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정착과 성장

강형구 2015. 9. 4. 10:03

 

 

정착과 성장

 

   오래간만에 나의 블로그를 찾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한창 프리챌 커뮤니티와 라이코스 커뮤니티가 유행했었다. 이제는 이 커뮤니티들을 이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으리라. 대학 시절에는 싸이월드 커뮤니티와 미니홈피가 유행했다. 지금 사람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인기 있는 것은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인 것 같다. 초반에는 트위터가 인기가 있는가 싶더니,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더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달라지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 변함이 없는 것은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정착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하였지만, 이러한 글이 노출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이 꺼림칙하여 언제부터인가 한글 파일이나 개인 공책에 글을 쓰게 되었다. 혼자만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비록 개인적인 글쓰기의 고유한 즐거움이 있지만, 오직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하는 글쓰기는 약간 쓸쓸하고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나의 블로그로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밀려, 카카오톡에 밀려 나의 관심을 잘 받지 못하던 나의 블로그로 돌아왔다. 사실 나의 블로그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블로그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글은 재미 있지 않을 뿐더러, 내가 나의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시 나의 블로그로 돌아온 것은, 오직 나만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의 어떤 시점이 되면 사람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물리학자가 되려는 결심을 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고자 했으며, 대학교 4학년 때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계속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다. 전문적인 학문의 길을 포기하기로 선택한 것은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 들어간 첫 학기 때였다. 그 후 나는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한 다음에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인 공부를 버릴 수 없어, 아직까지도 대학원에 적을 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는 것은 나의 주된 목표가 아니다. 다만 나는 오직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만하면 충분히 공부하지 않았느냐?"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나의 갈증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그것은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더 공부하고 싶고, 더 잘 이해하고 싶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 신경쓰지 않는다. 이미 나는 초중등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직장인인 내가 박사 과정에서 학점을 좋게 받는다고 해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도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하는 것과 직장인으로서 공부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직장에서 나는 나의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일이 나의 정체성을 대표하며, 나는 직장에서 'OO업무 담당자'로 통한다. 물론 직장에서 개인적인 교류도 일어나지만, 그러한 교류는 부차적인 성격을 띤다. 나는 하루에 최소한 8시간 동안 직장에서 나의 일을 해야만 한다. 퇴근을 할 때 쯤이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다시 공부의 세계로 돌아오기가 힘이 든다.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통근 시간,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내게 남는 것은 한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온전히 공부하는 데 쓰는 날은 몇 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공부에 있어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떠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기 파일과 공책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블로그에 정착하는 것을 시도한다. 독학자이자 글 쓰는 사람인 내가 정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착을 통해 학문적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싶다. 이 선택이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것이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나는 다시금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위해 실천하고자 한다. 내가 이 블로그에 쓰는 글들이 나의 정착과 성장을 돕고, 학문에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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