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반 프라센, [설명의 화용론] 요약 정리

강형구 2015. 11. 20. 07:09

 

반 프라센, 설명의 화용론

 

4.2. 물음(Questions)

 

   우리는 화용론적 측면에서 설명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이제 화용론적 설명 모형에서 중요한 요소인 물음을 서술하는 일반적인 논리를 세워보자. 물음이란 추상화된 존재자(entity)로서 의문형(interrogative)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물음에 대한 답변에는 여러 유형(typology)이 있다. (1) 하나의 물음에 대한 직접적 답변(direct answer)이 있다. (2) 그 직접적 답변의 핵심(core)이 있다. (3) 직접적 답변으로부터 함축되는 문장을 부분적 답변(partial answer)이라 한다. (4) 직접적 답변을 함축하는 문장을 완전한 답변(complete answer)이라 한다.

 

   직접적 대답을 통해 물음을 특징지을 수 있다. (5) 어떤 물음에 대한 모든 직접적 답변들이 필연적으로 참이라면 그 물음은 공허하다(empty). (6) 어떤 물음에 대한 모든 직접적 답변들이 가능적 의미에서의 참도 아니라면 그 물음은 어리석다(foolish). 이로부터 우리는 어리석은 물음을 물으면 어리석은 답변을 듣는다는 정리를 얻는다.

 

   (7) 물음 Q전제(presupposition)란 물음 Q에 대한 모든 직접적 답변들로부터 함축되는 모든 명제(proposition)들이다. (8) 물음 Q에 대한 정정(correction)이란 물음 Q의 전제들 중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다. (9) 물음 Q(기초적) 전제란 물음 Q에 대한 몇몇 직접적 답변들이 참인 경우에만 참인 진술이다. (10) 물음 Q에 대한 상대적으로 완전한 답변이란 Q의 전제와 더불어 Q에 대한 직접적 답변을 함축하는 모든 명제들이다.

 

   제시된 물음이 어떤 종류의 물음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맥락(context)은 물음의 유형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를 결정하며, 맥락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직접적 답변의 집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벨냅(Belnap)의 이론에 따르면, 직접적 답변의 집합은 선택지(alternative)의 집합과 이 선택지들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요구(request)라는 두 가지 요소로 세분화된다. 제시된 물음을 명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맥락이 위의 두 요소를 정확히 결정해야만 한다.

 

4.3. -물음(why-questions)에 대한 이론

 

   우리에게 주어진 물음이 정확히 어떤 물음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왜-물음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맥락적 요소들을 세분화시켜야 한다. 해당 물음에 대한 주제(topic)와 그 물음에 대한 선택지의 집합인 대조집합(해당 주제를 포함하는 진술들의 집합, contrast-class)을 도입하자. 한 진술의 해당 설명적 유관성(explanatory relevance)은 해당 주제에 주어진 대조집합에 비추어서 생각해야만 한다. 이를 좀 더 형식화시켜보자.

주제

대조집합

유관성 관계

-물음

진술 에 대해 의 관계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에만 는 물음 에 유관하다.

 

   직접적 답변을 정의하기 위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다음의 진술 형식을 생각해보자.

   (*) 라는 이유 때문에, 대조집합 의 다른 속성들과는 대조적으로 이다.

 

   이 진술은 가 참이라는 것, 대조집합의 다른 속성들은 참이 아니라는 것, 는 참이라는 것, 가 왜-질문에 대한 근거(reason)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진술은 양상적(modal) 또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요소를 도입하지 않는다. 이 진술은 오직 만이 관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진술은 가 유일한 근거이거나 적어도 좋은 근거임을 함축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상세하게 진술한다면 다음과 같다.

 

에 대해 의 관계를 포함하고 있는 진술 가 존재하며, ( 이고, 모든 에 대하여 가 아니며, 이다)라는 진술이 참일 경우에만 진술 가 참이라면, 진술 는 물음 에 대한 직접적 답변이다. 이 때 (a) 주제 는 참이고, (b) 물음 의 대조집합과 관련하여 오직 주제 만 참이며, (c) 주제 와 대조집합에 대해 유관성 관계를 포함하는 진술들 중 적어도 하나는 참인 것이 전제된다.

 

   물음 는 이 물음의 모든 전제들이 참인 경우에 일어난다. 는 답변 의 핵심이다. ( 이고, 모든 에 대하여 가 아니다)라는 진술을 물음 의 핵심적 전제라고 하자. 진술 와 유관할 경우 에 유관하다고 하자. 물음의 맥락에는 배경 이론 및 사실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총체인 가 있다. 맥락에 따라서 물음이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다. 물음의 발생 여부는 가 핵심적 전제를 함축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가 핵심적 전제를 함축하지 않을 경우 물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음은 주제 및 대조집합과 유관한 진술들 중 하나인 가 참이라고 전제하지만, 가 그 사실을 함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 그러한 모든 진술들이 거짓임을 함축하지 않는다면 물음은 일어날 수 있다. 요약하면, 가 물음의 핵심적 전제를 함축하고 물음의 전제 모두가 거짓임을 함축하지 않는다면 물음은 일어난다.

 

4.4. 답변의 평가

 

   설명에 대한 철학적 이론이라면 우리가 어떤 합당한 근거에서 설명을 거부하게 되는지, 왜 설명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왜-물음에 대한 답변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설명 모형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경 이론 및 사실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총체인 가 있고, 이 때 물음 가 일어난다. 물음 가 주제 를 갖고 있고 대조집합은 이라 하자. 이 때 ' 이기 때문에 이다라는 답변은 얼마나 적합한 것일까?

 

   이를 평가하기 위한 적어도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 우선 가 참이라고 받아들일 만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둘째로 대조집합의 다른 요소들에 비교할 때 에 대해 두드러진(favours) 관계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셋째로 이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을 다른 답변들과 비교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보자. 만약 의 부정을 함축한다면 이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은 부적절하다. 우리는 에 얼마만큼의 확률값을 부여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또한 를 함축하면서 의 거짓(falsity)을 함축해야 한다. 우리는 온전하게 배경 이론 및 사실 정보에만 의거해서 사건의 확률값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물음 에 대한 답변 이기 때문이다를 평가할 경우 우리는 의 특정한 부분인 만을 참조하게 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를 함축하고 또한 의 거짓을 함축한다면 주어진 맥락에서 는 주제 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받아들일 만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대조집합의 다른 요소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에 적합한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오직 만 주어졌을 경우의 확률을 사전 확률(prior probability)이라 하고 가 주어졌을 경우의 확률을 이후 확률(posterior probability)이라 하자. 가 일어날 이후 확률이 1이 되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의 확률을 높이면서 의 확률을 낮추거나, 의 확률은 그대로 두면서 의 확률을 낮추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Not E

E

Not E

E

0.2

0.15

0.25

0.25

0.1

0.05

Not E

Not E

 

 

 

S

Not S

 

 

 

   위의 예에서 는 철수가 심장병에 걸리는 것, 는 철수가 담배를 피는 것, 는 철수가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확률 계산을 하면 다음과 같다.

, , , ,

. 이 경우 운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철수가 담배를 필 경우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담배를 피는 것은 심장병에 걸리는 것을 잘 설명하게 된다. 을 설명적으로 유관한 선택지들에 의한 확률의 논리적 분할이라고 할 때, 의 요소들 중 어느 하나라도 우리의 배경 정보를 추가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는 다른 선택지들 보다 를 더 잘 설명하게 된다.

 

   이제 그 자체에 어떻게 확률을 부여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우리는 라이헨바흐-새먼의 선별(차폐) 개념(P이고 A일 때 B일 확률이, P일 때 B일 확률과 같은 경우 PB로부터 A를 선별한다)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 몇 가지가 있다. 우선 (1) P가 물음에 대한 답변의 핵심이 아닐 경우 PB로부터 A를 선별(차폐)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2) 선별은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관련없음(irrelevant)을 완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3) 완전히 결정론적인 상황을 설명할 경우 우리는 각각의 대답들을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왜-물음에 대한 답변을 평가하는 데 대해서는 완벽하거나 정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

 

4.5. 전제와 유관성에 대한 추가 설명(elaborated)

 

   과학적 물음에는 그 물음에 수반되는 특정 이론이 있다. 우리가 그 이론을 옳다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를 과학적 실재론자이게끔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이론이 무엇을 말하는지와, 우리가 토론을 하기 위해 그 이론을 받아들일 때의 우리의 믿음을 세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과학적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전제로 해서 토론할 것인지에 대해 인식적인 결정(commitment)을 내리며, 그 이론의 언어를 통해서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그 이론의 언어만을 가지고는 토론자들이 어떤 근거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인식적 결정을 내린 까닭을 알 수 없다.

 

   또한 왜-물음에 대한 대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관성 또한 까다로운 문제를 낳는다. 우리가 특정한 물음에 대해 대답을 했을 경우 그 대답은 늘 우리의 배경 이론과 합치하는 진술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비대칭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원자 구조에 대한 이론을 알고 있을 경우, 대개 우리는 나트륨의 성질이 특정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나트륨의 원자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나트륨 스펙트럼의 특성이 어떠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트륨의 원자 구조에 대해서 말하는 것과 나트륨 스펙트럼의 특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원자 구조 이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동등하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설명을 그와 이론적으로 동등한 다른 설명에 대해 더 높은 유관성을 부여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해당 질문을 통해 우리가 무엇에 답하려고 하는지, 즉 그 물음의 맥락이 무엇인지에 달려있다.

 

5. 결 론

 

   지금껏 철학자들은 이론이란 현상에 대한 기술과 설명으로 구성되며, 단지 현상을 기술하는 차원을 넘어 현상에 대한 설명력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설명력을 해명하기 위해서 헴펠의 경우 어떤 종류의 진술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논했으며, 새먼의 경우 좀 더 복잡한 통계적 관계에 대한 논의를 도입했다. 그러나 과학에서의 설명력이 그런 방식으로는 환원될 수 없는 특별한 무엇이라는 확신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러한 비환원성과 특수성을 받아들일 경우 설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달라진다. 설명이 과학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설명을 위한 정보와 어떤 것이 좋은 설명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과학으로부터 끌어오기 때문이다. 설명은 이론-사실의 이항 구조가 아니라 이론-사실-맥락의 삼항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왜 이것은 일까?”에 대한 답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과학적 설명은 순수한 과학이 아닌 과학의 적용이다. 설명이란 우리의 특별한 바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과학을 사용하는 것이고, 우리의 바람은 여러 맥락에 따라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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