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기초개념과 문제들]

강형구 2015. 11. 7. 07:41

 

상대성이론의 기초 개념과 문제들

 

고텐부르크에서 열린 북유럽 자연과학자 대회에서 행한 연설, 1923711

 

   만약 우리가 오늘날 상대성이론의 일부분이 믿을 만한 과학적 지식이라고 인정되고 있음을 고려해본다면, 우리는 이 이론의 주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상대성이론의 전반적인 발전은 다음과 같은 물음, 즉 자연의 운동 상태 중 특별히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상태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물리적 상대성의 문제). 또한, 물리이론에서는 그 이론에서 등장하는 개념들(concepts)과 특성들(distinctions)에 애매함이 없을 정도로 관측가능한 사실들이 부여될 경우에만(, 해당 개념과 특성이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규정(stipulation)이 존재할 경우에만) 그 개념들과 특성들이 허용됩니다. 인식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 공준(postulate)은 본질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고전역학에 적용될 경우 그 의미가 명백해집니다. 우선 우리가 물질로 꽉 차 있는 하나의 점만을 고려해 볼 경우, 그 점을 이루고 있는 물질의 운동 상태 그 자체가 가장 선호되는 운동 상태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더 연장된(extensive) 영역에서도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운동 상태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고전역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그 문제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바로 관성계(inertial frames)의 운동 상태가 바로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운동 상태인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모든 역학들의 공통된 기초가 되었던 이러한 주장(assertion), 우리가 최초에 제시한 의미의 규정(stipulation of meaning)”이라는 기준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습니다. 운동이란 오직 물체들 간의 상대적인 운동으로만 인지될 수 있습니다. 역학에서 만약 운동이라는 것이 언급된다면, 이는 그 운동이 해당되는 좌표계에 상대적인 운동이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좌표계가 순수하게 가상적인 어떤 것으로 고려된다면, 역학에서의 운동에 대한 위와 같은 우리의 해석은 의미의 규정이라는 기준과는 부합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실험물리학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실험물리학에서는 항상 좌표계가 실질적으로 단단한(practically rigid)” 물체를 통해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러한 단단한 물체들은, 마치 유클리드 기하학에서의 물체들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다른 물체와 상대적으로 정지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 가정됩니다. 이러한 단단한 물체들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여타의 대상들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좌표계라는 개념은 물질의 상대적 운동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의미의 규정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위와 같은 의미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은 의미의 규정이라는 물리학의 요구에 적합하게끔 되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타당한지 여부의 문제는 물리적으로 중요하게 됩니다. 고전 물리학 뿐만 아니라 특수 상대성이론에서도 유클리드 기하학의 타당성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고전역학에서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적절한 공식화를 통해서 관성계와 시간이 아주 잘 정의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좌표계(관성계)에 해당되는 운동 상태를 부여하고(등속 직선운동) 이 좌표계에 시간을 부여할(fixed) 경우, 우리는 그 좌표계를 기준으로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질점들이 가속도를 얻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시간은 동일한 시계들에 의해서(주기적으로 움직이는) 임의의 운동 상태에 대해서도 항상 일치하도록 측정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 직선운동을 하는 무한히 많은 관성계가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상호 대등한 운동의 상태가 무수히 많게 됩니다. 특정한 관성계를 선택하는 것과 시간이 무관하다는 의미에서 시간은 절대적입니다. 비록 이러한 시간 개념이 경험과 모순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전역학에서의 시간은 논리적으로 필수적인 것보다 더 많은 특성들에 의해서 정의되었습니다. 의미의 규정이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설명이 논리적으로 허약한 이유는, 한 질점이 힘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경험적인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성계라는 개념은 여전히 문제 있는 것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은 우리를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이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강체(剛體, rigid body)와 시계의 개념은 역학의 근본에 대한 탐구를 진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토대의 역할을 하지만, 사실상 이러한 토대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자연에서 강체는 오직 근사적으로만 얻어질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정확도로 얻어지지 조차도 않습니다. 강체의 개념 또한 의미의 규정을 엄격하게 충족시킨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체 혹은 고체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물리적 개념들을 정초하는 것 또한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강체 측정 막대의 개념 위에 세워진 기초적인 물리 법칙을 통해 또다시 강체의 개념이 재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런 방법론적인 결함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이 자리에서 옹호하고 있는 상대성이론 또한 그 도식적인 표현(schematic exposition)에 있어서 동일한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처음부터 모든 물리 법칙들을 도입해서 이 물리 법칙들과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전혀 애매함이 없이 연관지어 의미의 규정기준에 적용시키는 것이, 공간-시간 계량(metric)이라고 하는 인위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불완전한 형태의 개념을 미리 전제하고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기본적인 법칙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여전히 불완전해서, 우리의 능력으로는 위에서 말한 좀 더 완벽한 기준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의 논의를 살펴보면 레비-치비타(Levi-Civita), 바일(Weyl), 에딩턴(Eddington) 등이 논리적으로 더 순수한 방법을 사용해서 그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논의를 통해서 선호되는 운동의 상태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은 자연법칙과 관련해서 선호되는 것입니다. 특정한 운동 상태에 있는 좌표계를 기준으로 자연법칙을 서술한다고 가정할 때 자연법칙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단순한 형식을 띠게 된다면, 그러한 두드러지는 운동 상태가 바로 선호되는 운동의 상태인 것입니다. 고전역학에 따르면 관성계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운동 상태였습니다. 고전역학에서는 가속되지 않은 운동과 가속된 운동을 (절대적으로) 구분합니다. 또한 고전역학에서 속도는 단지 상대적인 의미만을 가지지만 (어떤 관성계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므로) 가속도와 회전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의미를 (어떤 관성계를 선택하는지와 무관하기 때문에) 갖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전역학에서 속도의 상대성은 존재하지만 가속도의 상대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논의를 발판으로 삼아 우리는 상대성이론의 실질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고찰하고, 이 이론의 전개 과정을 원리적 측면에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의 원리들을 맥스웰-로렌츠 전기동역학(electrodynamics)에 적합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전까지의 물리학에서는 강체의 움직임, 관성계의 움직임 및 관성의 법칙을 서술하는 데 유클리드 기하학이 타당하다는 가정을 해 왔습니다. 물리 법칙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그 어떤 관성계도 동등하다는 공준은 물리학 전체에 있어 타당하다고 (특수 상대성원리) 전제되었습니다. 또한 맥스웰-로렌츠 이론에 따르면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늘 일정(광속 불변의 원리)합니다.

 

   상대성원리와 광속 불변의 원리를 조화시키기 위해서 (모든 관성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절대 시간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임의적으로 움직이는 두 좌표계에서 작동하는 두 시계가 각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로 같은 시각을 가리킨다는 가정을 포기합니다. 각각의 관성계에는 그 관성계에 특수한 시각이 주어집니다; 한 관성계의 운동 상태와 시각은, 의미의 규정이라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가운데 그 관성계에 광속 불변의 원리가 적용되게끔 하는 방식으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관성계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관성의 법칙이 이 관성계에 적용된다는 것은 미리 전제됩니다. 각각의 관성계에서의 시각은 그 좌표계와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동일한 시계에 의해서 측정됩니다.

 

   이러한 정의와 이 정의가 어떠한 모순도 포함하지 않으리라는 가정 아래에서, 한 관성계에서 다른 관성계로 시간과 공간 좌표값을 변경시키는 변환인 로렌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이 명쾌하게(unequivocally) 도출됩니다. 로렌츠 변환에 따르면 한 관성계에 상대적인 운동이 그 계에 있는 강체의 형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로렌츠 수축) 그 계에서의 시각이 진행하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에 로렌츠 변환의 물리적인 중요성이 있습니다. 특수 상대성원리에 따르면 자연의 법칙은 로렌츠 변환에 의해 공변(covariant)이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이 이론은 자연의 일반 법칙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이론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가 한계 속도라는 가정 하에 뉴턴적인 질점 운동의 법칙을 수정하였으며, 또한 에너지와 관성 질량이 그 본성에 있어서 동일하다는 것을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통해 놀랄만한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이 이론은 역학과 전기동역학을 조화롭게 엮어내었습니다. 또한 전기동역학과 관계된 논리적으로 독립적인 가정들의 수를 줄였고, 인식론적인 용어에 담겨 있는 기초적인 개념들이 명료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운동량(momentum)과 에너지 원리를 통합하였으며 에너지와 질량이 동일한 본성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는데, 왜냐하면 이것은 현재로서는 그 어떤 이론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양자 문제(quantum problems)와 매우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수 상대성이론에서도 고전역학과 마찬가지로 다른 운동 상태와는 구분되는 특수한 운동 상태- 즉 관성계의 운동 상태-를 선호합니다. 고정된 에테르를 전제로 하는 빛 이론의 경우, 비록 가상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빛 에테르라는 실질적인 이유 때문에 관성계의 운동 상태가 더 선호되었다고 하더라도, (특수 상대성이론이 에테르를 부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운동 상태를 더 선호해야만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특정한 운동 상태를 선호하지 않는 이론이 좀 더 만족스럽게 생각됩니다. 또한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등성이라는 경험적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이전에 언급한 바 있는 관성계의 개념 혹은 관성 법칙의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애매함은 우리에게 이론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뒤따르는 논의에서 분명해질 것입니다.

 

  

를 중력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성계라고 가정하고,

에 상대적으로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좌표계라고 가정합니다. 이 때

의 관점에서 본 질점들의 움직임은,

를 균일한(homogeneous) 중력장의 지배를 받는 관성계라고 생각했을 때의 질점들의 움직임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경험적으로 밝혀진 중력장의 성질들에 비추어볼 때 관성계라는 개념의 정의는 믿을만하지 않음이 밝혀집니다. 자연 법칙들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임의로 움직이는 좌표계가 다른 좌표계들과 비교할 때 대등하다는 것,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운동 상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반 상대성원리)은 매우 명백한 결론입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하-운동학적(geometric-kinematical) 원리들을 특수 상대성이론에서보다도 더 심오하게 수정해야만 합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었던 로렌츠 수축에 비추어 볼 때, (중력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성계

에 상대적으로 임의적인 운동을 하는 좌표계인

에서는 (

에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강체의 움직임을 서술하는 데 유클리드 기하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데카르트 좌표계(Cartesian system of coordinates)는 의미의 규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을 잃게 됩니다. 유사한 논리가 시간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에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동일한 시계들을 지칭하는 방법 혹은 빛 전파의 법칙을 사용해서는 더 이상

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일반화시켜서 말하자면, 중력장과 공간의 계량(metric)은 동일한 물리적 장을 표현하는 두 개의 다른 방식일 뿐입니다.

 

   우리는 아래에 이어지는 논의를 통해서 이러한 장을 형식적으로 기술해봅시다. 임의의 중력장에 있는 무한히 작은 점-공간(point-environment) 각각의 국소 좌표계에서는 이 좌표계를 기준으로 중력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운동 상태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국소 관성계local inertial frame). 이 관성계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이러한 무한히 작은 공간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의 결론들이 일차 근사적으로(first approximation) 옳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시공간의 어떤 점에서도 그러한 국소 관성계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 관성계들은 로렌츠 변환으로 연계됩니다. 관성계들 사이에서의 로렌츠 변환은 무한히 가까이 인접한 두 점 사건 사이의 거리

가 불변한다는 특성을 가지며, 시계와 자를 통해 측정될 수 있는 이 거리는 다음의 방정식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는 국소 관성계에서 측정된 좌표값과 시간을 나타냅니다.

 

   4차원에서 일정 지역으로 연장된 임의의 점 좌표값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이 4차원 다양체의 연속성을 설명하는 시공간의 점들을 명료하게 지정해줄 수 있어야 하며, 이 점들은 4개의 숫자

로 표현됩니다(가우스 좌표계Gaussian system of coordinates). 일반 상대성원리를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연의 일반 법칙을 표현하는 방정식들의 체계는 모든 좌표계들에 대해서 동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소 관성계의 좌표 미분값(differential)은 가우스 좌표계의 미분값

들의 선형 결합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우스 좌표계의 미분값들을 이용하면 두 사건의 사이의 거리

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표현됩니다.

   이 때

에 대한 연속적인 역함수인

는 사차원 다양체에서의 계량을

결정하는데,

는 강체 측정자와 시계를 통해서 측정될 수 있는 (절대적인) 매개변수(parameter)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이 매개변수

는 가우스 좌표계의 좌표값을 이용하여, 우리가 이전에 계량의 물리적 원인과 동등함을 밝힌바 있는 중력장을 기술하는 역할도 합니다. 좌표계를 적절히 선택하기만 하면 제한된 영역에서의

의 값을

값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한된 영역에서의 특수 상대성이론의 타당성이 보장됩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순수한 중력장에서의 점 운동은 측지선(geodetic line)을 서술하는 방정식에 의해서 표현됩니다. 실제로 측지선은 상수

가 직선형(rectilinear)이 되는 특수한 경우로, 수학적으로 가장 단순한 형태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갈릴레오의 관성 법칙이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포섭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장 방정식을 찾는 것은 중력 포텐셜

에 적용되는 가장 단순한 일반적 공변(covariant)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s)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에 의해서 이러한 방정식들은

에 대해

의 미분계수들이 2차를 초과해서는 안 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미분계수들은 중력에 대한 뉴턴 이론을 표현하는 푸아송(Poisson) 장 방정식을 일반 상대성이론에 맞게 논리적으로 변형시켰을 때 나타나는 선형성을 보여야 합니다.

 

   이상과 같은 논의는 뉴턴의 이론을 일차적 근사의 이론으로 여길 수 있는 중력 이론을 도출해내며, 이 이론은 수성(Mercury)의 근일점 운동(motion of perihelion), 태양 주변에서의 빛의 휘어짐, 그리고 스펙트럼선의 적색편이(red shift)를 경험과 부합하게끔 설명해냈습니다.

 

   현재까지의 믿음에 의하면 우리는 전자기장을 토대로 물질의 기본적인 구조를 세워야 하며, 따라서 일반 상대성이론의 기초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전자기장 또한 이 이론에 포함되어야만 합니다. 맥스웰 장 방정식은 이미 일반 상대성이론에 적합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만약 방정식이

에 관한 2차 이상의 미분계수를 포함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맥스웰 방정식의 형태가 국소 관성계에만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그 어떤 불명료함 없이 상대성이론에 적합한 맥스웰 방정식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맥스웰 방정식이 전자기장에 대한 중력적 효과(gravitational effect)를 포함하도록 만든 전자기적 개념들로 중력장 방정식을 보충하는 것 또한 손쉽게 가능합니다.

 

   이러한 장방정식들은 물질 이론을 제공해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무게 있는 물질을 생성하는 효과를 내는 장을 일반 상대성이론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고전 물리학에서와 유사하게) 물질은 근사적이고(approximate) 현상적인(phenomenological) 형태로 도입되어야만 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은 상대성원리의 직접적인 중요성(consequence)을 무효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상대성이론을 탐구한 과정과 관계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해보겠습니다. 뉴턴조차도 관성의 법칙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관성의 법칙을 그 표현된 형태로만 보았을 때는 잘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실제로 이 법칙은 관성계의 운동 상태가 다른 운동 상태에 비해서 특별한 물리적 지위를 갖게 하는 실질적인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관성의 법칙은 관찰 가능한 물체들이 중력장 아래서의 질점 운동에 대한 원인이게끔 하지만, 한 질점의 관성적 운동에 대한 물질적 원인을 지시하지 못하며 다만 (절대적 공간 혹은 관성적 에테르라는) 이에 대한 원인을 고안하고(devises)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질량에 대한 이러한 뉴턴적인 해명은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논리적으로 허용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에른스트 마흐(E. Mach)는 관성의 법칙이, 관성이란 공간에 대해서가 아닌 일종의 가속도로서, 즉 한 물체가 그와 서로 다른 물체들에 의한 힘에 저항하는 형태로 표현되게끔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마흐의 이러한 해석은, 만약 어떤 물체들이 가속되었다면 동일한 의미에서 이 물체들이 이와 대응되는 다른 물체들 또한 가속시킬 것이라고 짐작하게 합니다(가속도 유도 induction).

 

   더욱이 이와 같은 마흐의 해석은 관성적 효과와 중력적 효과 사이의 구분이 사라지는 일반 상대성이론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좌표계를 자유롭게 선택할 경우에 생기는 임의적 성격과는 별개로,

장이 물질에 의해서 완전히 결정되어야만 한다는 규정(stipulation)과 의미상 동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학적 실험을 통해 측정된 가속도 유도가 얼마나 미약한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렇듯 중력장 방정식과 합치하는 가속도 유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마흐의 규정은 일반 상대성과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흐의 규정을 일반 상대성이론의 의미에서 해석한다면, 세계는 공간적으로 유한하면서도 자기 충족적이라고(self-contained) 할 수 있습니다. 이 해석은 공간적으로 유한한 세계의 평균 밀도를 추정할 수 있게 해 주며, 이는 세계가 공간적으로 무한하다고(유사-유클리드적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밀도 값이 소멸되는 것과 상반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지금까지 언급된 마흐의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실험적인 근거가 없는 용어, 즉 해당 방정식 안에서 다른 용어들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용어가 장 방정식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주론적 문제(cosmological problem)”에 대한 우리의 해답은 현재로서는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현재 직면한 중요한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중력장과 전자기장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장의 정체성(identity)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론의 통합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본성상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두 가지 종류의 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듭니다. 물리학자들은 중력장과 전자기장이 동일한 장의 서로 다른 두 구성 요소로서 해석될 수 있어, 더 이상 논리적으로 상호 독립적인 구성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수학적인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력 이론을 수학적 형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리만 기하학은 전자기장의 법칙을 포함할 수 있도록 일반화되어야 합니다. 불행히도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력 이론을 도출할 때 참고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경험적인 사실(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동등함)에 의지할 수 없지만, 수학적 단순성(mathematical simplicity)이라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완전히 임의적으로 이론을 만든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은 레비-치비타, 바일과 에딩턴의 생각에 토대를 두고 리만 계량 기하학을 좀 더 일반적인 아핀관계(affine correlation) 이론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입니다.

 

   무한히 인접한 두 점 사이의 거리

, 좌표 미분값들의 2차 동차함수의 제곱으로 나타낸 것이 리만 기하학을 특징짓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에 근거해서 (실질적인 특정 물리적 상태와는 별도로) 유클리드 기하학은 무한히 작은 어떠한 영역에서도 타당하다는 것이 도출됩니다. 따라서 주어진 한 점

의 선 요소(또는 벡터)와 이에 무한히 가까운 어떠한 임의의 점

사이에도 같은 방향에(parallel) 동일한 성질을 가진 선 요소(벡터)가 부여됩니다(아핀 관계). 리만 계량은 아핀 관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하나의 아핀 관계(방향을 유지하는 무한소 변위의 법칙 law of infinitesimal parallel displacement)가 수학적으로 주어졌다고 해도 이에 따라 리만 계량이 결정적으로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중력장 방정식이 그 기초를 두고 있기도 한 리만 기하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공간 곡률은 오직(exclusively) “아핀 관계에만 그 토대를 둡니다. 한 연속체에 하나의 아핀 관계가 부여된다면, 계량을 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리만 기하학의 일반화된 형태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 때 이 기하학적 형태는 가장 중요한 따름 매개변수(derived parameters)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아핀 관계를 따르면서도 가장 단순한 형태의 미분 방정식을 찾는다면, 전자기장의 법칙을 포함하도록 중력 방정식을 일반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출된 형식적 연관(formal connection)이 그 어떤 새로운 물리적 관계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것이 물리학의 진정한 발전인지의 여부는 잘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이런 시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에 어떤 장이론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전자기적 물체들이 해당 장 방정식의 특이점이 아닌 일반해로 나타나야만 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인 전자기적 구조와 관계된 장 이론이 양자이론의 문제들과 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조차도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물리적 문제인 양자 문제에 관해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음이 밝혀진 상황입니다. 만약 우리가 양자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일반적인 방정식의 형태가 본질적인 변화를 겪는 상황, 급기야는 가장 기초적인 물리적 과정을 나타내는 변수들이 완벽하게 바뀌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상대성원리가 완전히 포기되지는 않을 것이며 이전에 도출되었던 법칙들은 최소한 제한적 법칙(limiting law)으로서의 중요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노벨상 강연.pdf

 

einstein-lecture.pdf

 

아인슈타인 노벨상 강연.pdf
0.15MB
einstein-lecture.pdf
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