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서울여행기2: 영화, 박물관, 연극을 관람하다

강형구 2017. 5. 2. 10:03

 

 

   서울여행 2일차에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숙소 앞 음식점에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명동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각자가 들고 온 책을 읽었다.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의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정동욱 선배님이 쓴 [패러데이와 맥스웰: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를 다시 한 번 읽었고, 아내는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 준비를 위해 과학기술사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내 나이 서른여섯,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책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이 삼십대 중반이 되었으면 무엇 하나라도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나는 어디에를 가든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리려고 애쓴다. 이렇게 나름 노력을 해야 나중에 나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1130분쯤 아내와 나는 스타벅스를 나섰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라는 영화를 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국이 한창 소비에트연방과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든 1950년대 말과 1960년대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발사체의 궤적 등을 계산하기 위해서 30여 명의 흑인 여성들을 전산원으로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 여성들 중에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많았다. 영화의 주인공 캐서린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천재적인 자질을 보였고, 미항공우주국에서도 주어진 정보들을 토대로 비행체의 궤도를 예측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영화는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각종 차별들을 극복하며 뛰어난 능력을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아내 역시 한 순간도 지루해하지 않고 영화를 즐겼다.

 

   영화가 끝난 후 우리는 광화문 근처로 가서 중국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식사 후 우리는 잠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러 책들을 구경하고, 광화문 앞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안중근 의사 특별전,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장병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유해발굴단의 작업에 대해서 관람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의 전시보다는 다소 투박하고 덜 세련된 전시였지만, 전시물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시 떠올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역사박물관을 나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으로 향했다. 오늘은 노동자의 날이었기 때문에 서울 곳곳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 덕분에 대학로 일대의 교통 일부가 통제되고 있었다. 우리는 성균관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내려 [대학로 티오엠(TOM)]이라는 공연장으로 걸어갔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건물 1층에 있는 카페 [공차]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우리가 볼 공연의 제목은 [보도지침]이었다. 국민일보의 한 기자와 월간지 [독백]의 편집장이 당시 정부로부터 언론사에 매일 아침마다 전달되던 [보도지침]을 모아서 세상에 공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에 대해서 정부는 기자와 편집장을 [국가보안법] 등에 관한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연극은 재판장에서 검사와 피고인 및 변호사가 서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극에서 판사, 검사, 피고인 2, 변호사는 피고인 2명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서로 아는 사이로 설정되어 있다. 검사, 피고인, 변호사는 대학 동기들로서 같은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동고동락했고, 판사는 대학 교수이자 연극 동아리의 대 선배였다. 판사는 대학시절 사회 정의를 위해 투쟁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이후 사회와 적절히 타협해가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피고인 2명은 국민을 기만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위한 정부의 [보도지침]을 용감하게 공개하지만, 결국 이들은 징역 1년을 구형받는다.

 

   제법 유명한 영화배우 봉태규가 피고인인 국민일보 기자 역할을 맡은 이 연극 역시 아내와 나로서는 만족할만한 작품이었다. 사회에서의 정의란 무엇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개인의 고통이 따르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가 참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 있는 무대 위에 서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2시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말과 움직임을 진행해나간다는 것이 참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연극이 끝난 후 아내와 나는 혜화역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몸이 노곤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여러 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제법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서 우리는 퍽이나 만족스러웠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0) 2017.05.09
야만전사 바바리안  (0) 2017.05.05
서울여행기1: 박정현 콘서트를 관람하다  (0) 2017.05.01
투박함  (0) 2017.04.25
어떤 몽상  (0)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