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단순해진 삶

강형구 2017. 7. 30. 18:43

 

   국립대구과학관으로 직장을 옮긴 이후 나의 삶은 아주 단순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파트 운동센터에 가거나 집 근처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아침식사를 한 후 과학관으로 출근한다. 830분에 출발해도 충분히 여유 있게 과학관에 도착한다.

  

   과학관에서는 근무를 하다가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고, 과학관 근처를 산책할 수 있다. 과학관에 관람하러 온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보는 것 역시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과학관에서 과학관 직원들을 위해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점심식사도 만족스럽다. 저녁 6시가 되어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유 있는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다. 설혹 야근을 한다고 해도, 집이 직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한 후 과학관으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다. 과학관 안에서는 어디서나 과학에 관련된 그림과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사무실에는 과학 관련 책들이 곳곳에 꽂혀져 있다. 과학관은 연구원이 사무실에서 과학책을 읽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공간이다.

  

   직장의 위치가 사는 곳의 위치와 거의 동일하게 되면서, 나는 이제 완전히 이곳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정착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아파트에서 전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아파트를 구입해서 그 아파트를 완전하게 우리 가족의 집으로 만들게 되면 그 정착의 정도는 더욱 강해지리라 생각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20살에 서울로 가서 공부했고,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했고, 서울로 돌아와 대학원 공부를 했고, 서울에서 취직을 한 후 직장과 함께 대구로 내려왔다. 예전에 부산 사람이었던 나는 이제 대구 사람이 되었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 내 남은 삶을 이곳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서 살았던 것처럼, 나의 딸 지윤이 역시 우리 부부와 함께 대구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 내가 자랐던 집은 어린 나에게는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나는 그 작은 세계에서 참으로 행복했었다고 기억한다. 나의 딸 지윤이에게도 아늑하고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다. 부모님이 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고 가꾸어 주셨듯이, 나와 나의 아내는 지윤이를 위해서 작은 세계를 만들고 가꾸게 될 것이다.

  

   이제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할 일은 몇 가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집 근처에 있는 나의 직장 국립대구과학관에 다닌다. 연구원과 선임 연구원은 과학관에서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나는 정년이 될 때까지 과학관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과학관에 다니면서 딸 지윤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준다. 만약 아내와 나 사이에 지윤이 동생이 생기게 되면, 지윤이와 지윤이 동생을 열심히 키운다. 최대한 올해까지 달성군 유가면에 우리 가족의 안정적인 집을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매달 꼬박꼬박 착실하게 저축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지원하는 데 쓸 자금을 마련할 것이다. 나는 적어도 아이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끝낼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 돈을 쓸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또한 나는 옷이나 신발, 시계 따위에 욕심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것이고, 책을 번역하는 것이다. 지금은 인식론에 관한 문헌들을 번역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인식론과 언어철학에 관한 문헌들을 번역하고, 이 문헌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이론철학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는 과학철학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는 [시간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번역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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