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월의 시작

강형구 2022. 4. 2. 17:24

 

   올해 1월부터 틈틈이 계속 학위논문 작성 작업을 했다. 4월 말까지는 학위논문의 결론을 제외한 나머지 장들의 초고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부는 언제든 부족한 법이다. 왜냐하면 어떤 한 개인이 자신이 관심을 가진 주제와 관련한 모든 문헌들을 다 읽고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우선 시간 제약이 있다. 수료 후 최대 8년까지 박사학위 논문을 써서 심사에 통과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사람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에게도 내 나름의 독창적인 생각이 있으므로, 그러한 나의 생각을 일정한 양과 형식을 갖춘 글로 써서 세상에 내놓아야 이 분야의 연구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확실하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 이외에 다른 취미가 없다. 걷거나 달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것도 그냥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만 한다. 골프, 테니스 등과 같이 돈을 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운동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그런 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게 여겨진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필요하면 고향인 경북 성주에 있는 아버지의 농막에 가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여가 시간에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아주 소박한 행복인 셈이다.

 

   그런데 내가 강의를 잘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대구과학고등학교에서 3학기 동안 과학철학 강의를 해 봤고, [나우 : 시간의 물리학]과 관련하여 몇 차례 강의를 해 봤다. 강의를 해보니 내가 강의에는 별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말하는 것에 퍽 서툴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은 제법 진지한 편이어서, 이런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고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것이다. 연구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자유이므로 열심히 연구하면 된다. 강의는 외부의 요청에 의해 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강의 요청을 할 경우에는 가급적 그 요청을 들어주되, 청중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 나의 본성에 반하는 억지스러운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박사 학위를 받게 되면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경우 소신껏 강의 준비를 해서 강의를 할 것이다. 아마도 몇 차례의 강의 이후, 강의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나에게 강의 요청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나도 내 강의가 재미있으면 행복할 것이다. 그게 잘 안 되는데 어쩌겠는가.

 

   잠시 너무 앞서가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학위논문을 쓰고, 수정하고, 심사에 통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껏 논문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실로 고통스러웠지만, 계획을 세우고 기한을 정하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다. 설령 외국으로 유학을 했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기한을 정해 고통스러워하며 학위 논문을 썼을 것이다. 학위 논문 심사가 통과될 것이 확실시될 경우, 나는 주저 없이 피츠버그 대학 과학철학 연구센터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원할 것이다(3명의 추천서가 필요함). 떨어지더라도 계속 지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 과학적 철학 아카이브가 있기 때문이다! 박사후 또는 방문 연구원이 되는 것에 계속 실패한다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피츠버그에 방문해서 과학적 철학 아카이브에 한동안 머무르며 라이헨바흐와 카르납 관련 문서들을 들여다보는 게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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