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과학철학 연구의 즐거움

강형구 2024. 12. 18. 11:31

   한동안 정치적인 문제들에 신경을 쓰다가, 이제는 나의 본업이자 생업인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하려고 한다. 나는 올해 3월에 대학교수로 정식 부임하기 전까지 직장 생활과 과학철학 교육 및 연구를 병행해 왔다. 올 한 해를 전체적으로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나에게는 대학교수라는 삶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수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계속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과학관 인근에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강의하며 지냈을 것이다.

 

   과학철학 연구는 나의 적성에 맞고 재미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과학철학이라는 세부 분과가 철학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긴 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에는 과학철학을 전공한 교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조인래 교수님이 계셨고 천현득 교수님이 그 자리를 이어 잠시 철학과에 계셨지만, 지금은 천현득 교수님께서 자연대학의 과학학과로 자리를 옮기신 까닭에 철학과 내의 과학철학 전공 교수 자리는 비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계속 과학철학을 전공한 학문 후속세대가 배출될 필요가 있다. 철학과에서 과학철학을 전공한 교수가 꾸준히 석사 및 박사를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철학의 세부 전공으로서 과학철학이 우리나라 내에서 계속 공식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소속이 교양학부라 학부생 및 대학원생 전공자를 배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내가 갖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자리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지만, 나와 같은 전공을 한 과학철학 연구자를 전문적으로 육성하여 배출하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된다. 현재는 국내의 철학과 내에도 과학철학을 전공한 연구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상황이므로, 이런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비록 나는 학과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과학철학 입문 강의를 계속 개설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는 “과학철학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수업이 개설되어 있고, 이번 학기에는 장하석 교수님의 저서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이 저서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없지 않아, 4-5년 정도는 몇몇 표준적인 과학철학 입문 교재를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다. 장하석 교수님의 저서는 교수님 자신의 독특한 과학철학적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데, 사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좀 더 표준적인 교재의 경우 그 매력은 덜하겠지만 여러 관점을 비교적 공정하고 두루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년인 2025년 1학기에는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화”와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수업을 진행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고, 올해 1학기에 진행했던 “로봇의 윤리학” 수업 또한 다시 하기로 했다. “MNU 대학생활”, “MNU 생각산책”, “MNU 프론티어 정신”,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 수업 역시 진행해야 하니, 내년 1학기는 정말 수업 준비로 바쁜 한 학기가 될 듯하다. 그래도 2개의 수업 이외의 나머지 수업은 이미 한 번 했던 수업이라, 크게 마음의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몸이 바쁠 뿐이다. 그런데 나는 퍽 부지런한 편이라 많은 수업을 거뜬하게 잘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과학철학을 연구하여 이를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쁘고 보람된 일이다. 사람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는데, 내가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나는 다시 과학철학 연구에 몰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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