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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생물학’이란 이전까지의 생물학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합성 생물학’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무슨 작업을 하며, ‘합성 생물학’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베너와 시스모어에 따르면, 합성 생물학에서는 살아 있는 계에서 볼 수 있는 창발적인 속성들(유전, 진화 등)을 비자연적인 화학적 계가 갖게 만들려고 시도한다. 또한 합성 생물학에서는 자연적인 생물학적 요소들 중 상호교환가능한 요소들을 찾아, 비자연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계를 조립하는 데 사용한다. 비타민 12의 합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합성 생물학은 화학과 생물학 및 공학의 결합을 통해 살아 있는 계의 창발적 속성들을 재생산할 수 있는 인공적 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합성 생물학자들은 DNA 내에서 상호교환가능한 부분들을 찾으려고 애썼다. 비록 합성 생물학자들이 표준적인 핵염기에 대한 대안적인 핵염기를 생성하는 것에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합성 생물학자들은 DNA 골격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유전 분자는 자신의 전체적인 물리적 속성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변이가 가능해야 함이 밝혀졌다. 게다가 합성 생물학자들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 중 일부를 교체함으로써 쓸모 있는 여러 효소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베너와 시스모어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생물학적 탐구 방법인 ‘관찰’ 및 ‘분석’과는 달리 합성 생물학에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배움’을 이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적인 진동 연결망을 구성했을 경우, 이는 실제 자연에서 발견되는 진동자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해준다.
하지만 합성 생물학이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첫째, 합성 생물학을 통해 형성된 계들은 실험실 밖에서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거나, 살아남는다고 해도 합성 당시 주입된 공학적 특성을 금방 잃어버린다. 둘째, 합성 생물학이 불온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공기를 통해 퍼질 수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만든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성 생물학은 기존의 생물학적 ‘분석’을 보완할 수 있으며, 합성 생물학을 통해 우리는 ‘조절’ 차원에서 생명이 화학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생물학적 체계의 창발적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 베너와 시스모어의 결론이다.
로트쉴드는 논문 “합성 생물학을 위한 강력한 도구상자”에서,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사용된 도구들을 합성 생물학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생명의 역사에서 자연 선택은 ‘공학자’라기보다는 ‘땜장이(tinkerer)’로서 이전까지 존재해 온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로트쉴트는 이러한 진화의 도구상자들을 범주화하고 검토한 다음, 이들이 합성 생물학의 나아갈 방향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 지를 논하고 있다.
생명에서 볼 수 있는 ‘유전가능한 참신성’의 기원은 대개 ‘유전적 변화’로부터 비롯된다. 우선 생명은 ‘게놈 전체를 2배수로 복제’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이는 유전자의 ‘선택적 제한’을 완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 게놈이 광범위하고 급격하게 진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서로 다른 종들 사이의 유전자 조합’은 매우 강력한 도구로 기능하며 진화의 주요 단계들을 산출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더해 원핵생물, 진핵생물 등 여러 종류의 생명에게서 광범위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전자 전달’ 현상도 생명의 ‘유전적 변화’를 산출해왔다.
‘유전가능한 참신성’의 두 번째 기원으로 ‘조절적 변화’가 있다. ‘조절적 변화’는 유전자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생명에게 좀 더 많은 진화적 유연성을 허용했다. 생명에게서 형태학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조절 유전자가 이 둘을 잇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유전가능한 참신성의 기원으로 ‘발달에 있어서의 변화’와 ‘물리적 구획화’를 들 수 있다. 유전자 전위(transposition), 염색체 재배열, 변이, 성적 과정의 빈도 증대에 따라서 유전적 참신성의 생성 비율이 달라진다.
생명은 크게 두 종류의 제약 조건들 아래에서 진화해왔다. 첫째 부류의 제약은 물리 법칙에 의거한 ‘형식적 제약’이다. 예를 들어 광합성과 막 유동성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둘째 부류의 제약은 해당 생물이 지금껏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에 관련한 ‘역사적 제약’이다. 이러한 ‘형식적 제약’들과 ‘역사적 제약’들이 결합해서 유기체에 ‘발달적 제약’을 가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진화의 원리들이 합성 생물학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우선 유전자의 측면에서 볼 때, 1900년대 이후 생물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 대상의 유전자의 변이를 유도해왔다. 생물학자들은 대개 유전 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해서 변이를 유도하는 반면, 자연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방법인 ‘공생’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인공적인 전위 유전자를 만든다면 이는 유전학을 탐구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로트쉴드의 주장이다.
‘조절적 변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합성 생물학에서는 합성 촉진자(promotor)를 통해 유전자 표현의 수준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합성 생물학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생명에 있어 ‘발달의 변화’는 ‘세포’ 수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까닭에, 세포 수준을 다루지 않는 합성 생물학은 발달에 관련된 작업을 피해왔다. 반면 합성 생물학에서 ‘물리적 구획화’의 방법은 ‘캡슐화(encapsulation)기술’을 통해서 구현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진화의 도구들은 합성 생물학에 응용될 수 있으며, 로트쉴드는 곧 합성 생물학에도 생물학적인 ‘변이’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합성 생물학이 진화에 대해서 무슨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까? 우선 합성 생물학의 기법을 이용해서, 전사(transcription)가 일어날 때 각각의 뉴클레오타이드를 바꿈으로써 진화적 적합도(fitness)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합성 생물학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유기체들을 만듦으로써 생명이 존재 가능한 영역을 확장시킬 것이다. 셋째, 만약 인공 생명이 만들어 질 경우 이는 지금껏 지구에 존재해 온 생명이 실제로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베너, 시스모어와 마찬가지로 로트쉴드 역시 합성 생물학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티그를 비롯한 17명의 저자들이 공동으로 쓴 논문인 “효모에서 복제되고 개량된 게놈으로부터 박테리아 품종(strain) 만들기”는, 제목이 말하는 바 그대로, 박테리아로부터 추출된 게놈을 효모에 주입하고 개량한 후 다시 박테리아 체세포에 주입하는 세부적인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각각의 과정들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박테리아 게놈이 효모에 완전히 이식되었는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효모로부터 추출된 게놈을 야생의 박테리아 세포에 주입할 때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시험관 내에서의 ‘메틸레이션’을 통해서 효모에 있던 게놈의 DNA를 보호한 후 이를 야생의 박테리아 세포에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저자들은 주입된 박테리아 세포의 후손들이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실험도 수행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작업이 백신 개발에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논문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위와 유사한 방법을 통해 인간에게 유해한 질병을 일으키는 생명체의 게놈을 변형시키고, 이렇게 변형된 생명체를 사용해서 해당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세 논문들이 ‘합성 생물학’을 다루고 있다면, 기타노는 자신의 논문에서 ‘체계 생물학’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기타노에 따르면, 체계(system) 차원에서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와 조직 기능의 ‘구조’ 및 그에 관한 ‘동역학(dynamics)’을 검토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생물학적 체계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핵심적인 속성들을 갖는다. 첫째, 체계의 ‘구조’. 둘째, 체계의 ‘동역학’. 셋째, ‘통제’의 방법. 넷째, ‘설계(design)’의 방법.
유전자 통제의 논리를 생화학적 연결망(network)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화학적 연결망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동역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형을 만들기 전에 모형이 적용되는 영역과 추상화의 수준을 정의하는 것이 선행된다. 모형을 분석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들로 흐름 균형(Flux Balance) 분석, 안정성(Stability) 분석, 민감성(Sensitivity) 분석, 분기(Bifurcation) 분석 등이 있으며, 어떤 방법을 선택할 지는 해당 모형에 포함될 수 있는 생물학적 지식의 사용가능성에 의존한다. 만약 우리가 모형을 회로(circuit)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해당 계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체계의 대표적인 특징은 ‘강건함(robustness)’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제와 원리를 이해하는 데 ‘체계 생물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공학적 체계의 강건함은 체계 통제, 여분성(redundancy), 구조적 안정성, 모듈성 등으로부터 얻어지는데, 이는 생물학적 체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생물학적 체계 분석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정확한 자료가 요구되며, 그런 까닭에 생물학적 조절을 체계 수준에서 완벽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더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타노의 주장이다. 또한 기타노에 따르면 체계 수준의 자료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기반 구조 개발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컴퓨터 과학, 체계 분석의 방법, 측정 기술, 유전학 등이 점차적으로 발전할 경우, 기타노는 이들의 종합으로 구성되는 ‘체계 생물학’이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가설’에 의해서 움직이는 과학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체계 생물학은 의학과 약학 분야에서, 특히 특정 약품의 되먹임 기제를 확인하고 체계 수준에서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응용될 수 있다. 기타노는 현재 체계 생물학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체계 생물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는 현재 생물학이 ‘분자’ 차원에서 ‘체계’ 차원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는 복잡한 생물학적 통제 체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다.
[논평 및 질문] ‘합성 생물학’은 다양한 방법론들이 어울려서 ‘시행착오’를 통한 ‘조작’과 ‘구현하기’의 과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의 유전자 핵염기의 일부를 치환해서 새로운 핵염기를 만들려는 시도, 박테리아 게놈을 효모에 주입시켜 개량시킨 다음 다시 박테리아에 주입하는 시도 등은 ‘조작’과 ‘반복적인 실험’을 거치며 점차적으로 해당 생물학적 기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켜 나간다. 또한 ‘합성 생물학’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뮬레이션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이며, ‘체계 생물학’의 경우 ‘체계 공학’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다.
이렇듯 관련되는 여러 분과 학문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할 수 있는 ‘합성 생물학’이 이후 얼마나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특히 ‘합성 생물학’이 진화론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예측에 대한 직접적인 입증을 하기 어려웠던 진화론에 ‘합성 생물학’에서의 성과들이 입증력 강한 증거들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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