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지방 이전을 기다리며

강형구 2015. 9. 9. 20:21

지방 이전을 기다리며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한국장학재단은 2015년 11월 초에 대구로 이전을 한다. 내가 입사 지원을 할 당시 나는 재단이 대구로 이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취직했을 무렵 아내는 석사 과정을 끝내고 국립과천과학관에 입사 지원을 했다. 아내가 과천과학관에서 1년 정도 일했을 때, 나는 아내에게 곧 재단이 대구로 이전하니 대구 쪽의 직장을 알아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 즈음 개관을 준비하며 직원을 모집하고 있던 국립대구과학관에 입사 원서를 냈다. 지금 아내는 대구과학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의 전세집이 대구에 있고 아내도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까닭에, 나는 하루 빨리 재단이 대구로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 인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살고 있던 많은 재단 직원들은 재단의 대구 이전을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이전 일자가 하루 이틀 다가오면서 점점 지방 이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대구에서 삶을 꾸릴 준비들을 하고 있다. 직원들은 주중에 휴가를 쓰거나 주말을 이용, 대구에 살 집을 알아보고 돌아온다. 월요일이 되면 직원들은 하나 둘씩 대구에서 알아본 집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이미 올해 1월 말에 대구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크게 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와 아내의 집은 대구의 남서쪽 끝,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하고 있다. 아내의 직장인 국립대구과학관이 달성군에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아내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집 자리를 골랐다. 달성군에서 재단의 이전 예정 지역인 대구시 동구 신암동까지의 거리는 꽤 먼 편이라, 승용차로 운전을 해도 50분~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출퇴근이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는다. 대학 시절 나는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던 작은 이모네 집에서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대학교까지 거의 1시간 40분 정도 되는 거리를 통학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통근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왔다 갔다 하는 데 사용되는 교통비가 약간 마음에 걸릴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대구에 산다면 수성구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지금 아내와 살고 있는 현풍면이 좋다. 현풍면은 인근에 논밭이 있고, 아직까지 완벽하게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곳이다. 복잡한 도시보다는 현풍과 같은 덜 개발된 도시 주변부에서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현풍에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 교육도 걱정하지 않는다. 아내와 나 모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니, 아이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아이와 함께 공부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나는 공부보다는 몸이 건강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체적 노동을 통해서 삶을 영위하는 것 역시 멋진 일이다. 다만, 작업장이 안전하고 근로 여건도 적절하게 보장되어야 하리라.

 

   재단이 대구로 이전하게 되면, 아내와 나는 정말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계신 부산과는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이고, 장모님이 계신 경상북도 구미와도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머니께서 계신 경상북도 성주도 40분 정도 만에 갈 수 있다. 아내와 늘 함께 지낼 수 있고, 가족들과도 가까워진다. 내년 상반기에는 박사과정 학점 이수도 마무리 된다. 그리고 내년은 직장 생활 5년차로 접어든다. 나는 일을 잘하는 직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직장 생활에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안정되면, 틈을 내어 공부도 꾸준히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학철학 책들에 대한 번역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다.

 

'과학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욱씨남정기'를 기다림  (0) 2016.04.10
30년 중의 4년  (0) 2015.11.09
직장인으로서의 나  (0) 2015.10.29
직장 생활에 대한 단상  (0) 2015.09.05
금융경제기초 내용 정리  (0) 201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