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하여

강형구 2016. 1. 24. 22:29

 

   대학 시절에 나는 생활을 위해 꾸준히 돈을 벌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부모님에게 의지해서 대학 학비를 냈고 생활비를 충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참 후회된다. 나는 너무 편안하게 대학 생활을 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학교에 다녔다는 것, 그리고 졸업을 늦추지 않고 4년 만에 졸업했다는 것은 내게 하나의 위안이 된다. 나는 국립대학에서 인문학인 철학을 전공해 어중간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육군 장교가 되어 군 복무를 했다. 장교로 복무를 한 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장교가 되면 매월 봉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는 마땅히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간부의 길을 택했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았다. 휴일과 주말에는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부대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나는 복무기간 동안, 복무 이후 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 살아갈 장소를 빌릴만한 돈을 벌 수 있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계속 공부한다는 사실 때문에 가족들에게 최소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등록금과 학비를 직접 벌었다. 등록금과 학비 일부는 장학금으로 충당했고, 일부는 과외교사 노릇을 하면서 벌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 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모았던 돈은 취직 준비를 할 때 대부분 소진했다. 서른한 살이 되던 해에 나는 직장인이 되었지만, 당시 손에 쥐고 있던 돈은 전역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 생활하던 첫 해에 나는 매달 부모님께 2백만 원씩 드리고 남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했다. 두 번째 해부터 지금까지는 매달 백만 원씩 드리고 있다. 매달 부모님께 돈을 드리고 남은 돈을 저축했다. 하지만 모아뒀던 돈을 결혼식 비용으로 쓰고,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한 등록금으로 쓰니, 또다시 나에게 남은 돈은 거의 없게 되었다. 버는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도 바쁜데, 대체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수 있는 것일까? 돈을 모은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집 생활비를 아내에게 주고, 보험료를 내고, 휴대전화 요금 내고, 1주일에 한 번씩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고, 이런저런 식비에 쓰고 하다보면 어느새 통장에 잔고가 얼마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언제 돈을 모아서 집을 살까? 한 달에 백만 원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매달 백만 원씩 모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1년에 1,200만원이면 20년을 모아야 24천만 원이다. 대도시의 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2억 원 정도 한다고 하면, 20년을 모아야 겨우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젊은이들이 취직하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일자리도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많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경력이 많고 직급이 높은 직원들은 실제로 하는 일에 비해서 과도하게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을 많이 받는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정규직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직업 현장에서는 계속 비정규직 직원들을 늘려간다. 교육이 끝난 청년들은 엄청난 경쟁률 속에서 입사 시도를 하지만, 제조업과 같은 육체노동 위주의 힘든 작업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청년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매상들에서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만든 제품들을 아주 싼 가격에 팔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외국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중요한 제품 판매시장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서민들의 삶은 조금씩 더 팍팍해진다. 내일을 꿈꾸기도 어려워진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기를 대비하는 것  (0) 2016.02.03
작업장에서  (0) 2016.01.30
글 쓰는 사람 03  (0) 2016.01.23
글 쓰는 사람 02  (0) 2016.01.19
글 쓰는 사람 01  (0) 201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