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는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립대학교 교수라는 좋은 직장을 얻게 되었지만, 내가 겪었던 인문학 전공자로서의 어려움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학 시절, 내 주변에 인문학을 전공하던 사람들은 취직 걱정을 참으로 많이 했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서울대학교의 인문학 전공자라서 더 걱정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너무 고학력인 사람이 인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채용하는 관점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석사를 끝내고 박사 과정을 휴학한 후 취직을 준비할 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육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한 데다가 석사까지 마쳤으니 다른 취업준비생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과학사 및 과학철학은 (이 분야로 직장을 잡지 않는 이상) 취업 시장에서는 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