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내가 왜 과학철학을 하게 되었는지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학생 시절 나는 수학과 물리학이 좋았는데, 왜냐하면 수학을 언어로 삼은 물리학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믿을 만한 설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수학과 물리학의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한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은 것이 수학사, 물리학사에 관한 책이었다. 그렇게 역사를 읽다 보니 사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철학’이라는 학문에 입문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과학철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버렸다. ‘과학철학’이라는 철학의 한 분야가 있고, 이 분야에 관련한 교과서적인 책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