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한스요한 글로크, [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 독서노트

강형구 2016. 9. 25. 17:28

 

한스요한 글로크 지음, 한상기 옮김, 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2009, 서광사)

Hans Johann Glock, What is Analytic Philosophy?, 2008, Cambridge University Press.

 

(1)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역자의 요약

  

   “...현 상태의 분석철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지은이는 분석철학의 역사적 기원과 뿌리를 검토하고, 그동안 분석철학의 전형적 특징으로 거론되었던 것들이 분석철학을 정의하는 특성이 될 수 없음을 밝힌다. 분석철학이 대륙철학에 비해 지리-언어적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진행된 철학이라는 주장, 대륙철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를 무시하거나 경시한다는 주장, 형이상학에 대한 거부나 언어적 전회 등을 중심으로 한 특정 신조를 고집하거나 실천철학을 멀리하고 이론철학만 한다는 주장, 분석적 방법 또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거나 명료성만을 중시한다는 주장, 윤리학이나 정치철학에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분석철학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철학이라는 주장까지 일일이 세심하게 검토하면서 이런 주장들에서 거론되는 특성들이 분석철학을 정의하는 특징이 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필요충분조건을 통한 분석적 정의로 분석철학을 정의하는 일의 한계를 지적하고, 가족 유사성과 역사적발생적 개념이 가미된 지은이 자신의 분석철학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6~7)

 

(2) 중요 내용 발췌

  

   “...그렇지만 우리는 철학이 현대 과학의 고도로 일반적인 어떤 이상들-정밀성, 결과에 대한 상호주관적 탐구와 협력 같은-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과 현대 과학과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똑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구별해야 한다.” (5장 신조와 주제, 267) : 과학적 철학의 이념이 순전한 자연주의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며,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래서 프리드먼(M. Friedman)은 분석명제와 종합명제에 대한 카르납 식의 구별이 자연과학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의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구된다고 주장했다(1997).” (5장 신조와 주제, 269)

  

   “...비트겐슈타인의 유비를 따라 브랜덤, 해커, 맥도월, 퍼트넘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인간이 시간, 공간, 물질로 이루어진 물리 세계를 초월한 실재(예컨대 플라톤주의의 제3세계나 데카르트주의의 영혼 실체)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 즉 자연과학과 다른 관점에서만 적절히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5장 신조와 주제, 272)

  

   “...그래서 그들은(논리실증주의자들) 종종 자신들의 철학을 과학적 철학(scientific philosophy)’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 철학이 과학의 정밀성과 협동하는 특징을 본받으려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서였다.” (6장 방법과 문체, 302)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되는 제안은 분석철학이 철학적 문제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다루며, 그렇게 함으로써 규모에서 좀 더 작으면서도 동시에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6장 방법과 문체, 311)

  

   “...우리가 논의한 특징들(예컨대 역사나 형이상학에 관한 보류, 언어적 전회, 분석의 사용, 과학적 정신, 문체의 명료성과 논증적 엄격성에 대한 열망) 중의 어떤 것도 분석철학자, 그리고 분석철학자만이 공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그럼에도 그 특징들은 분석적 가족 내의 중요한 가닥들, 즉 부분적으로 겹치는 가닥들을 포착한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395)

  

   “...그럴듯한 역사적 개념은 분석철학을 진화하는 철학적 전통, 즉 사회적으로 과거로부터 전해져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는 문제, 방법, 믿음들의 체계로 취급한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09)

  

   “...분석철학은 단순히 추상적이거나 이상화된 대화가 아니라 제도화되고 역사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대화이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11)

  

   “...이런 이유로 나는 역사적 접근방식과 가족 유사성 접근방식을 결합하는 일에 대해 지지 주장을 하고 싶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14)

  

   “...카르납은 논리적 통사론(Logical Syntax, 1937: ⅹⅵ)에서 프레게의 영향을 언급하면서 프레게의 강의가 내가 대학에서 받은 강의들 중에서 가장 유익한 감화를 준 것이었다고 선언한다(1963: 4). 그리고 현재 좋건 나쁘건 프레게가 고안한 술어계산체계는 바로 그 논리 체계로뿐만 아니라 언어와 사고에 대한 분석의 가장 중요하거나 심지어 유일한 도구로 보인다(Ben-Yami 2004: 1~2면을 볼 것).”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18)

  

   “...분석철학은 논리주의 프로그램과 프레게-러셀의 형식논리학 혁명이 무어와 러셀이 관념주의와 투쟁하면서 직면했던, 명제, 개념, 사실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과 결합했을 때에만 발진한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19)

  

   “...프리드먼은 1929년 다보스 학회에서의 이 3자 간 모임이 분석철학/대륙철학 분열의 결정적 사건이었으며, 카르납, 하이데거, 카시러는 모두 신칸트주의 전통이 제시한 문제, 즉 경험의 논리적 선결조건과 지각적 선결조건을 조화시키는 문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논한다.” (8장 다툼이 벌어지는 개념, 가족 유사성, 전통, 423)

 

(3)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들

  

   이 책의 2장인 [역사적 개관]은 분석철학의 역사에 대해서 전반적인 복습을 할 때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의 역자는 영어 문자를 직역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이 책을 매끄럽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책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주장, 즉 분석철학이라는 철학 사조 혹은 철학 학풍은 여러 이질적인 속성들을 통해 가족유사성 개념으로 묶일 수 있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분석철학 개념 자체에 대해서 분석하고자 한 이러한 시도가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들지만, 분명 이러한 시도는 현대 분석철학에서 보이는 여러 문제들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는 분석철학이든 과학철학이든 해당 철학분과 내에서만이 아니라 그 철학이 관련되는 다른 영역에서 그 쓸모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석철학이 정치학이나 윤리학에 적용되어 정치적 문제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과학철학이 과학교육에 기여해서 과학 전공자들의 기본적인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관련 영역에서 철학이 그 역량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대학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연구자는 독서를 할 때도 일반인들보다는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형광펜과 같이 눈에 잘 띄는 도구를 사용해야 나중에 책 내용을 좀 더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연구자는 다른 연구자의 저서를 자신의 연구에 활용할 목적으로 글을 읽는 경우가 많다. 문장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기억하거나 기록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