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새해를 맞이하여

강형구 2016. 1. 1. 17:55

 

   사실 내가 어제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제는 2015년이었고, 오늘은 2016년이다. 해가 바뀌었다. 아마도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내가 아니라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운전이다. 작년 1월에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운전을 해서 출퇴근한다. 물론 나는 운전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은 적응과 학습의 동물이라 조금씩 운전에 익숙해지고 있다. 간혹 운전이 재미있을 때도 있다.

  

   작년에는 평소에 서울에서 지내다가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대구에서 출퇴근하며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나는 죽이 잘 맞는다. 아내는 나를 웃겨주고, 나도 아내를 웃겨준다. 나는 다른 사람을 잘 웃기지 못하는 사람인데 아내가 나를 보고 잘 웃어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나는 아내 앞에서 춤도 잘 춘다. 우리는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맞고’를 치며 낄낄거리기도 하며, ‘K-POP스타’나 ‘슈가맨’처럼 음악프로그램도 열심히 본다. 함께 영화도 자주 본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박사과정 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내로 학점 이수가 끝난다. 아마 나는 앞으로 학계에 진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에게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말해 나는 학계에 진출하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인 어제 회사에서는 만60세를 맞은 한 부장님을 위한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부장님의 퇴임사가 너무 멋졌다. 직장생활의 마지막 1년 동안 교육연수를 다녀오셨는데, 연수기간 동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고 하셨다. 퇴임 후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계시다 했다.

  

   과연 나도 무사히 만60세까지 회사에서 일하다가 정년퇴임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가 팀장이나 부장처럼 관리자가 되어 조직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르겠다. 나는 융통성이 부족하고 대인관계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말해, 나는 현재의 나 자신을 일 잘하는 직원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성실하고 착실하긴 하다. 그러나 조직생활을 성실함과 착실함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나는 직장인으로서 아주 많이 부족하다. 해마다 조금씩 그런 부족함을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회사에 충실하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직원이 되고 싶다. 그렇게 평균 이상의 직원으로서 충실하게 정년이 될 때까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팀장이나 부장 역할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업무에 능숙한 직원으로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되어도 조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 생활 틈틈이 공부는 계속 하겠지만, 공부하는 것이 내 삶의 주된 활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사학위를 얻기 위한 절차를 밟겠지만 그것을 통과하는 것에 연연하지도 않겠다. 그저 그것이 내 공부의 한 과정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퇴임 후 내가 꿈꾸는 삶은 과학번역가이자 과학수필가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마침 아내도 나와 비슷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 우리는 퇴직 후 함께 작은 북 카페를 운영하면서 거기서 책 번역도 하고 공부 소모임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우리가 번역한 책을 출판할 출판사가 없어도 좋다. 인쇄소에서 직접 제본해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고 우리 스스로 읽고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수에 대하여  (0) 2016.01.06
아버지와의 산행  (0) 2016.01.03
써야하기 때문에  (0) 2015.12.27
평가에 대한 단상  (0) 2015.12.26
행복한 삶에 대하여  (0) 201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