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화하는 일

강형구 2016. 12. 18. 10:50

 

   어떤 공간에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생각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종이를 통해 아니면 전자문서를 통해 그날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면, 그는 그 지침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보가 필요하다면 그는 전화를 통해서 혹은 전자메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관련된 정보를 얻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해주기를 바랄 경우에도 그는 유사한 방식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편의를 위해 원래 있던 한 사람을 A라고 부르고, 새롭게 등장한 다른 사람을 B라고 부르자. B는 업무를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 A를 만나러 왔다. 직장생활을 함께 하면서 AB는 개인적으로 친하게 되었다. 그것은 AB가 성격과 기질 상 서로 맞았기 때문이다. 오늘 BA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서 A에게 왔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라, 두 사람 AB는 업무를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서 개인적인 대화가 시작된다. 대화는 업무를 위한 의사소통 또는 정보교류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갖는다.

  

   AB와의 대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AB는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잘 아는 주제에 대해 수월하게 여러 가지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교류를 통해 AB 사이에는 인간적인 유대감과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식사시간이 종료되고 AB와 헤어져 다시 자신이 일하는 공간으로 돌아온다. 업무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A는 현재의 업무단계를 처리하기 위해서 일정량의 문서 작성 작업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A는 자신이 인지적인 능력을 갖춘 일종의 행위자(agent)라고 생각한다. 또한 A는 자신이 조직 내에서 갖는 위계적 권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A가 팀장, 부서장 등으로 승진한다면 그의 위계적 권력은 강력해질 것이다. A의 위계적 권력이 바뀌면 그가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분량, 정보의 질적 특성, 정보 획득의 신속성 등이 달라질 것이다.

  

   인지적 행위자로서 그가 매일 해야 하는 업무시간은 8시간이다. 오늘 하루 8시간 동안의 인지행위를 통해 그가 현재 당면한 업무가 상당부분 진척되었다. 조직은 그가 행하는 인지행위의 대가로 그에게 매월 급여를 지급한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지하철을 타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다. 오늘 저녁식사 메뉴는 무엇일까. 집에서 아내,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할까. 이윽고 그는 그의 서류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 책에서는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 그는 휴대전화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온라인상의 정보들보다 좀 더 일관되고 정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퇴근하던 직장동료 C를 만났다. 그는 꺼내든 책을 가방에 넣고 C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AC는 서로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친하지는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있고 서로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AC는 서로 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AC는 서로의 일반적인 근황을 묻는다. 어디에 사는가, 지금 어디로 가는가, 요즘 회사일은 할 만 한가. 최근의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눈다. 그렇게 적당히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열차는 C가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둘은 서로 정겹게 인사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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