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아버지라는 이름

강형구 2016. 12. 13. 09:05

 

   어제 오후에는 잠시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유가면사무소에 가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했다. 강지윤(姜志昀). 2016128일 생. 여자아이. 이제 지윤이는 주민등록상에 정식으로 등록된 대한민국 주민이다. 앞으로 나는 지윤이의 아버지로서 세상을 살아가게 되겠지. ‘지윤이라는 이름의 뜻풀이를 해보자. ‘지윤이란, 의지(, )가 햇빛과 같이 밝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햇빛과 같이 밝은 의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주명리학 상으로 지윤이에게 불()의 기운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름으로 불의 기운을 보완해주었다. 한자 이름을 짓는 데에는 아버지께서 수고해주셨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파트 헬스시설에서 오래간만에 가볍게 운동을 했다. 샤워를 하고 곧장 다시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대충 저녁식사를 하고 신생아실로 아이를 만나러 갔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는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의 잠자는 모습이 어린 천사처럼 보였다. 내가 아버지라는 신분을 갖게 된 이후, 나에게는 전적으로 나를 의지하며 내가 늘 보호해주어야 할 사람이 생겼다. 나의 아이. 아이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나는 강형구라는 이름보다는 강지윤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내게 그와 같은 능력이 있는가. 나는 아이를 위해 당당하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설 수 있는가. 아이가 고통스럽고 힘들어 할 때 아이를 도와주고 지켜줄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는가. 지윤이가 지난 주 목요일에 태어난 이후 나는 이런 생각들을 종종 떠올린다.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살아남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나의 아내와 나의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똑똑한 사람, 잘 생긴 사람, 재밌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충분히 건사할 수 있는 강인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새삼스럽게 내 어깨 위로부터 묵직한 책임감을 느꼈다.

  

   내 생각에 아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안정된 성장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내가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서 자라났듯이, 나는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는 고향의 개념을 심어주고자 한다.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테크노폴리스는 아이를 키우는 데 나쁘지 않은 곳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얼마 전 신축한 초등학교가 있고,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는 중학교가 신축 공사 중에 있다. 대구 시내만큼 번화하지는 않았지만 테크노폴리스 단지 내에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학원들이 이미 들어서 있고, 대형 마트도 있으며, 각종 음식점들도 영업을 하고 있다. 나는 테크노폴리스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테크노폴리스가 우리 부부에게 안정된 삶의 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내의 직장인 국립대구과학관은 테크노폴리스 내에 위치해 있고,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10분 동안 걸으면 다다를 수 있다. 아이가 자라나는 동안에 아내는 손쉽게 근처에 있는 아이를 돌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를 마친 아이는 걸어서 엄마가 일하고 있는 과학관에 찾아가 과학관 안에 있는 유아 놀이시설에서 놀거나 과학관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매일 시내로 출퇴근하는 것이 다소 힘들기는 하지만, 나는 그 정도는 우리 가족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비슬산, 대구과학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빙고, 달성도서관 등이 아이에게는 친숙하고 정겨운 풍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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