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따른 나의 본적은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이고,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나는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다고 기억한다. 왜냐하면 이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책들 속에서 스스로 모험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놀기 좋아했던 나는 책들을 구경하며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나름대로 이해한 후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요령을 익혔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은 내게 평생토록 남게 되었다. 부산 서면의 부전도서관과 영광도서, 동보서적(지금은 사라졌다)이 없었다면 나는 그런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철저히 부산이라는 지역의 물질적인 여건 속에서 자라났다. 이후 나는 서울에서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