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게티어, [정당화된 참된 믿음은 과연 지식인가?(1963)]

강형구 2017. 7. 15. 07:43

 

   최근 들어 한 사람이 주어진 명제를 안다는 것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서술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도들은 대개의 경우 아래와 유사한 형식으로 진술될 수 있다.

 

(a) SP를 안다는 것의 필요충분조건은 다음과 같다.

(i) P는 참이다.

(ii) SP를 믿는다.

(iii) S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된다.

    

   예를 들어 치솜(Chisholm)의 경우, 아래의 조건들이 지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서술한다고 본다.

 

(b) SP를 안다는 것의 필요충분조건은 다음과 같다.

(i) SP를 수용한다.

(ii) SP에 관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

(iii) P는 참이다.

    

   에이어(Ayer)는 지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c) SP를 안다는 것의 필요충분조건은 다음과 같다.

(i) P는 참이다.

(ii) SP가 참임을 확신한다.

(iii) SP가 참임을 확신하는 데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필자는 (a)가 거짓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a)SP를 안다는 진술의 참을 위한 충분조건을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또는 확신하는 데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와 같은 표현이 (a)믿는 것이 정당화된다로 대체될 경우, 동일한 논증이 (b)(c) 역시 거짓임을 보일 것이다.

 

   우선 필자는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S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SP를 아는 것의 필요조건일 경우, S가 실제로는 거짓인 명제 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가능하다. 둘째, 임의의 명제 P가 있어 S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되고, PQ를 도출하고 SP로부터 Q를 연역하여 Q를 연역의 결과로서 수용할 경우, SQ를 믿는 것은 정당화된다. 필자는 이러한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특정한 명제에 대해 (a)에서 기술된 조건들이 참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사람이 그 명제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닌 사례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사례 1

철수와 영수가 특정한 직장에 지원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철수가 다음과 같은 연언 명제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하자.

 

(d) 직장을 얻게 될 사람은 영수이고, 영수는 바지주머니 안에 열 개의 동전을 갖고 있다.

 

  

   (d)에 대한 철수의 강력한 증거는 다음과 같을 수 있다. 해당 회사의 사장이 영수가 최종 선택될 것이라고 철수를 확신시켰고, 철수는 10분 전에 영수의 바지주머니에 있는 동전의 수를 세어보았다. 명제 (d)로부터 다음이 도출된다.

 

  

(e) 직장을 얻게 될 사람은 바지주머니에 동전 열 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철수가 (d)에서 (e)가 도출됨을 알며 (d)에 근거해서 (e)를 수용한다고 가정한다. 왜냐하면 철수는 (d)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철수는 (e)가 참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 명백하게 정당화된다.

  

   그러나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사실 철수는 모르고 있지만 직장을 갖게 될 사람은 영수가 아닌 철수이다. 또한 철수의 주머니 안에는 열 개의 동전이 들어 있고 철수는 그 사실을 모른다. 이 경우 철수가 명제 (e)를 도출하게끔 한 명제 (d)는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명제 (e)는 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예에서 아래의 모든 것이 참이다.

 

(i) (e)는 참이다.

(ii) 철수는 (e)가 참임을 믿는다.

(iii) 철수가 (e)가 참임을 믿는 것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철수가 (e)가 참임을 알지 못한다는 것 역시 명백하다. 왜냐하면 (e)는 철수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동전들의 수에 의해서 참이지만, 철수는 자신의 주머니에 얼마나 많은 수의 동전들이 들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수는 영수의 주머니에 있는 동전들의 수를 셈함으로써 (e)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철수는 영수가 직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그릇되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사례 2

철수가 다음과 같은 명제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f) 영수는 포드 차를 한 대 갖고 있다.

 

   이 명제에 대한 철수의 증거는 다음과 같다. 철수가 기억하는 한 영수는 늘 차를 갖고 있었고 영수의 차는 항상 포드였다. 또한 영수는 방금 막 포드 차를 타고 가면서 철수에게 태워주겠다고 했다.

  

   이제 철수에게는 또 다른 친구인 민수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철수는 민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철수는 임의로 지구 위의 세 군데 지역을 선택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개의 명제들을 만든다.

 

(g) 영수가 포드 차를 갖고 있거나, 민수가 보스턴에 있다.

(h) 영수가 포드 차를 갖고 있거나, 민수가 바르셀로나에 있다.

(i) 영수가 포드 차를 갖고 있거나, 민수가 브레스트-릿보스크에 있다.

 

  

   이 세 명제들은 (f)로부터 도출된다. 이제 철수가 이 명제들이 (f)로부터 도출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f)를 근거로 (g), (h), (i)를 수용한다고 상상해보자. 철수는 그가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는 명제 (f)로부터 올바르게 (g), (h), (i)를 추론한 것이다. 따라서 철수는 이러한 세 개의 명제들을 믿는 데 있어 완벽하게 정당화된다. 물론 철수는 민수가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두 개의 추가적인 조건들이 적용된다고 상상해보자. 첫째, 영수는 포드 차를 갖고 있지 않으며 지금은 빌린 차를 몰고 있는 것이다. 둘째, 순전한 우연의 일치로 민수가 (h)에서 언급된 장소(바르셀로나)에 있다고 하자. 이에 대해서 철수는 전혀 모르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두 가지 조건들이 만족된다면, 철수는 (h)가 참임을 알고 있지 않은 것이다. 비록 (i) (h)가 참이고, (ii) 철수는 (h)가 참임을 믿고, (iii) 철수는 (h)가 참임을 믿는 것에서 정당화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예는 정의 (a)가 어떤 사람이 주어진 명제를 아는 것에 대한 충분조건을 진술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이 예들을 적절하게 변형할 경우 이 예들은 정의 (b)(c) 역시도 충분조건을 진술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데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