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창조적인 시간

강형구 2015. 10. 11. 16:08

    ‘생산적인 시간이라고 제목을 붙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창조적인 시간으로 글의 제목을 결정했다. ‘창조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생산적이라는 표현이 좀 더 일반적이고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창조적일 수 있다. 나는 어떤 시간이 창조적인지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준이 그 시간을 보내는 개인의 느낌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을 창조적이라고 느낀다면 그 시간은 나에게 창조적이다. 만약 당신이 아무런 일 없이 그저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보내는 시간을 창조적이라고 느낀다면, 그 시간 역시 당신에게 창조적이다.

 

   나는 종종 나를 지구 위에서 서식하고 있는 한 마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구 위에는 인간이라는 동물도 있고, 침팬지라는 동물도 있으며, 호랑이도 있고 곰도 있다. 나는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34년 전에 태어난 한 마리의 동물로, 이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금까지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한반도 남단에 수많은 인간 동물들이 거주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 동물들은 다양한 제도들을 만들었고, 새로 태어나 자라난 인간 동물 개체들에게 이 제도들을 사용하여 소속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간 집단에는 먹을 것들과 입을 것들이 풍부하다. 사회에서는 화폐를 통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 집단에는 값비싼 것들도 있지만 값싼 것들도 많이 있다. 화폐는 사회 제도에 편입된 성인 인간 동물들에게 제공되는데, 해당 인간 동물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느냐 그리고 그 집단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서 차별적인 양의 화폐가 제공된다. 우리나라 집단에 음식과 옷은 풍부하지만 살 수 있는 집은 풍부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집은 화폐 증식의 중요한 도구이며, 그런 까닭에 화폐가 많은 사람들이 집들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 동물 개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제각각 독특한 개성과 취향을 갖고 있으며 하는 일들도 각자 다르다. 어떤 개체는 농사를 짓고, 어떤 개체를 집을 지으며, 어떤 개체는 화폐 시장에서 화폐 흐름을 이리저리 조작한다. 어떤 개체는 자연을 탐구하고, 어떤 개체는 같은 인간 동물들의 습성이나 감정을 탐구하여 말로 풀어놓는다. 나라는 동물 개체는 우리나라의 어린 인간 동물 개체들이 대학이라는 기관에서 교육받는 데 필요한 화폐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낮은 이자로 대여하는 일을 하는 조직에서 일한다.

 

   나라는 동물 개체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유익하기 때문에, 나는 그 대가로 매달 일정량의 화폐를 받는다. 하지만 일이 나라는 개체에게 완전한 충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다른 동물 개체가 쓴 글을 읽거나, 내가 직접 언어 능력을 발휘해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 나 스스로가 창조적인 시간을 보낸다고 느낀다. 나는 나의 생물학적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세끼 밥을 먹는다. 창조적인 일을 하면 먹은 밥이 금방 소화되고 매 순간 에너지가 쉽게 발산되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배가 고파진다. 그러나 창조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 밥이 잘 소화되지 않고 에너지도 쉽게 발산되지 않는다.

 

   이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인간 동물 개체들은 자신만의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창조적인 시간을 즐긴다. 음악을 듣기 위해, 글을 읽기 위해 많은 화폐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세상에 서식하는 다수의 인간 개체들이, 글과 음악을 인간들 사이에서 화폐 없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갖은 요령들을 피우고 있다. 나는 이런 노력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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