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서울여행기1: 박정현 콘서트를 관람하다

강형구 2017. 5. 1. 23:04

 

   201751일은 노동자의 날, 53일은 부처님오신날, 55일은 어린이날, 59일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다. 이렇듯 5월 초에 휴일이 연달아 있어,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휴일 중간에 하루나 이틀만 휴가를 쓰면 일주일 가량 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나 역시 52일에 연차휴가를 써서 아내와 함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제 태어난 지 5개월 정도가 된 딸 지윤이는 잠시 처갓집에 맡겨두고, 아내와 나는 해외가 아닌 서울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작년에 임신을 한 이후 아내는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휴가 때 서울에서 오래간만에 문화적인 혜택을 즐기고자 단단히 결심을 했다.

  

   서울로 가기로 마음먹은 직후 내가 한 일은 콘서트 표를 예매하는 것이었다. 430일에서 51일에 하는 공연을 찾아보니, 마침 가수 박정현씨가 [다시, ]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내와 내가 서울로 올라가는 430일 저녁에 마지막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박정현씨의 콘서트를 예매했다. 박정현씨는 음악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정상급의 가창력을 갖고 있는 가수로 유명하며, 아내와 나 모두 박정현씨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나는 430일 일요일 오전에 구미에 있는 처갓집에 들러 장모님께 지윤이를 부탁드린 후, 김천구미역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서울로 향하는 고속열차에 올랐다.

  

   명동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난 후 우리는 우선 삼성미술관 [리움]에 가서 미술작품들을 감상했다. 우리는 콘서트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쯤에 [리움]에 도착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모든 전시물들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아내와 나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현대 추상미술들을 감상했는데, 이번 미술 감상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굳이 세계 속에 있는 사물들을 미술 작품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대인이 느끼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은 현대인이 경험하는 쓸쓸함, 막막함, 혼돈, 갑갑함, 절망감 등과 같은 감정들을 다채로운 방법을 사용해서 예술작품 속에 구현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박정현씨 콘서트장에는 빈 자리 없이 많은 사람들이 좌석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콘서트는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교적 공간이 작았고 관객들을 위해 준비된 의자도 작고 불편한 편이었다. 하지만 무대시설은 훌륭했다. 다양한 조명들이 사용되어 무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고, 무대 뒤를 꾸미는 배경화면도 세심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작고 탄탄한 체구의 가수 박정현이 무대로 올라왔다. 텔레비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직접 보는 박정현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공연장에서 직접 박정현을 보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성은 조금씩 지워졌다. 박정현은 그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 전체가 아주 섬세하게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현은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던 곡들을 다시 부르려고 애썼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중간 중간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하여 들려주었다.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 등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팀원들의 실력 역시 일품이었다. 공연 초반 이후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공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고, 공연 막바지에는 마치 홍대 앞의 클럽에 온 느낌 속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며 음악 속에 나를 맡겼다. 2시간 40분 정도 진행된 콘서트는 참으로 훌륭한 공연이었다. 아내와 함께 이와 같은 훌륭한 공연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만족을 주었고, 훗날 다시 기회가 되면 꼭 박정현씨의 콘서트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근처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명동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나는 버스 안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감성 역시 뛰어난 중견가수 박정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나의 어린 시절에 그녀가 처음 데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뷔 이후 그녀가 지금까지 한결같은 길을 걸으며 우리나라의 대표 가수로 자리매김해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대단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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