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데이빗슨, [심리적 사건들]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9. 29. 06:53

데이빗슨(Davidson),심리적 사건들(Mental Events)

  

   심리적 사건들은 물리적 이론의 법칙적 연결망 속에 포착되지 않는다. 심리적 사건들은 물리적 사건들에 인과적으로 의존적인 반면, 물리적 법칙들에 따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한 데이빗슨은,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 한다. 칸트가 시도했던 것과 유사하게, 자유와 자연적 필연성 사이에는 모순이 없음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심리적 사건들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원리들이 있다. 첫째, 적어도 몇몇의 심리적 사건들은 물리적 사건들과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인과성이 있는 곳에는 법칙도 있다(인과성의 법칙적 성격). 셋째, 심리적 사건들이 예측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기초가 되는 엄격한 결정론적 법칙은 없다. 이 세 원리들은 모두 참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원리는 세 번째 원리와 겉보기에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슨은 이러한 모순을 해명하고자 한다.

  

   데이빗슨이 생각하기에, 심리적 사건들은 물리적 사건들과 동일하다. 그는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관련짓는 엄격한 법칙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동일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동일성 이론을 제시하려 한다. 심리물리학적 법칙들의 존재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과 같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법칙적 일원론, 법칙적 이원론, 무법칙적 이원론, 무법칙적 일원론으로 입장들을 구분할 수 있는데, 데이빗슨이 옹호하는 것은 무법칙적 일원론이다.

  

   무법칙적 일원론에 따르면 모든 사건들이 물리적이지만, 심리적 현상에 대한 순수한 물리적 설명이 주어질 수는 없다. 무법칙적 일원론은 심리물리학적 법칙들의 존재는 부정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심리적 특성들은 물리적 특성들에 의존적이며, 심리적 특성들이 물리적 특성들로부터 수반된다고 본다. 물리적 특성이 다르면 심리적 특성도 다르고, 심리적 특성이 달라지려면 물리적 특성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물리적 어휘들을 사용해서 특정한 심리적 사건을 선별할 수는 있지만, 순수한 물리적 술어와 심리적 술어는 서로 외연이 같을 수 없다.

  

   무법칙적 일원론의 입장을 취하면, 앞서 제시했던 세 가지의 원리들이 조화될 수 있다. 인과성과 동일성은 개별 사건들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이다. 이렇듯 인과성과 동일성이 사건들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인 까닭에, 개별 사건들에 대해서 심리적 사건들이 물리적 사건들에 대해 인과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보일 수 있다. 둘째 원리인 인과성의 법칙적 성격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원인과 결과로 관련되는 사건들 사이에는 법칙을 예화하는 기술들이 있는 반면, 법칙을 예화하지 않으면서도 인과성에 대한 참된 단칭 진술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무법칙적 일원론에서의 심리적 사건들과 물리적 사건들 사이의 관계는 두 번째의 원리인 인과성의 법칙적 성격을 위배하지 않는다.

  

   이후 데이빗슨은 왜 엄격한 심리물리적 법칙은 없는지에 대해서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무법칙적 일원론에서는 심리적 술어와 동일한 외연을 갖는 물리적 열린 문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에 법칙적으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데이빗슨에 따르면,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사이에서 법칙적인 연결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정적 행동주의가 실패한 것은, 심리적 사건을 비심리적으로 서술하려고 해도 계속 부족한 부분들이 발생했고, 그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려 할 경우 추가적인 심리적 조건을 부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넬슨 굿맨이 제시한 초랑역설의 경우에도, 데이빗슨은 초랑이라는 술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초랑성은 에메랄드의 귀납적 성격이 아니라는 해석을 제시한다. , 초랑성은 에메랄드라는 물질에 적합하지 않은 술어이다.

  

   비슷하게, 심리적 술어와 물리적 술어는 서로에게 적합하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두 술어는 법칙적으로 연결되기 힘들다는 것이 데이빗슨의 주장이다. 일반화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동일한 종류의 어휘를 사용하는 동종법칙적 일반화이고, 둘째는 다른 종류의 어휘를 사용하는 이종법칙적 일반화이다. 물리과학에 법칙적 진술들이 존재하는 것은, 동일한 개념적 영역 속에 길이의 측정과 같은 구성적 법칙들이 존재하는 것에 의존한다고 데이빗슨은 제안한다. 간단히 말하면, 물리과학에서는 동종법칙적 일반화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연계짓는 일반적 진술들은 이종법칙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 둘 사이는 법칙적 진술들을 통해 연결되지 않는다. 데이빗슨에 따르면,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사이에 법칙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은 이성적인 동물로서의 인간의 특성이라고 결론내려야 한다.

  

   요약하자면, 심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사이에는 범주적인 차이가 있다. 동종법칙적 법칙들은 물리학에서 등장하고, 모든 물리적 사건들에 대한 표준화되고 고유한 기술을 제공하지만, 이는 심리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 사이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물리적 사건과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심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이다. 우리는 법칙 또는 관련된 기술들을 알지 않고서도 단칭 인과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사건은 어떤 물리적 사건과 같지만, 우리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부류로서의 심리적 사건들은 물리적 과학에 의해서는 설명될 수 없으며, 심리적인 것의 무법칙성은 행위가 자율적이라는 관점에 대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요약에 이어 간단한 논평을 붙인다. 수리과학이나 물리과학에서 성립하는 동종법칙적 일반화가 심리적 사건들과 물리적 사건들 사이에는 성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심리적 사건들과 개별적인 물리적 사건들 사이에 단칭 인과관계가 성립함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데이빗슨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인과관계가 성립함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과학에서 엄격하게 동종법칙적 일반화가 성립하는 분야는 수리과학과 물리과학 이외에서는 찾기 힘들다. , 데이빗슨이 말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과학에서는 이종법칙적 일반화들을 통해 과학적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이종법칙적 일반화의 타당성을 시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일반화 및 이전까지 수립되어 있는 잘 확립된 다른 일반화들을 토대로, 그 일반화가 경험적으로 예측하는 사실들을 관찰 또는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리적 사건들과 심리적 사건들의 동일성 논제를 주장하려는 데이빗슨의 입장에서는, 비록 두 종류의 사건들 사이에 이종법칙적 일반화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진 이종법칙적 일반화가 성립하며 그것이 어떻게 경험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데이빗슨은 물리과학의 예를 들면서, 동종법칙적 일반화에 필수적인 것이 동일한 개념적 영역에 속하는 구성적 법칙들의 존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심리적 사건들과 물리적 사건들 사이를 관계짓는 구성적 법칙들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그는 심리적 사건들과 물리적 사건들은 서로 이종적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전제하는 까닭에, 두 종류의 사건들은 동일한 개념적 영역에 속하지 않는 것 또한 미리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미리 가정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철학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문제이다.

  

   즉, 데이빗슨은 특정한 심리적 사건들과 특정한 물리적 사건들 사이에 특정한 이종법칙적 일반화가 성립함을 제시하고, 그 두 종류의 사건들 사이에 이종법칙적 일반화가 아닌 동종법칙적 일반화가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주어야지만 자신의 주장을 타당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이 논문에서 그러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우리는 그가 이 논문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바를(무법칙적 일원론) 그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