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이스(Grice)의 함축 이론
◎ 지시적(indicative) 조건문과 가정법적(subjunctive) 조건문의 차이?
예) 만약 태양이 x분 후에 사라진다면, 지구는 y분 후에 캄캄해질 것이다.
◎ 강한 이론가들의 상이성 논제(divergence thesis)
예) 만약 철수가 미국에 있으면, 철수는 박사과정을 계속 하고 있다. (나의 발화)
p : 철수가 미국에 있다.
q : 철수가 박사과정을 계속 하고 있다.
나 : 철수가 유학간 것을 알고, 철수는 학위를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철수의 약속 : 조건문을 주장하는 근거, 비진리함수적 근거, 간접조건
☞ 그라이스의 비판 : 간접조건은 p와 분리 불가능하며 취소 가능하다.
“if p then q”를 동일한 논리적 의미를 가진 “not p or q”로 바꾸었을 경우에도 함축은 전이된다. 또한 나 이외에 철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이 철수에 대해서 물어봤을 경우, 간접조건을 취소할 수 있다.
→ 분리 불가능성과 취소 가능성은 함축에 대한 완벽한 구분 기준이 아니므로 소극적 논변이다. 따라서 그라이스는 상이성 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 강한 이론가들 : “if p then q”와 “not p or q”의 진리조건 검증 방식이 다르지 않는가?
후자의 경우에는 p가 거짓이거나 q가 참일 때 검증되지만 전자는 검증되지 않는다.
→ 그라이스 : 검증 조건이 틀린 이유는 의미가 틀린 것 때문이 아니라 함축 때문이다.
※ 공통기반(common ground)이 중요함.
그라이스에 의하면 “p or q”(p 또는 q)의 ‘포괄적 의미’가 ‘의미’이며 '배타적 의미‘는 함축이다. [p]를 공통기반이라 할 때, “p or q”의 대화적 함축 A와 “[p] or q”의 대화적 함축 B는 같지 않다.
예) p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공통기반)
A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거나 또는 오세훈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p or q)
B : 아니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거나 또는 심상정이 대통령이 될거야. (p or ~q)
C : 아니야. 둘 다 안 되고 정동영이 대통령이 될 거야. (~p and ~q)
☞ 이 때, 논리적으로는 C가 A에 대한 부정(contradictory disagreement)이지만 B 또한 A에 대한 부정(substitutive disagreement)이 된다.
☞ “p or ~q”가 아니라 “[p] or ~q”라고 써야 한다.
※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논리적으로는 A, B 둘 다 맞지만 실제로는 A, B 둘 다 틀렸다!
[공통기반] : 박근혜가 대통령이 안 되지 않을 것이다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supposing ~p : 공통기반을 부정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즉,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거나 또는 오세훈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오세훈이...”는 서로 의미가 같다. 이는 [공통기반](대화적 함축)에 의한 것이다.
“만약 ~이면”은 [공통기반]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공통기반]을 부정할 경우 추론하는 것은 지식을 축적하는(accumulative) 기능을 한다.
[p]에서 출발(
) →
(오세훈이 될 것이다) → then, what?(
) →
(정동영이 한나라당에 입당) → … 이렇듯 추론의 연쇄 과정을 통해 지식이 축적됨
이에 반해, “p or q”는 축적적이지 않고 제거적(eliminative)이다.
“p or q”는 중간 단계의 답변들을 제공, 검증 과정을 통해 차례로 제거되며 점차적으로 명확한 지식을 산출한다.
예) Q : Who killed Cock Robin?
: The sparrow or the hawk or the fox killed Cock Robin.
→ 여우는 여행을 갔다!
: The sparrow or the hawk.
→ 매는 울새의 죽음을 슬퍼한다!
: The sparrow!
◎ 의미는 같지만 기능이 다르다. 즉, 대화적 함축이 다르다. 따라서 검증 조건이 다르다!
① if p then q ② supposing p, q ③ not p or q
①, ②의 기능이 같다. ①, ③의 기능은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 문제 : 과연 공통기반이란 무엇인가? 공통기반을 부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 않나? 정확하게 “if p then q”의 대화적 함축을 정의할 수 있을까?
(제안) 상호 합리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에, 서로 공통적인 기반에 대해서 if then의 형식을 통해 표현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그라이스적인 함축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 언어와 논리 언어 사이의 관계가 어떤 함축을 전제로 해서 동일해지는지?
학생의 문제 제기 : 선언문이 제거적 기능이 아니라 축적적 기능일 수 있지 않은가?
◎ 그라이스에 따르면, if p then q = p → q = ~q → ~p = q ∨ ~p. 따라서 if p then q(A) = if not q then not p(B) = not p or q(C)가 된다. 그런데 A, B, C가 참일 확률이 다르지 않은가?
A : 체스를 했을 때 a가 흰색 말을 잡게 될 확률 0.9
B :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는 없음
C : a가 흰색 말을 잡았을 경우 9번 중 8번 이김
D : a가 검은 말을 잡았을 경우 1번 중 1번 졌음
p : a가 흰색 말을 잡는다 / q : a가 이긴다
p → q일 확률 : 8/9
~q → ~p일 확률 : 1/2
q ∨ ~p일 확률 : 8/10 + 1/10 = 9/10
※ 세 확률이 모두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나?
☞ 조건문의 확률과 조건부 확률을 구분해야 한다. 즉, “if p then q” 자체의 확률과
의 확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 if p then q가 p → q라면, ~(p → q) = ~(~p ∨ q) = p ∧ ~q = p and not q인데, 이것이 과연 It is not the case that if p then q와 같다고 할 수 있는가?
ⅰ) 조건문이 함축을 갖지 않는 경우 : 문제가 안 됨!
ⅱ) 조건문이 함축을 갖는 경우
if p, q가 실제로 if [p], q인 경우 이의 부정은 실제로 if [p], ~q이다.
‘if p, q' 전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조건문의 주장을 부정하는 것(효력이론)이다.
예) A(p → q)의 경우 ~A(p → q)는 조건문의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고, A(~(p → q))조건문의 부정을 주장하는 것임.
◎ 마지막 난점 : 부정의 원리(함축의 부정)
(질문) 과연 공통기반이란 무엇인가?
☞ 전체적으로 대체 그라이스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함!
◎ 그라이스에 대한 잭슨(Jackson)의 반론
그라이스에 따르면 전건의 거짓이나 후건이 참일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을 경우, if p then q가 아니라 ~p나 q를 주장해야 한다. 예) 태양과 지구
그러나 이 경우에도 if p then q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반사실적 조건이 아니라 직설법인 경우에도!)
※ 오늘날에는 조건문에 대한 그라이스의 분석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는 그라이스의 이론이 틀린 것 때문이라기보다는 가능세계 의미론이 지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표준적 견해에 대한 정리
발화 ⇒ 의의(signification) → ① 진리조건(의미) : 관습적(○), 진리조건(○), 맥락독립(○)
→ ② 효력(force) : 관습적(○), 진리조건(×), 맥락독립(○)
→ ③ 함축(일반화된 대화 함축 + 개별 대화함축) : 관습적(×), 진리조건(×), 맥락독립(○)
☞ 이 모든 것들이 ‘맥락독립적’이라는 것에 주목!
문제점 : 진리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의존적 의미 요소를 가진 표현들이 존재한다.
예) 지표사(indexicals) : 나, 오늘, 여기, 이것, 저것,...
“나는 철학자이다”에서의 ‘나’는 분명 진리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나’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이 문장의 참과 거짓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따라서 문장에 ‘맥락 독립적 뜻’ 이외에 ‘맥락 의존적 뜻’이 있다면(지표사의 경우처럼), 그 맥락 의존적인 뜻 또한 그 구성 성분들의 맥락 의존적 뜻들의 함수임을 보이는 것이 의미론자들의 목표가 된다. 이런 작업을 형식 화용론(formal pragmatics)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업에서도 조합성(compositionality)가 핵심적으로 강조되므로 이는 ‘의미론(semantics)’에 속한다!
◎ 카플란(Kaplan) : 맥락 의존적 뜻을 조합적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 언어철학자
카플란은 가능세계 의미론적 입장을 전제하고 자신의 논의를 전개한다. 그에 의하면 맥락 독립적 뜻은 ‘특성(character)’이고 맥락 의존적 뜻은 ‘내용(content)’이다. 그는 ‘지표사의 내용은 곧 지표사의 지시체(지표사의 내용은 없다)’라는 직접적 지시 이론을 주장하고(고유명사에 대한 직접적 지시 이론은 카플란에 앞서 크립키가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내용과 지시체가 구분된다는 프레게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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