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당번 근무를 하며

강형구 2013. 12. 31. 19:29

 

   20131231, 당번 근무를 하며

 

   2013년의 마지막 날에 나는 회사에서 당번 근무를 한다. 당번 근무란 군대에서의 당직 사관 근무와 비슷한 것인데, 매일 각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한 사람이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남았다가 사무실에 기계 경비를 설정하고 제일 마지막에 퇴근하는 일을 말한다. 당직 사관이 밤을 새는 반면, 당번 근무자는 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한다. 오늘은 2013년 마지막 날이라 부서 내의 다른 직원들은 원래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했다. 같은 층을 쓰는 다른 부서 직원분들 중에 아직까지 업무 때문에 남아 계신 분들이 계셔, 나는 할 수 없이 이렇게 회사에 남아서 글을 쓰고 있다.

 

   2013년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성과도 있었다.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다가 휴학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입학했으나, 공부를 하면서도 대학원에서의 공부를 끝내지 못한 것이 늘 찝찝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대신 가을학기 때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복학했다. 수업도 자주 빠지고 페이퍼도 만족할 만한 정도로 써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6학점을 이수했고 이제 18학점만 더 획득하면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20대 시절에 비해서 체력은 많이 떨어졌다.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힘들지 않지만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이 아프다. 2~3년 전에는 수시로 맨손체조를 하고 팔굽혀펴기를 했으나, 요즘에는 근력 운동보다는 그저 자주 오랫동안 걸으려고 노력한다. 지적인 예리함도 다소 무뎌졌다. 기호논리학과 수학 공부를 게을리 한 탓인지는 몰라도, 논리식과 수식이 낯설고 어색할 때가 많다. 이제는 정말 작정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체력이든 지성이든 점점 닳아가는 것을 실감한다.

 

   삶의 계획은 다소 분명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5년에 대구로 이전할 예정에 있다. 나는 지금의 직장에 매우 만족하며, 직장이 대구로 가면 나 역시 대구로 따라 갈 작정을 하고 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대구로 내려가기 전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것이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나 자신의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나의 연구주제는 논리경험주의의 역사, 나의 지적인 영웅인 한스 라이헨바흐의 철학을 중심으로 논리경험주의의 역사를 다시 서술하고자 마음먹고 있다.

 

    내년에는 은혜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와 같은 괴팍하고 이상한 사람을 사랑해주는 은혜와 함께 살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봄에 결혼을 하고 싶지만, 가을이나 겨울에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상관없이, 나는 나와 결혼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불행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느낀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먹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내년에는 내가 무슨 일이든 좀 더 쉽고 여유 있게 생각하고 태연하게 처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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