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

강형구 2016. 11. 18. 11:43

 

 

   한 때 나는 매일 대학원에서 공부에 전념했던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200811월부터 20118월까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아니다. 현재 나는 직장인으로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책과 논문들을 읽었고, 독서 이후에는 독서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보고서를 쓰거나 독서기록을 남겼다. 대학원 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에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흔적들을 그냥 나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 작성해두었던 글들을 내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학원 시절에 썼던 대부분의 글들이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작업을 한 이유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서술해보겠다. 아무리 나 자신이 예전에 썼던 글이라고 하지만, 글을 개인만이 소유하는 기록 장치에 저장해두면 스스로도 잘 찾아보지 못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반면 글을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게시하면 나 자신이 한 번 더 스스로의 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나도 근래에 예전에 썼던 글들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나의 옛 글들을 다시금 읽어보며 ,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나의 글들이 높은 학술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누군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무런 조건 없이 내가 공부했던 자료들을 공유함으로써,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의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또 다른 아주 개인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올해 12월 초에 나의 아이가 태어날 예정인데, 먼 훗날 아이가 아빠에 대해서 이것저것 궁금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가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학교를 다녔으며 어떻게 군대를 다녀왔는지, 대학원에서는 무슨 공부를 했고 직장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해 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 두 분께서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오셨는지를 궁금해 한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분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으며 궁금증을 해소했지만, 늘 두 분의 삶이 담겨져 있는 글이나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차 나의 아이가 나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인터넷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나는 틈틈이 글을 쓰고 이를 온라인 공간에 남기고 있다.

  

   글은 나라는 사람의 오직 일부분만을 반영하며, 그러한 반영이 전적으로 올바른 것 역시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와 대화를 하거나, 함께 일을 하거나, 함께 운동을 하거나, 함께 밥을 먹거나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은 나와 오랫동안 대화를 하거나 내가 쓴 글들을 읽는 것이다. 글은 어떤 사람을 왜곡하여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그 사람을 정확하고 진실 되게 반영할 수도 있다.

  

   내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온라인 공간에 복원하는 일은 거의 끝나간다.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 공부한 결과물들을 글로 남기고, 살아가면서 떠올린 새로운 생각들을 글로 남겨야 할 것 같다. 예전처럼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한 글쓰기가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은 늘 나에게 도움을 준다.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가다듬는 데에 도움이 되고, 삶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남들에게도 의미를 줄 수 있는 글을 써 나가고 싶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의 길을 걷는 일  (0) 2016.12.02
평온한 휴일  (0) 2016.11.27
공공업무 행정사무원  (0) 2016.11.17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읽고  (0) 2016.11.11
2년 만의 토익시험 응시  (0) 201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