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그냥 부지런히 열심히

강형구 2024. 7. 31. 15:22

   나는 그냥 천성이 부지런한 것 같다. 사실 나에게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미 특정한 유형의 삶을 선택했으므로, 그 삶을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잘 모르겠고 실제로 성공은 내게 별로 의미도 없다. 그냥 나는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 뿐이다.

 

   나는 올해 7월에 2개의 국내학술대회(한국과학철학회, 한국과학교육학회)에 참여해서 발표했다. 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때마다 그것을 계기로 삼아 10장 정도의 발표문을 썼는데, 이후 이 발표문을 발전시켜 학술지에 투고할 예정이다. 이미 올해 한 편의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므로, 만약 두 편의 발표문이 학술지에 추가로 게재된다면 올해 총 3편의 학술논문이 게재되는 셈이다. 올해는 번역서([경험과 예측])가 한 권 나오기도 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교수로서 올해의 연구 실적은 충분하다.

 

   나는 내년인 2025년에 출판사로 2권의 번역 원고를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니까 최소한 내년에는 1권의 번역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는 APPSA(Asia Pacific Philosophy of Science Association)가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를 포함하여 나는 내년에 올해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학술대회에 2-3회 정도 참여할 예정이다. 매년 학술논문 2-3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과학철학 저서 번역을 1권 정도 한다면, 나는 한국의 과학철학자로서 우리나라 과학철학계의 유지와 발전에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꾸준하게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탄탄한 체력과 단단한 정신이 필요하다.

 

   교수가 된 이후에 내 삶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에서 강의했다면, 지금은 전적으로 대학에 소속되어 강의하고 있을 뿐이다. 직장을 다닐 때도 부지런히 일했고, 지금도 부지런히 일한다. 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게을러진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 좀 게을러질 수도 있으나 성격상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계속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계속 번역하게 되고, 뭔가를 계속 읽으려고 한다. 나의 구체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나는 계속 과학철학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게는 그것 말고 딱히 달리 할 일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바쁠 것 같다. 아이들이 셋이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뒷바라지하려면 다른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또 주식 투자를 하는 등 편법으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으므로(사실 그럴 능력도 없다), 열심히 강의하고 번역하고 책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사교에 관심이 없고 다른 대부분의 인간적인 일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음식에도, 정치에도, 스포츠에도 관심이 없으며, 골프나 낚시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계속 번역하고 공부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니까 나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나보고 ‘핵노잼’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딱히 다른 욕심이 없으니까 내 나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잘 판매되지 않아도 내가 생각할 때 진짜 좋은 책을 번역하는 게 맞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맞다. 그런 나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감으로써 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럽지 않겠는가. 내가 재밌고 내가 만족하는 게 최소한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내가 너무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행복하고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삶에 진정으로 만족한다. 나는 나의 삶에서 이와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를 바란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