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과학철학 강의

강형구 2017. 5. 31. 06:48

 

   나는 2017년 봄학기에 대구과학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 강의를 했다. 강의가 아직 종료된 것은 아니다. 강의는 앞으로 2주 동안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나는 일반적인 과학철학 강의와 달리, ‘과학사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삶과 사상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주 교재도 과학철학 관련 서적이 아닌 [과학사의 이해], [서양과학사상사], [인물과학사] 등과 같은 과학사 관련 서적을 사용했다. 나는 과학사와 접목하여 과학철학을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과학철학에 대해서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차 수업에서는 강사 소개 및 강의 소개를 했다. 2차 수업에서는 고대 및 중세의 과학에 대해 강의했다. 3차에서는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4차에서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5차에서는 요하네스 케플러, 6차에서는 르네 데카르트, 7차에서는 아이작 뉴턴, 8차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 강의했다. 9차에서는 토마스 쿤의 과학철학에 대해 강의했고, 10차에는 패러데이와 맥스웰에 대해서, 11차에는 루드비히 볼츠만에 대해서 강의했다. 12차인 이번 주에는 다비트 힐베르트에 대해서 강의할 예정이며, 13차인 다음 주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강의할 예정이다.

  

   나는 이번 강의를 계기로 서양과학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과학자들에 대해서 우리말로 출판된 좋은 책들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생각에 과학철학에 관련된 책들만을 보면 과학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실제로 과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이해해야만 해당 과학자의 이론이 갖는 의미 역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수업에서 다루고 싶었지만 다루지 못했던 과학자들도 많다. 예를 들어, 레온하르트 오일러,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 임마누엘 칸트, 하인리히 헤르츠, 막스 플랑크, 버트런드 러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등과 같은 과학자들이 있다. 이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이후 새로운 강의 기회가 있을 때 다루어 볼 예정이다.

  

   이번 주에 다룰 과학자는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콘스탄스 리드가 지은 힐베르트의 전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 힐베르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수학의 역사나 수리철학에서 등장하는 힐베르트의 많은 작업들을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맹목적인 경외심을 갖고 힐베르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힐베르트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물음을 아직까지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수학과 물리학에 관한 책들을 읽고, 읽고, 다시 또 읽는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만약 내가 다음에도 강의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수학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다. 특히 미국의 수학자 모리스 클라인이 쓴 여러 책들을 교재로 삼아서 교양수학 강의를 하고자 한다. 나는 그 기회를 빌려 클라인의 [수학의 확실성], [수학사상사], [수학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학]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 2017년 가을학기에는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과학철학 강의가 개설되지 않을 것 같아, 경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등 다른 기관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과학철학 강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 자신이 그러한 과학철학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의 과학철학 강의도 어느덧 끝나간다.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설렘이 가득했었고, 몇몇 고비들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내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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