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직장 생활에 대한 단상

강형구 2015. 9. 5. 14:44

직장 생활에 대한 단상

 

   나의 직장은 [한국장학재단 등의 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2009년에 설립된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Korea Student Aid Foundation, KOSAF)이다. 나는 재단 공채 6기 출신으로 2012년 1월 16일자로 임용되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 역시 처음 입사했을 때 직장 생활에 대한 적지 않은 낯설음과 두려움을 느꼈다. 만약 내가 대학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좀 더 생활력 있게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직장 생활의 초반부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이었지만 생활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음식이나 옷에 돈을 잘 쓰지 않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어떤 일을 꾸려 나가는 것에 낯설다. 나는 돈을 많이 모으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어, 다른 사람들만큼 재테크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조선시대의 선비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무슨 일에서든 시간이 약인 법이라, 힘든 시간을 버텨가면서 조금씩 직장 생활에 적응하는 나만의 방식을 터득했다.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내 일을 하는 사람, 그것이 내가 확립한 나의 정체성이다.

 

   내가 취직을 결심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정부기관 입사를 준비했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러한 조직들이 비교적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고자 노력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매우 집단 문화가 강하게 발달되어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고, 이 집단 문화가 원칙적이고 합리적이라기보다는 특정 인물들이 가진 조직에서의 권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권력에 순응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명명백백히 드러난 규정과 방침에 따라서 업무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직장 생활에서 인간 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인사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누구와 친하게 잘 지내는지를 기준으로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만약 누군가가 직장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면, 그 사람이 평소에 좋은 인간 관계를 가지고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 없이 그 사람을 조직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약 불법적인 방식으로 조직에서 퇴출을 당했다면, 정당하게 나라의 법에 호소하여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 이것이 직장 생활의 핵심이다.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려운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나는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가 아니라 일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 관계가 필요하다면 관계를 유지해야 하겠지만, 관계가 일과 큰 연관이 없다면 늘 관계보다는 일에 중심을 맞춰서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관련된 규정과 방침을 잘 알고, 그 일에 관련된 직무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실제로 일을 잘 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고, 조직으로부터 월급을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인간 관계는 그 다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 너무 심하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인간 관계에 조금 서툴더라도 일을 착실히 수행해 내면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조직에서 일을 잘 해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이 그 사람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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