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

강형구 2016. 12. 15. 12:31

 

   오늘로 우리 딸 지윤이가 태어난 지 꼭 일주일이 되었다. 아내는 지난 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병실에 입원해 있었고, 토요일부터는 같은 여성병원에 있는 산후조리원에서 지내고 있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는 기간은 2주로, 다음 주 금요일에 퇴원을 하게 된다. 나는 지난 주 수요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내와 함께 지내며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돕고 있다. 내가 재직 중인 직장에서 남편에게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출산휴가는 5일이며, 따라서 나는 내일 정식으로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산후조리원 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 10층 건물 중에서 7~9층이 산후조리원이고, 원칙적으로 산후조리원 출입은 아내와 남편만 가능하다.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1개의 카드키가 주어진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아내를 대상으로만 식사, 마사지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남편인 나는 식사를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출산 직후 아내는 몸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고, 나는 옆에서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아내를 도와주었다. 3~4일이 지나면서부터 아내의 건강은 부쩍 좋아졌다. 아내는 모유가 잘 돌게 촉진해주는 마사지, 출산 후 체형을 바로잡는 마사지, 한의원 진료 및 한약 처방, 필라테스 교육 등의 서비스를 받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가 모유를 젖병에 담는 것을 도와주고, 방 정리를 하고, 쌓인 빨래를 모아 세탁기에서 돌린다. 아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 마사지를 해 주고, 아내가 필요한 물건이나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밖에 나가 사온다. 남는 시간 동안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모유 유축을 대개 3시간에 한 번씩 하기 때문에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오전, 오후, 저녁에는 신생아실에 가서 딸아이인 지윤이를 면회할 수 있다. 면회할 때마다 지윤이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산후조리원 내에 과도하게 난방이 되고 있어 덥고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건물 옥상에 있는 하늘정원으로 올라가 커피를 마시며 바람을 쐬곤 했다.

  

   사실 나는 출산을 앞두고 아내에 대해서 많이 걱정을 했다. 몸집이 작고 체력도 약한 편인 아내가 과연 출산의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러나 나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내는 자신이 겪어야 하는 모든 일들을 잘 견뎌내고 있다. 8시간 정도의 산통을 이겨내고 아이를 잘 낳았고, 모유 수유도 잘 하고 있다. 몸도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어 복부를 제외하고는 몸의 붓기가 거의 다 빠진 상태다. 아내와 살면서 거듭 생각하는 것이지만,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아내는 시원시원하고 뒤끝이 없는 성격을 갖고 있고, 새로운 일을 맞닥뜨리는 것에 대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아내를 볼 때마다 나는 아내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최근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모리츠 슐릭(Moritz Schlick)[지식의 일반 이론(General Theory of Knowledg)] 영문판을 읽고 있다. 라이헨바흐(Reichenbach) 역시 슐릭의 이 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기에, 나로서는 이 책이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하는 책들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논리경험주의자들이 당대의 수학, 물리학 발전을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지식 이론을 변형시켰는지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석은 21세기에 철학과 정밀과학(수학, 물리학)이 다시 만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 시대의 철학자들은 20세기의 철학자들이 남겨 놓은 업적을 발판으로 삼아 21세기 고유의 철학적 작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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