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누나의 생일

강형구 2015. 2. 22. 15:53

 

 

   누나의 생일

 

   오늘은 누나의 생일이다. 누나에게는 설 연휴 때 미리 현금으로 선물을 주었다. 오전에 다시 한 번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전화를 통해 들으니, 매형이 누나에게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 준 모양이었다. 나는 미역국을 끓일 줄 모른다. 하지만 올해 은혜의 생일에는 내가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갈 때, 부산에서 할머니가 계신 경북 성주군을 거쳐 본적지인 경북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에 갔다가 부산으로 돌아올 때, 부산에서 다시 대구로 올라올 때 내가 직접 차를 운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운전을 하고 있고, 드디어 나도 그 많은 운전자들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나는 초보운전자이고, 아마도 3년 정도는 운전을 해야 초보 딱지를 뗄 수 있으리라.

 

   나는 아버지께서 84년인가 85년에 면허를 따셨다는 얘기를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었다. 아버지께서도 32세 또는 33세부터 운전을 하셨던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운전을 하게 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듯 했다.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운전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외상을 얻었는데, 드디어 그 외상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워하거나 원망만 하고 있으면 결코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다. 실제로 행동을 하고 도전을 해서, 실패했던 것을 새롭게 성공시켜야 상처가 극복되고 기억은 지워진다.

 

   사회적 노동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내게 필요악(necessary evil)이다. 물론 사회적 노동에 대해서 나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노동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속하며, 인간은 사회적 노동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사회적 노동을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종의 의무(義務)’라고 본다. 내게는 초고등학교 및 대학교라는 정규 교육과정이 그러했고, 군 복무가 그러했으며, 직장 생활이 그러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키가 크고 잘 생기고 똑똑하고 돈 많은 남자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 아니라, 중간 정도의 키에 평범한 외모를 갖추고 돈이 많지 않아도 성실하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남자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나는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열망하지도 않고,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대게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면서 산다. 나는 내 앞에 주어지는 제도적인 절차들에 순응적인 편이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했기 때문에 복무를 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를 쓰고 공부하는 것,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복잡한 암투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 등은 내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었다. 공부하는 것, 일하는 것은 내게는 그저 나에게 부여된 의무를 실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열광하고 열망하던 것은 예전부터 따로 있었다. 나는 음악과 소설에 열광했고, 과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세계관 및 이야기로부터 흥미를 느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내가 해야 하는 의무들과는 별도로 추구해왔다.

 

   세상을 대하는 이런 유형의 태도가 일종의 오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껏 살아올 수 없었다는 생각,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조직과 제도를 구성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최근 내게 자주 찾아온다.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위안과 안식을 얻는 일을 추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나는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았다. 어찌됐든 나는 이 일을 원만하게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달성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하연섭씨가 쓴 [정부예산과 재무행정](다산출판사)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아주 교과서다운 책이고, 각 장별로 내용이 많지 않은 까닭에 책은 두껍지만 매우 수월하게 읽고 있다. 이 책을 오후 6시까지 읽은 다음에는 퇴근하는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내리라. 내일은 아침 일찍 세종시로 향해야 한다. 파견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출근하게 되는 셈이다. 다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지만 늘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해왔고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이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기관 합리화 Master 과정  (0) 2015.08.29
동네 둘러보기  (0) 2015.03.01
명절 준비  (0) 2015.02.16
운전연습  (0) 2015.02.08
노트 0002  (0) 201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