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6

분수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너무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이에 대해 전혀 미화하거나 환상을 가질 생각이 없다. 나 스스로 현재의 내 논문 원고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기준점이 70점이라면 겨우 70점 혹은 71점을 얻어 통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가 평소에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적극성)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나이가 제법 들어 머리숱도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겨우 졸업하게 되었다는 느낌도 사실 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부족한 저를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폐 끼친 것 같아 죄송하고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할게요! 분명한 것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20세기 전반기의 과학 사상사, 그중에서도 논리경험주의의 역사..

일상 이야기 2022.12.29

성실함의 위안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인생 좌우명은 ‘게을러질 거면 죽어 버려’다. 나는 이 좌우명을 보고 심히 공감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내 인생의 최고 전략은 ‘성실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실함’은 ‘똑똑함’과는 달리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퍽 민주적이다. 나의 경우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즐거우나 지적인 재능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정적인 고민에 빠져 있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일들을 성실히 함으로써 고민을 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부탁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을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부탁한 일이 없으면 내가 평소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한다. 끊임없이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거다. 왜냐하..

일상 이야기 2022.12.22

무엇이 확실한가?

매일 오후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나는 때때로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난데없는 놀라움을 느끼곤 한다. 저기 나와 아내에게서 태어나서 부쩍 자란 아이들이 보인다.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게 만든 것은 어쩌면 너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 아니었을까? 나는 오후에 아이들을 보면 오전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반가워 꼭 끌어안는다. 아빠는 늘 너희 삶의 조연이란다. 너희가 숨 쉬고 빛나는 눈으로 이 세상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희망이고 기적이란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의 행복은 나에게는 너무나 확실하게 여겨져서, 대체 확실한 것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다시 스스로 묻게 된다. ‘1+1=2’가 확실한가? ‘지..

일상 이야기 2022.12.13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즘 나는 바쁘면서도 한가롭다. 바쁜 이유는 계속 학위논문 원고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도서관에 논문을 최종적으로 제출하기 전까지는 매일 보고 다듬고 다듬어야 할 것 같다. 한번 제출하면 길이 남는 나의 논문이기에 애정을 갖고 계속 수정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정말 훌륭한 논문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껏 내가 연구한 내용의 핵심을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논문을 쓴다. 내 논문에는 지난 20년 동안의 연구 결과가 담겨 있고, 만약 어떤 사람이 내 논문을 일주일 만에 읽는다면 그만큼 확실하게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 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내 논문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이 내가 했던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아도 되게 해주기 때문이다. 바쁘면서도 한가로운 이유는 최근 다른 사람이..

일상 이야기 2022.12.07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

나는 나 자신을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생각한다. 왜 과학철학인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나는 아이였던 시절부터 자연경관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고자 했다. 나는 중학교 시절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내가 살던 도시인 부산에 설립되어 있던 부산과학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과학고등학교의 수업에서 나는 내가 바랐던 과학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는 도서관 혹은 다른 친구들의 책꽂이에서 찾은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자퇴원을 내고 학교에서 나왔다. 나는 부산 시내의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

예측 가능한 사람

나는 내가 아주 높은 정도로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어떤 사람이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예측 가능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커진다.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 중 뛰어남이나 탁월함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며 그저 필요한 것은 수고와 노력일 뿐이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일을 매일 규칙적으로 착실하게 해 나가는 것에 아주 큰 가치를 둔다. 심지어 그런 착실함과 성실함이 탁월함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라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나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일상 이야기 202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