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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공간의 철학으로

결국 나는 다시 시공간의 철학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이렇게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 학자는 라이헨바흐다. 그러나 리처드 뮬러와 리 스몰린의 책을 번역한 것은 나에게 시공간의 철학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큰 힘을 주었다. 뮬러는 실험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스몰린은 이론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시간 흐름의 실재성을 옹호한다. 그리고 시간 흐름의 실재성은 라이헨바흐의 시공간 철학에서 옹호하는 관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라이헨바흐의 논리경험주의 시공간 철학으로 돌아가는 것은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공간의 철학을 실체론과 관계론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전통은 제법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미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여 성공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은 이상, 실..

그렇게 연구자가 된다

박사학위를 갖고 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항일 것이라 짐작한다. 실로 진정한 연구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 사람이 훌륭한 연구자인지 그저 그런 연구자인지는 사실 별로 상관이 없다. 애호가를 넘어서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두려운 일이다.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미 내어놓은 업적들 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입장을 갖추어 내세운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다. 자신만의 입장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선 내 생각을 일정한 분량을 갖춘 글로 써야 한다. 그다음 그 글을 통해 표현된 내 생각을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

일상 이야기 2022.09.22

과학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과학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쓰인 내용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많은 문제를 빨리 풀라고 하거나, 의미를 알 수 없고 어렵기만 한 문제들을 풀라고 했다. 그냥 나는 그게 성에 안 찼다. 적성에 맞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과학에 관한 책들을 빌려 읽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는 그런 이유로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하이젠베르크에게 유혹되었다. 그러니까 잘못 낚인 거다.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소크라테스에게 낚였던 것처럼 말이다. 8월 말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고깃집에 ..

경상국립대학교 과학철학 강의

나는 올해 9월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철학과 소속의 시간강사로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담당하는 과목은 3과목으로서, ‘비판적 사고’ 2과목과 ‘과학기술과 철학’ 1과목이다. 예전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매년 봄 학기에) 대구과학고등학교(영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철학’ 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다. 2020년 가을에는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실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철학’ 수업을 진행했으나, 그때는 100% 화상강의로 진행했다. 대학에서 대면으로 가르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주차 수업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화상강의로 진행했고, 2주차 수업인 어제(2022. 9. 13.)는 경상국립대학교 통영캠퍼스에 방문하여 해양과학대학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오래간만에 진..

전통의 계승자

오늘은 2022년 추석이다. 우리 가족은 어제 부모님이 계신 부산으로 이동하여, 오늘 아침 차례상을 차려 고조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추석 인사를 드렸다. 새로운 해가 시작하는 날(설날)과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날(추석)에 온 가족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좋은 문화적 관습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설날과 추석의 본질이지, 차례상을 차리느라고 고생하거나 명절 때마다 친척들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은 그 본질이 아니다. 나는 조상님께 절을 올리며 나의 박사학위 논문이 잘 통과되기를 빌었다. 내가 생각해도 분명 잘 쓴 논문은 아니지만, 그 누구처럼 다른 사람의 글을 허락 없이 베끼지는 않았다. 나의 논문은 처음부터 끝까..

순조로운 진행

며칠 전에 1년 동안 미국 피츠버그 대학 과학철학 연구 센터에 방문 연구원으로 다녀오신 지도교수님과 오래간만에 대면 면담을 했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이 2011년이니 입학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도교수님과 졸업에 관하여 처음으로 상담을 한 것이 2019년 상반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내가 졸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설혹 내가 뛰어난 수준의 졸업 논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라도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 역시 삶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고, 교수님께서도 심적 부담을 더실 것이며, 후배들의 숨통도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내가 학부 시절부터 알던 분이다. 학부 시절 나와 서양..

일상 이야기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