공간론의 역사(서울: 나남).

 

한스 라이헨바흐 지음, 이정우 옮김 (1986), 시간과 공간의 철학(서울: 서광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레오폴트 인펠트 지음, 지동섭 옮김 (1990), 물리이야기(서울: 한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김종오 옮김 (1996), 상대성이론(서울: 미래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홍수원구자현 옮김 (2003), 나의 세계관(서울: 중심).

 

위르겐 네페 지음, 염정용염영록 옮김 (2005), 안녕, 아인슈타인(서울: 사회평론).

 

임경순 편저 (1997), 100년 만에 다시 찾는 아인슈타인(서울: 사이언스북스).

 

한스 라이헨바흐 지음, 이정우 옮김 (1986), 시간과 공간의 철학(서울: 서광사).

 

Kosso, Peter. (1998), Appearance and Reality: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Physic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Reichenbach, Hans. (1938), Experience and Predict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Reichenbach, Hans., Translated by Maria Reichenbach and John Freund (1958), The Philosophy of Space and Time (New York: Dover Publications).

 

Reichenbach, Hans., translated and edited with introduction by Maria Reichenbach (1965), The Theory of Relativity and A Priori Knowledge (Californ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Reichenbach, Hans., Translated and edited by Maria Reichenbach (1969), Axiomatization of the Theory of Relativity (Californ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Reichenbach, Hans., Principal Translations by Elizabeth Hughes Schneewind, Edited by Maria Reichenbach and Robert S. Cohen (1978), Hans Reichenbach: Selected Writings 1909-1953 vol. 1 (Dordrecht: Reidel Publishing Company).

 

Reichenbach, Hans., Edited by Steven Gimbel and Anke Walz (2006), Defending Einstein: Hans Reichenbach's Writings on Space, Time, and Mo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Ryckman, Thomas. (2005), The Reign of Relativity: Philosophy in Physics 1915-1925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Edited by Wesley Salmon (1979), Hans Reichenbach: Logical Empiricist (Dordrecht: Reidel Publishing Company).

 

Schlick, Moritz., Translated by Henry Brose (2006), Space and Time in Contemporary Physics (New York: Prometheus Books).

 

Sklar, Lawrence. (1976), Space, Time, Spacetime (Californ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Sklar, Lawrence. (1992), Philosophy of Physics (San Francisco: Westview Press).

 

Suppe, Frederick. (1989), The Semantic Conception of Theories and Scientific Realism (Chicago: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Torreti, Roberto. (1999), The Philosophy of Phys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