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서양근현대철학 입문(02)

강형구 2014. 8. 31. 21:04

 

 

2. 철학과 근대세계

 

   신은 존재하는가? 유일신에 대한 믿음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 특히 악의 존재함과 양립가능한가? 역사는 발전하는가 아니면 무질서하거나 순환하는가? 모든 실재는 물리학에 대한 연구로 환원가능한가? 이 모든 물음들은 근대세계라는 독특한 조건 아래에서 제기되었다.

 

   어원학적으로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철학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 중 하나의 방법은, 철학을 가장 일반적인 또는 포괄적인 유형의 탐구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다른 종류의 과학들이 그 과학들 고유의 방법론을 통해 개별자들을 탐구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이른바 1철학은 지식에 대한 이론인 인식론, 실재에 대한 이론인 형이상학이라는 두 세부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강의의 핵심을 이루는 이 두 분야는, “실재란 무엇이고, 우리는 실재를 어떻게 아는가?”와 같은 굉장히 중요한 물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16세기와 17세기에 시작된 근대철학은 중세적 사고로부터의 중대한 일탈이었다. 이성의 시대였던 17세기 동안 일어난 과학적 변화는 철학자들로 하여금 세계와 우리가 세계를 아는 방식을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몰아붙였다. 새롭게 등장한 과학은 기독교와 얽혀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뒤엎었다. 17세기로부터 계몽의 시대인 18세기가 이어지고, 18세기에 사람들은 과학, 교육, 정치적 자유가 사회를 재형성하는 핵심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기에 대규모의 교육받은 시민 계급이 등장하여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였고, 새로운 사상들이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진보와 더불어 새로운 종류의 철학적 회의론이 등장하여 이를 계기로 18세기 말에 관념주의 철학이 형성되었으며, 관념주의 철학은 19세기에 부흥한다. 산업혁명은 서구사회 자체를 재형성하였고, 근대가 그 이전의 시대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근대인들 스스로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거대한 역사적 체계들이 등장했다. 비록 근대성의 핵심 개념들이 17세기와 18세기에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산업주의, 과학, 기술에 의해 대부분의 일반인들의 삶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이르면 서양철학은 더 다양하게 분화되어, 서로 다른 철학 학파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지식의 새로운 기초를 찾고자 했다. 각각의 새로운 철학 학파들에서 등장한 급진적 사상들은, 특히 인간의 앎이 언어와 문화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분석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근대는 다른 시대에서는 응답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근대적 사고가 그 이전에는 발명하지 않았던 사물들을 만든 문명으로부터 비롯된 사고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17세기 이래로 철학을 주도했던 시도, 즉 지식의 기초를 찾으려는 시도는 일반적으로 포기된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철학이 이전부터 지금까지 늘 하고자 열망했던 일, 즉 실재의 본성과 인간의 전망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얻는 일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그 자신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한 철학은 더욱 더 급진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주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근대과학이 제시하는 바에 의하면 그와 같은 의미를 찾기에 인간은 너무나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 읽을 만한 글

   Cahoone, From Modernism to Postmodernism.

   Passmore, A Hundred Years of Philosophy.

   Randall, The Career of Philosophy.

 

- 생각해 볼 문제

   1. 시간에 따른 문화적 변화에서 철학의 역할은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2. 만약 철학이 가장 일반적인 혹은 포괄적인 형식의 탐구라고 한다면, 전문화의 시대에 이르러 철학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