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위기를 대비하는 것

강형구 2016. 2. 3. 22:57

 

   오늘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다룬 영화인 빅 쇼트를 보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나에게 낯설지 않았다. 2011년 가을 즈음에 나는 한국장학재단 입사를 위한 필기시험과 논술시험을 치렀는데, 그때 논술시험 주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것이었다. 나는 논술문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기만하는 거품금융을 비판하고, 자본으로 자본을 생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산업을 통해 자본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장학재단은 우리나라의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대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액은 계속 증가했지만, 그렇게 지원받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한 후 직장을 갖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급여 격차가 크기 때문에, 청년들은 대기업에 몰리고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되면서 대기업에서는 채용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인다.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는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용해서 사업을 이어나간다. 그러니 청년들이 취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산업이 튼튼해야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산업이 힘차게 돌아가야 자본가들이 산업가들에게 투자를 하고, 산업 발전을 통해 투자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발전이 금융투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금융투자에 몰려들면 정작 산업 발전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기초과학 및 응용과학이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연구자들이고, 대학원생들은 일종의 예비 연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대학원생들을 대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참담해진다.

  

   이른바 재능 있는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문직의 길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끄는 데 전문직 직장인들이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전문직 직장인들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들에게 다른 직업에 비해 과도한 부가 돌아가서는 안 되며, 이들이 과도하게 높은 평판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공직자들은 한 사회가 공정하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들이며, 사회의 실질적인 창조적 발전은 공공부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내가 우리 사회에 대한 거창한 비판을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씩 눈앞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었다. 대한제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다. 광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에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참혹한 전쟁이 벌어졌다. 1997년에 우리는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았다. 최근의 국내외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상황 역시 예전 못지않게 심각한 것 같다. 정치인들은 서로 끝없이 다툰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조국을 지옥이라 부른다. 부모가 아이를 죽인 후 방치한다. 구세대와 신세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증오한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환경악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며, 급격한 경제악화로 경제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위기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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