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김재권, [심적 인과에 관한 여러 문제들] 요약 정리

강형구 2016. 9. 30. 06:58

 

김재권(Jaegwon Kim),심적 인과에 관한 여러 문제들

  

   심적인 것이 물리적 세계에서 어떻게 인과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내는 것은 심리철학에서의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마음이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세계에 그것의 인과적 힘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심적 인과에 관한 세 가지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무법칙적인 심적 속성들의 문제이다. 어떻게 무법칙적인 속성들이 인과적 속성들이 될 수 있는가? 둘째는 외부적인 심적 속성들의 문제이다. 계산주의로부터 비롯된 구문주의에 따르면, 심리적 상태들의 구성적 속성들인 지향적 속성들은 인과적으로 무관한 속성들이다. 심적 상태들의 표상적 내용이 아니라 구문론적 형태가 인과적으로 유관하다는 것이다. 이는 의미론적 속성들을 관계적 또는 외적인 것으로 만든다. 어떻게 외적이고 관계적인 속성들이 행위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인과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셋째 문제는 인과적 배제의 문제이다. 심적 부류 M에 속하는 속성 m이 물리적 부류 P에 속하는 속성 p를 일으켰다고 하자. 만약 p에 대한 물리적 원인 p*가 존재한다면, m이 기여할 수 있는 인과적 업적은 무엇인가? 물리적 원인이 심적 원인을 배제하는 것 아닌가? 심적 원인과 물리적 원인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만약 한 물리적 사건이 그것의 원인으로서 물리적 사건을 가진다면, 어떻게 심적 원인이 가능한가? 결과적으로, 심신수반과 물리적 실현주의 모두 심적 인과에 난점을 불러일으킨다.

  

   심신수반은 최소한의 물리주의라 할 수 있다. 심신수반은 심적 인과에 대한 명백한 난점들을 초래한다. 심적 인과의 문제는 주류 물리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 심신수반이 일어나거나 실패한다.

  

   심신수반: 시각 t에 무엇인가가 심적 속성 M을 예화시킬 경우, 그것은 시각 t에 물리적 기초 속성인 P를 가지고 있고, 특정 시각에 P를 갖고 있는 어떤 것도 필연적으로 M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심적 속성들은 물리적 속성들 위로 수반한다. 기초 속성은 수반되는 속성에 대하 필연적으로 충분하다. 이 때의 필연성이란 법칙적 필연성이다.

  

() 만약 심신수반이 실패한다면, 심적 인과의 가능성을 이해할 가시적인 방법이 없다.

  

   물리주의자가 ()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가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심신수반은 심적 발생이 물리적 발생에 의존적임을 주장한다. 심신수반이 심적 인과를 가능하게 할 정도로 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충분히 가깝게 만드는지는 또다른 문제이다.

  

() 심적 속성 M이 다른 심적 속성 M* 예화되는 데 원인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 M*는 수반의 물리적 기초 P*를 가진다.

  

() M*의 발생(예화)에 대한 두 종류의 답변이 있다. (a) M으로 인해 M*이 예화되었다. (b) M*의 물리적 기초 P*로 인해서 M*이 예화되었다.

  

   M 없이 P*만으로도 M*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는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 MP*를 일으킴으로써 M*을 일으켰다.

  

   즉, 심신수반의 전제 하에서는, 심적-심적 인과는 심적-물리적 인과를 전제한다.

  

() M은 그 자체로 수반의 물리적 기초 P를 갖는다.

  

   P이면 M이고, M이면 P*이므로, P이면 P*이다. , PP*에 대한 충분조건이다. P는 반사실적 조건문도 만족시킨다. ~P이면 ~M이고, ~M이면 ~P*이므로, ~P이면 ~P*이다. 수반에 있어서 PM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하기 힘들다. 만약 MP*의 원인이라고 하면,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에 어긋나게 된다. 따라서 다음의 해석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

  

() PP*의 원인이 되고, MP에 수반했고, M*P*에 수반했다.

  

   그러나 이 때 MM* 사이에 맺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인과 관계는 진정한 인과 관계가 아 니다.

  

() MM*, MP* 사이에 성립하는 인과적 관계는 오직 겉보기일 뿐이고, 실제로는 PP* 사이의 진정한 인과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 만약 심신수반이 실패한다면, 심적 인과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심신수반이 이루 어진다고 해도, 심적 인과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 심적 인과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비환원적 물리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적 속성은 물리적 속성에 환원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서얼은 생물학적 자연주의를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심적 현상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인 것이다. 서얼은 심적인 것의 인과적 효력을 믿는다. 특히 그는 의식의 인과적 힘을 믿는다. 그러나 서얼의 생물학적 자연주의 또한 앞서 살펴본 것과 유사한 난점에 부딪친다. 심적인 것의 인과적 효력을 믿는 서얼은, 심적인 것에 대한 기술과 생물학적인(신경학적인) 것에 대한 기술이, 하나의 체계의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일어나는 일관된 기술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서로 다른 층위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 수 있는가? 과연 서얼이 주장하는 주관적 존재론과 의식의 비환원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블록도 이른바 2차적 속성에 대한 유사한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2차적 속성이 진정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블록은 2차적 속성이 진정한 인과적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임을 우려한다. 도발성이라는 2차적 속성의 예화는 빨간색이라는 색깔의 예화에 대해 의존적이다. 사실, 빨간색 이외의 다른 원인은 없다.

  

   논평: 요약에 이어 간단한 논평을 덧붙인다. 김재권은 이 장에서, 심적 인과라는 것은 겉보기에 불과한 현상이며 실제로는 물리적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심적 사건 M으로 인해 다른 심적 사건 M*가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우리가 최소한의 물리주의인 심신수반을 받아들일 경우, M*의 물리적 기초 P*가 있을 것이고, M의 물리적 기초 P가 있을 것이며, P로부터 M이 수반하고, M*으로부터 수반의 물리적 기초 P*가 도출되므로, PP*의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강력하고 단순한 논변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 논변을 거부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물리주의를 포기해야 할 듯 한데, 이는 심신수반을 포기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심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에 의존적이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다.

  

   김재권의 논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리는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의 원리이다. 심신수반과 이 원리를 결합할 경우, 환원적 물리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하게 된다. 따라서, 김재권의 논변을 반박하려고 하면 심신수반 또는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의 원리를 공격해야 하는 듯 보인다. 심신수반이 최소한의 물리주의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의 원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리 또한 매우 잘 확립된 원리인 것처럼 보이기에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PP* 사이의 연결고리는 어떤가? 김재권은 PP*의 충분조건이며, 이 둘 사이에 반사실적 조건문의 관계가 성립함을 근거로 해서 PP* 사이의 연결고리의 안정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PP*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물리적 영역에서의 인과적 폐쇄성의 원리에 따르면, 만약 P*라는 물리적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 사건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물리적 원인은 P일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 PP* 사이의 고리도 비교적 단단하다. 결론적으로, 나로서는 김재권의 논변을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지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