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자신의 길을 걷는 일

강형구 2016. 12. 2. 19:27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나던 청소년 시기에 나는 다음과 물음을 던졌다. 과연 나는 이 사회에서 무슨 가치가 있을까? 왜 사회는 나와 같은 사람을 육성하고 교육하는가? 아마도 사회는 교육을 통해 나의 지적, 육체적 능력을 길러 나를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사회에 대해서 일종의 부채감을 느꼈다. 좋든 싫든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태어나 이 사회가 제시하는 제도 속에서 자라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았고,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가 그 곳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한 명의 개인이었던 내게 이 사회와 제도는 선택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주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와 제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혜택을 누렸다. 나는 나의 조국에 대해 감사함과 애정을 느낀다. 이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시민들도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사회에 대한 감사함, 애정, 부채감과 더불어 아주 오래 전부터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은 일종의 이질감이다. 사회의 제도는 생애의 시기별로 나에게 어떤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자 했다. 교육과정에서 학교는 나에게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직업으로 삼아 돈을 많이 벌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삶을 살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와 같은 공통적이고 세속적인 방향과 목표를 스스로에게 내면화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수학과 영어가 재미있었고, 산이나 바다에 갈 때마다 자연이 아름답고 신비롭게 느껴져 자연을 연구하는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내 삶을 이끌었고,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철학과 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철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내게는 일종의 장애물이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철학관, 사주팔자를 떠올린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전공으로 어떻게 취직해서 먹고 살 것인지 걱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와 타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해야 했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회와 타협하고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했다. 대학에서는 스스로 철학과를 선택했지만, 정작 철학과에서 가르치는 많은 과목들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책들을 도서관에서 찾아 스스로 공부했다. 나는 훗날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만 학점을 얻었고,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이나 휴학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하나의 싸움이라 여겼다.

  

   분명 나는 눈에 띄는 반항아는 아니다. 사회에서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쳤고, 군대도 다녀왔으며, 취직을 하고 결혼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적절히 사회 제도와 타협을 하면서도 꾸준히 나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했다. 세상의 평가와는 별개로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과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과학과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영어도 계속 공부한다.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 이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할애한다. 학위는 나에게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반드시 박사학위를 얻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박사학위가 과학과 철학에 대한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박사학위는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실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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