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공공기관 합리화 Master 과정

강형구 2015. 8. 29. 16:08

 

   나는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 1월 16일에 입사했고, 약 3년 동안 대학생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대학생 지식봉사] 사업을 운영했다. 이후 5개월 동안은 기획재정부 예산실 사회예산국 교육예산과에서 16년 예산 심의 현장 지원 근무를 했다. 한국장학재단으로 복귀한 다음에는 경영기획실 성과평가팀으로 팀 배정을 받았고, 현재 기관평가 업무 및 정부3.0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업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를 위해 회사에서 배려를 해 주었다. 나는 2015년 8월 21일부터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주관하는 [공공기관 합리화 Master 과정]이라는 주제의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6시간씩, 총 5주간 진행되는 연수다. 어제(8월 28일)는 2주차 수업이 진행되었다.

 

   연수 과정에서는 다양한 공공기관들에서 온 경영평가 담당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첫날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전라남도 나주의 [한전 KDN]에서 온 박과장이다. 박과장은 제법 건장한 체격에 깔끔한 외모를 하고 있었으며, 나보다 4~5년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였다. 매우 부드럽고 신사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배울 점이 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연수 과정에 참여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공공기관 특유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대부분 조용한 편이었다. 하지만 다들 수업 시간에 졸지는 않았고 그것은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수업 시간에 이따금씩은 졸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위기 상 수업 시간에 졸지 못하니 쉬는 시간에는 엎드려서 잠시나마 잠을 청했다.

 

   내가 경영기획실에서 평가 업무를 맡게 되다니. 벌써 내가 취직한 지 3년이 넘었다니.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놀라움이 느껴진다. 교육부, 기획재정부 같은 정부 조직은 그 설립 근거가 분명하고 조직 자체가 안정적이다.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서 신분이 보장된다. 공공기관은 법률에 의거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정부 부처보다는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타 조직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된 조직이다. 이 조직 속에 내가 속해 있고, 이 조직이 명하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나는 매달 봉급을 받으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나는 일을 아주 잘 하는 직원은 아니지만, 시키는 일은 착실하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런 저런 편법을 부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일을 꾸준히 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이게 되고 업무에도 적응을 하게 된다.

 

   학계를 떠나온 지도 거의 4년이 되었다. 만약 학계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나름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학계와 무관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 박사과정 학적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등록금을 내며 학점을 이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완전한 직장인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 이 사실이 나에게는 하나의 위안이 된다. 공부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안식이자 휴식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과학의 역사 및 철학 분야에 나름 공헌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번역한 책 2권은 그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나의 능력을 이용해서 우리 사회에 좀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겠지.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오자. KMAC에서 주관하는 연수에도 참여하는 걸 보니, 어느덧 나 역시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직원이 되어서 직장인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 강형구,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다. 군인 강형구도 어색했다. 군인 강형구는 어색한 상황에서 종료될 수 있었다. 군 복무는 3년 4개월만 하면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다르다. 학자의 길이 아닌 직장인의 길을 선택했기에, 나는 이 길을 아직 26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20년 뒤에도 '직장인 강형구'라는 표현이 어색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생존과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적응에 더딘 종류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20년 후에는 나 역시도 직장 생활에 적응하고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직장인이자 학문 애호가 강형구, 나는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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